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분, 전북 현대 골잡이 조규성의 오른발 슛

28분, 전북 현대 골잡이 조규성의 오른발 슛 ⓒ 심재철

 
화창한 가을날 K리그1 공식 일정이 다 끝났다. 홈 팀 전북 현대는 6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놓치기는 했지만 간판 골잡이 조규성의 득점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7271명 홈팬들과 함께 활짝 웃었고,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비록 아쉽게 졌지만 근래에 보기 드문 4위에 오른 덕분에 K리그 다크호스를 뛰어넘어 아시아 무대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김상식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3일 오후 3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2 K리그1 파이널 A그룹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조규성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2-1로 이겨 준우승 성적으로 리그를 끝내고는 FA(축구협회)컵 결승전 홈&어웨이 두 게임만 남겨놓게 되었다.

17골 '조규성', 짜릿한 득점왕 드라마

일주일 전 게임 결과로 이미 두 팀의 최종 순위는 2위와 4위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 조금 싱거워보일 수 있는 게임이었지만 벤투호의 골잡이로서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 기대하고 있는 전북 현대의 골잡이 조규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면서 개인 기록(득점 부문) 최종 결과 반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같은 시각 라이벌 팀 울산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맞붙은 게임에서 2021 시즌 득점왕 주민규가 1골이라도 넣게 되면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전북 현대 조규성의 득점왕 역전 드라마는 운도 조금 따라주었다.

41분에 한교원의 왼발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을 향해 뻗어나가는 순간, 바로 앞 수비수 델브리지가 등을 돌리며 막으려고 했던 왼팔에 공이 맞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박병진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하고 델브리지에게 노란 딱지를 내밀었다. 조규성이 득점왕 타이틀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조규성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은 누구보다 떨리는 K리그 첫 게임을 치르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민성준을 속이며 가운데 방향으로 빨려들어갔다. 조규성의 개인 득점 기록이 16골까지 올랐으니 후반전에는 본격적인 득점왕 뒤집기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 뻔했다.

하루 전 수원 FC 선수들이 승강 플레이오프 위험에 처한 FC 서울을 상대로 이승우의 득점왕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과는 달리 전주성의 기운은 조규성의 발끝을 충분히 밀어주고 있었다. 후반전에 그 기운은 더 특별했다. 48분에 주장 김진수가 찔러준 공은 슛 각도가 넉넉하지 않았지만 조규성의 추가골을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민성준이 각도를 잘 잡고 조규성의 왼발 슛을 기막히게 쳐냈다.

그리고는 운명의 순간이 조규성 앞에 다가왔다. 57분, 바로우의 빠른 역습 드리블이 중앙선을 넘을 때 왼쪽 측면으로 공간을 넓히며 움직인 조규성에게 좋은 패스가 넘어왔다. 여기서 조규성은 주춤거리지 않고 방향을 틀더니 과감한 왼발 슛을 날렸다. 바로 앞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노련한 수비수 오반석이 몸을 날렸지만 조규성의 낮은 슛은 오반석 다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골 라인을 넘어들어갔다. 골키퍼 민성준도 역동작에 걸려 팔을 뻗어봤지만 글러브 끝을 스치며 들어가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조규성은 31게임을 뛰며 17골(게임 당 0.55골)을 터뜨려, 같은 골 수의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37게임 17골)를 6게임 차로 밀어내고 득점왕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같은 시각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주민규가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수로 나와서 교체 없이 끝까지 뛰었지만 끝내 1골을 추가하지 못하는 바람에 조규성이 극적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69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민석의 헤더 골 순간

69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민석의 헤더 골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FC 후반전 교체 선수 김민석은 69분에 김준엽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헤더 골을 터뜨려 4위 팀의 기세를 보여주었다.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003년 창단 이후 2005 K리그에서 '비상' 다큐멘터리까지 찍어내며 정규리그 통합 1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의 놀라운 역사를 이룬 이후 이번에 4위까지 솟구친 성적을 거둬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시즌을 끝냈다.

그리고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축구의 신이 주는 선물 하나를 간절하게 기다릴 수 있게 됐다. 바로 2023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이다. 4위로 시즌을 끝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안 되지만 2위로 시즌을 끝낸 전북 현대가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면 리그 4위에게 그 티켓이 넘어오기 때문이다.

이제 전북 현대는 27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찾아가서 FC 서울과 2022 FA(축구협회)컵 결승 1차전을 뛰며, 30일 오후 2시에는 전주성으로 돌아와 2차전을 맞이하게 된다. 2년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전북 현대와 2015년 이후 7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FC 서울의 만남에 이처럼 묘한 관계가 엮이며 전북 현대의 우승을 바라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라는 응원 팀이 생긴 것이다.

2022 K리그 1 결과(23일 오후 3시, 전주성)
 
전북 현대 2-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조규성(43분,PK), 조규성(57분) / 김민석(69분,도움-김준엽)]
 
2022 K리그 1 최종 순위표
1 울산 현대 76점 22승 10무 6패 57득점 33실점 +24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2 전북 현대 73점 21승 10무 7패 56득점 36실점 +20 (준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3 포항 스틸러스 60점 16승 12무 10패 52득점 41실점 +11 (AFC 챔피언스리그)
4 인천 유나이티드 FC 54점 13승 15무 10패 46득점 42실점 +4
5 제주 유나이티드 52점 14승 10무 14패 52득점 50실점 +2
6 강원 FC 49점 14승 7무 17패 50득점 52실점 -2
7 수원 FC 48점 13승 9무 16패 56득점 63실점 -7
8 대구 FC 46점 10승 16무 12패 52득점 59실점 -7
9 FC 서울 46점 11승 13무 14패 43득점 47실점 -4
10 수원 블루윙즈 44점 11승 11무 16패 44득점 49실점 -5 (승강 플레이오프, vs FC 안양)
11 김천 상무 38점 8승 14무 16패 45득점 48실점 -3 (승강 플레이오프, vs 대전 하나시티즌)
12 성남 FC 30점 7승 9무 22패 37득점 70실점 -33 (2023 K리그2 강등)

2022 K리그 1 득점 랭킹 상위 10명
1 조규성(전북 현대) 17골 [31게임, 게임 당 0.55골]
2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17골 [37게임, 게임 당 0.46골]

3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 14골 [18게임, 게임 당 0.78골]
4 이승우(수원 FC) 14골 [35게임, 게임 당 0.4골]
5 바로우(전북 현대) 13골 [28게임, 게임 당 0.46골]
6 고재현(대구 FC) 13골 [32게임, 게임 당 0.41골]
7 오현규(수원 블루윙즈) 13골 [36게임, 게임 당 0.36골]
8 세징야(대구 FC) 12골 [29게임, 게임 당 0.41골]
9 엄원상(울산 현대) 12골 [33게임, 게임 당 0.36골]
10 김대원(강원 FC) 12골 [37게임, 게임 당 0.32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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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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