영화 <데시벨> 포스터

영화 <데시벨> 포스터 ⓒ (주)마인드마크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결정의 순간을 맞이한다. 갓난아기 시절에는 먹을지 말지, 싫은지 좋은지로 의사를 표현하지만 조금씩 많은 것을 거부하고 결정해나간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에 대한 의견 표시를 부모에게 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그 결정을 보조해주지만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면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특히나 입시 시험은 수많은 문제의 답을 결정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성적에 따라 어떤 대학에 갈지를 결정한다.

수없이 이어지는 시험에는 정답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외의 문제들에 정답은 없다. 그리고 그 결정 이후 어떤 결과가 자신에게 주어질지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정을 해야 한다. 결정을 하지 않으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데시벨>은 한순간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초반에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해군 잠수함 안을 보여준다. 부함장(김래원)을 중심으로 훈련을 진행하던 중 정체불명의 어뢰 공격을 받고 바닷속에 잠기게 되는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영화는 바로 시점을 이동해 현재 부함장의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 부함장은 폭탄 설계자(이종석)의 전화를 받고 설치된 폭탄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된다. 폭탄 설계자는 왜 폭탄을 설치했는지 초반에 설명해주지 않고 첫 번째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두 번째 폭탄, 세 번째 폭탄으로 긴박하게 시선을 돌리려 노력한다. 

어떤 결정 이후 트라우마를 가진 잠수함 부함장의 이야기

사실 현재 시점의 부함장은 과거 잠수함 사건 이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잠수함이 가라앉았을 당시 그는 선원들을 최대한 살리려는 결정을 했지만 그 결정은 죽은 선원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선원 모두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결정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와 사회는 그를 일부 선원이라도 살린 영웅으로 대접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함장은 트라우마와 함께 죄책감을 같이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폭탄 설계자가 그를 이끄는 곳은 바로 과거 잠수함의 트라우마 속이다. 
 
 영화 <데시벨> 장면

영화 <데시벨> 장면 ⓒ (주)마인드마크

 
영화에서 부함장은 시종일관 테러범에게 끌려 다닌다. 도움을 받기 위해 우연히 만난 취재기자(정상훈)와 함께 폭탄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정작 폭탄을 찾고 나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는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사람을 대피시켜도 폭탄을 터뜨린다는 테러범의 말에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부함장과 그와 관련된 사람의 트라우마를 영화는 드러내 이용하려 하지만 그것이 왜 폭탄 테러와 연결되어야 하는지 영화는 설명해내지 못한다. 

부함장이 가진 트라우마는 사실 테러범인 폭탄 설계자의 정체를 파악하고 만나게 된 순간 더욱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속에서 크게 폭발력이 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폭탄 설계자가 굳이 소음 폭탄을 이용해야 했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과거 전문가가 아니었던 폭탄 설계자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폭탄을 만들어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저 그가 멘사 회원이라는 아주 얕은 이유만을 던지고 있을 뿐이다. 

영화에는 부함장의 아내(이상희)가 등장한다. 폭탄 해체반에서 일하고 있는 그가 유일하게 폭탄을 해체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부함장은 그와 어떤 상의도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취재기자와 뛰어다닐 뿐이다. 또한 영화 속 취재기자도 어설픈 모습만 보여주며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개그를 선보인다. 부함장의 아내와 취재기자 모두 영화 속에 겉돌기만 하고 부속품으로 활용될 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긴박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김 빠지는 캐릭터와 이야기

종합해보면 부함장은 폭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 폭탄을 찾아 뛰어다니고, 그의 주변 인물들은 폭탄 해체에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그저 소비되고 만다. 다른 무엇보다 폭탄 설계자가 왜 부함장을 괴롭혀야 하고 테러로 다른 사람들, 특히 부함장의 가족까지 희생시켜야 하는지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무척 공허하게 느껴진다. 
 
 영화 <데시벨> 장면

영화 <데시벨> 장면 ⓒ (주)마인드마크

 
영화를 보면서 이미 많은 폭탄 테러 영화, 잠수한 영화 등에서 보아왔던 장면들이 떠올라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많다. 그래서 영화가 꽤나 낡은 이야기와 액션을 재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소리를 이용한 폭탄이라는 좋은 아이디어를 사용하고도 전혀 신선함을 느낄 수 없게 구성된 이야기와 캐릭터는 무척 실망스럽다. 

결국 이 영화는 부함장의 결정에 의해 발생한 트라우마와 영향을 다루는 이야기다. 영화의 과거 사건인 잠수함에서 살아남은 이가 그 결정을 한 부함장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노력이다. 부함장은 자신의 결정의 죄책감을 마음에 담고 살고 있다. 그리고 그때 살아남은 선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선원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챙긴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결정을 반대했던 사람은 그에게 반기를 들고 테러로 공격을 한다. 그 결정이 이 영화의 비극을 낳게 되었지만 부함장은 자신의 힘으로 그 방법이 잘못된 길임을 알려주려 영화 내내 노력한다.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한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부함장 역할을 맡은 김래원과 폭탄 설계자 역할을 맡은 이종석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두 인물이 가진 분노와 상실감을 무척 잘 표현하고 있다. 각자가 잘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 취재기자 역할을 맡은 정상훈의 연기도 나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상황에 맞지 않는 연기톤 때문에 돋보이지 않는다. 영화 <데시벨>은 기발한 폭탄에 대한 아이디어와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에서 실망스러운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데시벨 김래원 이종석 테러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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