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환
한화이글스
선두 SSG가 한화를 완파하고 정규리그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랜더스는 22일 인천 SSG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때려내며 10-1로 승리했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8회말 대거 9득점을 올리는 '빅이닝'을 만들며 승리한 SSG는 이날 롯데 자이언츠에게 1-7로 패한 2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3.5경기로 벌리며 매직넘버를 '9'로 줄였다(84승4무46패).
SSG는 선발 박종훈이 7이닝을 5피안타7탈삼진1실점으로 막은 가운데 8회 등판해 1이닝을 던진 베테랑 노경은이 시즌 11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8회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킨 최지훈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외국인 타자 후안 라가레스가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반면에 8회 한화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장시환은 0.2이닝2피안타3실점으로 시즌 5패째를 당하며 역대 최다연패 타이기록인 18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심수창의 현역시절을 상징하는 기록이 된 '18연패'
현역 시절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를 거쳐 LG에서 은퇴한 심수창은 현역 시절 잘 생긴 얼굴과 야구를 대하는 성실한 자세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은퇴 후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심수창은 스포츠 예능 <최강야구>와 <마녀들-그라운드에 서다>등에 고정 출연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포테이너'로서 현역 때 만큼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심수창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는 바로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스포츠 토크 프로그램 <스톡킹>이다. <스톡킹>은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출신 정용국 캐스터가 사회를 보고 심수창이 고정패널 형식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스포츠 스타(주로 야구인)들을 초대해 선수시절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 토크쇼다.
심수창은 <스톡킹> 초기부터 캐릭터를 잡기 위해 '자학개그'를 많이 사용했다. 프로무대에서 변신을 거듭하며 16년 동안 버텨온 세월을 개그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 중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심수창의 대표적인 불명예 기록인 18연패였다. 심수창은 LG시절이던 2009년 6월부터 히어로즈로 이적한 2011년 8월까지 KBO리그 최고기록인 18연패를 당했고 심수창은 은퇴 후 이를 개그소재로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심수창의 18연패는 마냥 부끄러운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심수창은 18연패 경기 중 선발 등판한 15경기에서 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심수창이 연패기록을 세울 시기(2009~2011년) 소속팀 LG는 8개 구단 체제에서 7위, 6위, 6위를 기록했을 만큼 전력이 좋지 않았다. 투수의 승리와 패배가 팀 타선의 지원과 직결되는 부분임을 고려하면 심수창은 연패 기간 동안 타선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셈이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의 수장이 된 허구연 총재 역시 해설위원 시절 "심수창이 선발투수로서 가치가 없었다면 진작에 2군으로 내려 갔을 것"이라며 심수창의 18연패는 실력보다 불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프로 원년 22연승의 신화를 쓴 '불사조' 박철순 역시 자신의 22연승 기록보다 심수창의 18연패가 더 힘든 기록이라며 실력이 없는 선수라면 18연패를 당할 때까지 결코 1군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 강조했다.
2020년9월부터 80경기에서 내리 18연패
이처럼 18연패는 고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과 송진우의 200승처럼 심수창이라는 투수를 상징하는 고유의 기록으로 남는 듯 했다. 심수창 역시 방송을 통해 "내 기록을 넘보지 말라"며 18연패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심수창은 18연패 기록을 후배 투수와 공유하게 됐다. 22일 SSG전에서 한화의 장시환이 동점 상황에 등판해 3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장시환은 연패기록은 2020년 9월27일 NC다이노스전(5이닝6피안타4실점(3자책) 패전이 그 시작이었다. 2020년 2연패로 시즌을 마감한 장시환은 작년 17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19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11패1홀드 평균자책점7.04로 크게 부진했다. 17번이나 선발로 등판하면서 승리가 없었다는 게 불운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장시환은 작년 17번의 선발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가 단 한 차례에 불과했을 정도로 투구내용도 좋지 못했다.
작년 선발투수로 한계를 보인 장시환은 올해 불펜투수로 변신했다. 시즌 초반 중간계투로 활약하던 장시환은 마무리 정우람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마무리로 변신해 6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서 적성을 찾는 듯 했다. 하지만 6월까지 승리를 챙기지 못한 장시환은 7월에만 승리 없이 3패를 추가하며 연패기록이 '17'로 늘고 마무리 자리도 후배 강재민에게 내주고 말았다.
사실 장시환은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연패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9회말 1사1,2루에 등판해 끝내기 위기를 막은 장시환은 10회 초 한화가 1점을 올리며 승리투수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10회말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장시환은 선두타자 최형우를 실책으로 출루시키고 류지혁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자책점 없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장시환은 일주일 후 드디어(?) 아무도 넘보지 못했던 심수창의 18연패 기록을 따라 잡았다.
사실 순위싸움이 큰 의미가 없어진 한화가 베테랑투수 장시환의 연패탈출에 신경을 썼다면 장시환을 선발로 돌리거나 한화가 리드하고 있는 5회에 등판시켜 1,2이닝을 던지게 해 승리를 챙겨주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한화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꼼수'를 쓰지 않고 '필승조' 장시환을 정상적인 승부처에서 투입했고 결국 장시환은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과연 장시환의 연패기록은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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