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러 출신으로 WWE 챔피언만 8번을 지낸 '더 락' 드웨인 존슨은 가장 성공한 레슬러 출신 영화배우를 넘어 현존하는 할리우드 배우들 중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지난 2001년 <미이라2>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존슨은 2010년대 들어 카 체이싱 액션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합류하면서 프로 레슬러 출신을 넘어 할리우드의 인기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 드웨인 존슨은 젊은 영화 마니아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MTV영화제 정도에서만 종종 후보에 이름을 올릴 뿐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 시상식 같은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는 한 번도 노미네이트된 적이 없다. 한 마디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존슨은 193cm 130kg의 건장한 체격과 화끈한 액션연기, 화려한 입담으로 언제나 관객들에게 평균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는 대중친화적인 배우로 유명하다.

80~90년대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실베스타 스텔론부터 지금의 드웨인 존슨까지. 각 시대마다 연기력은 조금 떨어져도 큰 키와 근육질 몸매, 남성적인 외모를 가진 액션 배우들은 젊은 남성관객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그리고 드웨인 존슨이 등장하기 전까진 바로 이 배우가 '마초적인 남성배우'의 대표주자로 군림했다. <분노의 질주>와 <트리플 엑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유명한 빈 디젤이 그 주인공이다.
 
 <트리플 엑스>는 1편 흥행 후 15년이 지난 2017년에야 빈 디젤이 출연하는 '진짜 속편'이 개봉했다.

<트리플 엑스>는 1편 흥행 후 15년이 지난 2017년에야 빈 디젤이 출연하는 '진짜 속편'이 개봉했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도미닉-젠더-그루트라는 독특한 필모 가진 배우

대학 시절 영문학을 전공하며 취미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던 디젤은 자신이 직접 감독과 제작,주연,각본을 맡은 단편영화 <멀티페이션>이 1997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디젤이 본격적으로 관객들에게 알려진 작품은 1999년 아카데미 감독상에 빛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였다. 디젤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독일 저격수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애드리안 카파조 일병을 연기했다.

2000년 <리딕>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였던 <에이리언 2020>에 출연한 디젤은 2001년 <분노의 질주>에서 도미닉 토리토 역을 맡으며 단숨에 젊은 스타배우로 떠올랐다. 디젤은 2019년에 개봉했던 외전 <분노의 질주: 홉스&쇼>를 제외한 <분노의 질주> 전 시리즈에 개근했다. 디젤은 내년 개봉 예정인 <분노의 질주10>과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예고된 <분노의 질주11>까지 출연이 예정돼 있다.

<분노의 질주>로 스타덤에 오른 디젤은 2003년에 개봉한 <패스트&퓨리어스2>에서 카메오 출연으로 만족하고 대신 롭 코헨 감독의 차기작 <트리플 엑스>에 출연했다. 디젤이 국가 비밀요원으로 변신하는 스턴트 전문가 젠더 케이지를 연기한 <트리플 엑스>는 70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2억7700만 달러라는 쏠쏠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디젤은 <트리플 엑스> 속편 출연을 고사하고 <디아블로>와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 <바빌론 A.D.>등 여러 영화에 출연했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제외하면 흥행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 없었다. 그렇게 디젤은 <분노의 질주>의 도미닉 같은 마초적인 상남자 전문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여기에 2000년대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비슷한 이미지의 드웨인 존슨이 인기를 얻으면서 할리우드에서 디젤의 입지는 점점 줄어 들었다.

하지만 디젤은 2014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1,2>와 <어벤저스:인피니티 워>,<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나무' 그루트의 목소리 연기를 맡으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그루트는 지난 여름 단독 애니메이션 <나는 그루트>가 제작될 정도로 <가오갤>의 마스코트로 큰 사랑을 받았고 오늘날 그루트는 <분노의 질주>의 도미닉과 함께 빈 디젤이라는 배우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124분간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논스톱 액션
 
 스토리의 치밀함은 약해도 액션의 화끈함만 보면 <트리플 엑스>는 오락영화로 전혀 나무랄 데가 없는 작품이다.

스토리의 치밀함은 약해도 액션의 화끈함만 보면 <트리플 엑스>는 오락영화로 전혀 나무랄 데가 없는 작품이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이단 헌트, <제이슨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 <어벤저스>의 블랙 위도우까지. 관객들이 사랑하는 영화 속 요원이나 스파이들은 대부분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지금의 능력과 노련함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트리플 엑스>의 젠더 케이지(빈 디젤 분)는 전문적인 훈련과정 없이 두 차례의 테스트만 통과하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낙하산 요원(?)이다.

