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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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보석 사냥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영국은 이로 인하여 손쉽게 다이아몬드를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다이아몬드 채굴은 어려운 작업이었고, 위험하고 혹독한 노동은 주로 흑인 원주민들의 몫이었다.
남아공 킴벌리 광산에서 1871년부터 1914년까지 43년간 약 5만여 명의 노동으로 획득한 다이아몬드 채굴량은 약 2.722kg에 달했고, 대가는 모두 영국이 가져갔다. 현재 킴벌리 광산은 빅홀이라는 이름으로 호수처럼 구덩이에 물이 고여 관광지로 변했는데, 안전사고 위험과 자연 환경 훼손으로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다이아몬드의 맛에 매료된 영국은 아프리카 전역에 대한 지질조사에 나섰고,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인 시에라리온에서 최상급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한다.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은 오랜 내전과 부패한 정부로 인한 극심한 빈부격차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이아몬드의 발견은 또다른 비극의 시작에 불과했다.
많은 분쟁지역을 취재했던 김영미 탐사전문 PD는 "어느 정도 마음을 먹고 갔음에도, 공항 입국에서부터 팔다리가 없는 사람들이 구걸을 하려 다가오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시에라리온의 탄생 배경은 미국의 독립전쟁과 영국의 노예제 폐지라는 굵직한 두 개의 사건과 맞물려 있다. 노예해방을 조건으로 미국 독립전쟁에 영국 병사로 참전했던 흑인 해방노예들은 영국이 전쟁에서 패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런던으로 몰려들었다. 난처해진 영국 정부는 해방노예들에게 자유의 땅인 아프리카로의 이주를 권유하며 사실상 추방을 단행했다.
영국 해방노예들에 의하여 건국된 나라가 시에라리온, 그 밑에 위치하여 미국의 해방노예들이 건국한 나라가 지금의 라이베이라다. 이는 또다른 비극의 모순을 불러왔다. 얼마전까지 노예였던 이주민들이 기득권 계층이 되어 같은 흑인인 현지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아 핍박하고 사고 팔며 이득을 취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다이아몬드 광산의 발견은 시에라리온에 또다른 비극의 씨앗이 됐다. 영국의 대표적인 다이아몬드 생산기업인 '드비어스'는 한때 세계 다이아몬드 유통의 90% 이상을 독점할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제국주의가 쇠퇴하고 왕정들이 붕괴하면서 왕실과 귀족의 상징이었던 다이아몬드의 인기도 사그라들었다. 자연히 드비어스도 극심한 경영난과 폐업 위기에 몰렸다.
드비어스는 경영전략을 바꿔 이제는 일반 대중을 겨냥하여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슬로건을 제시한다. 오늘날 다이아몬드에게 결혼예물이자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상징이 된 것이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20세기 최고의 광고 중 하나로 꼽힌다. 심지어 그 영향력은 국내에도 전파되었으나 화제를 모았던 '이수일과 심순애'에서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라는 명대사는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 다양한 대중문화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드비어스는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고 나서 채굴권을 독점했다. 시에라리온의 원주민은 흔하게 굴러다니는 다이아몬드를 돌멩이처럼 여기고 그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2차대선에서 영국의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시에라리온 군인들을 통하여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현지인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광산의 채굴권을 독점한 드비어스와 원주민들간에 불법채굴과 밀수문제 등으로 갈등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