사실 온갖 위험천만한 장면을 보호장비 없이 촬영한 후 인터넷에 올려 돈을 버는 젠더의 직업은 요즘으로 치면 '스턴트 전문 유튜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젠더의 능력을 눈 여겨 보던 미 비밀첩보국의 간부 오거스터스 기븐스(사무엘 L. 잭슨)는 젠더에게 2가지의 힘든 테스트를 보게 한 후 이를 통과한 젠더를 체코 프라하로 투입시킨다. 그리고 젠더는 자신의 뛰어난 육감을 발휘해 동유럽 범죄조직의 두목 요르기(마튼 초카스 분)의 음모를 막아낸다. 

사실 훈련 안 된 유튜버가 단신의 몸으로 경찰은 물론 쟁쟁한 요원들도 어쩌지 못한 범죄조직을 소탕한다는 <트리플 엑스>의 이야기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트리플 엑스>는 치밀한 서사로 관객들을 이해시키는 영화가 아니라 화끈한 액션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영화다. 따라서 빈 디젤이 선사하는 액션을 즐길 준비가 된 관객들은 훨씬 재미 있게 <트리플 엑스>를 감상할 수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브레이크가 없는 논스톱 액션을 즐길 수 있는 <트리플 엑스>는 런닝 타임 내내 관객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강렬한 메탈사운드가 흐른다(롭 코헨 감독은 전작 <분노의 질주>에서도 강렬한 메탈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 있다). 특히 오프닝 장면에서는 독일의 메탈밴드 람슈타인의 공연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에서 연주하는 < Feuer Frei >라는 곡은 실제 <트리플 엑스>의 사운드트랙 앨범에 첫 번째로 수록됐다. 

제작비의 4배 가까운 흥행성적을 올린 <트리플 엑스>는 빈 디젤이 속편합류를 고사하자 2005년 래퍼 겸 배우 아이스 큐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트리플 엑스: 넥스트 레벨>을 선보였다. 6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속편은 세계흥행 7000만 달러에 그쳤고 영화에 대한 평도 좋지 못했다.하지만 <트리플 엑스>는 2017년 빈 디젤이 합류한 <트리플 엑스 리턴즈>를 제작해 3억4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아이언맨 설득한 퓨리 국장, 젠더도 설득했었네
 
 사무엘 L.잭슨은 <트리플 엑스>에서도 <어벤저스>의 퓨리국장과 거의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무엘 L.잭슨은 <트리플 엑스>에서도 <어벤저스>의 퓨리국장과 거의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세계안전보장이사회 휘하의 국제 안보기관 실드의 닉 퓨리 국장은 사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안에서 전투요원으로서의 활약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퓨리국장은 아이언맨 수트를 만든 세계 굴지의 무기회사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회장 토니 스타크와 뼛속까지 군인정신으로 가득한 스티브 로저스를 설득해 어벤저스 멤버로 합류시켰다. 그 점만 보더라도 퓨리는 MCU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MCU에서 히어로들을 설득하는데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던 사무엘 L.잭슨은 <트리플 엑스>에서도 미국 비밀첩보국 NSA의 고위간부 기븐스 역을 맡아 '파워 유튜버' 젠더에게 요원이 돼달라고 설득한다. 물론 '거절하면 감옥행'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서가 달려 있긴 했지만 기븐스는 젠더를 설득해 체코로 보내는데 성공하고 본인 역시 체코로 날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건해결을 위해 젠더를 지원한다. 

범죄단체 두목 요르기의 애인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러시아에서 파견된 요원이었던 옐레나는 팜므파탈 매력으로 젠더의 마음을 흔든다. 매력적인 여성 옐레나를 연기한 이탈리아 출신의 아시아 아르젠토는 할리우드와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배우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해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006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유명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미라 앙투아네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뉴질랜드와 헝가리 국적을 가진 마튼 초카스는 <반지의 제왕> <본 슈프리머시> <킹덤 오브 헤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노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등 굵직한 작품들에 많이 출연한 배우다. <트리플 엑스>에서는 동유럽 비밀 범죄조직 아나키99의 리더이자 악역 요르기 역을 맡아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빈 디젤과 카리스마 대결을 벌이다 젠더가 쏜 총에 맞고 운전하던 보트가 폭발하면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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