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한국전력을 꺾고 통산 5번째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 점보스는 28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한국전력 빅스톰과의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16,25-23,25-23)으로 승리했다. 작년까지 우승 4회와 준우승2회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함께 최다우승 공동 1위였던 대한항공은 올해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현대캐피탈을 제치고 컵대회 최다우승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서브득점2개와 블로킹 3개를 곁들이며 61.11%의 공격성공률로 16득점을 올렸고 블로킹 4개를 잡아낸 정한용도 12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이번 대회 한선수 세터와 곽승석, 김규민 등 베테랑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은 대한항공은 우승과 함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 특히 대한항공의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은 5경기에서 100득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대회 MVP에 선정됐다.

외국인 선수와 공존한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은 입단 초기만 해도 쟁쟁한 선배들과 외국인 선수에 밀려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했다.

임동혁은 입단 초기만 해도 쟁쟁한 선배들과 외국인 선수에 밀려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여자부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이 큰 남자부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6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가 득점 부문 상위 여섯 자리를 독차지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 지명을 받았던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는 34경기에서 659득점을 올리며 득점 6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201cm의 링컨은 전형적인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선수다. 하지만 서브리시브를 면제 받으면서 공격에만 전념했음에도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한 레오나르도 레이바(OK금융그룹 읏맨,870점)나 알렉산드리 페헤이라(804점)보다 득점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링컨이 득점 6위 안에 포함된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적은 공격을 시도(1068회)했던 것은 결코 링컨의 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대한항공은 링컨이 KB손해보험 스타즈에서 활약했던 노우모리 케이타(블루발리 베로나)처럼 리그를 지배하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지난 시즌 24승12패로 여유 있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바로 링컨의 뒤를 받치는 1999년생의 젊은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동혁은 지난 시즌 링컨과 출전시간을 나누면서 35경기에 출전해 419득점을 기록하며 대한항공의 독주에 크게 기여했다.

임동혁이라는 주전급 백업선수의 존재 덕분에 다른 팀 외국인 선수에 비해 체력소모가 적었던 링컨은 봄 배구에서 폭발했다. 링컨은 KB손해보험과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 31득점, 2차전 23득점, 3차전 34득점을 기록하는 대활약으로 대한항공의 통합 2연패를 이끌며 챔프전 MVP에 등극했다. 정규리그엔 임동혁, 챔프전에선 링컨을 적극 활용한 틸리카이넨 감독의 용병술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사실 임동혁은 1~2년 전에 갑자기 튀어나와 활약하기 시작한 '깜짝스타'가 아니라 이미 제천산업고 시절부터 한국배구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불리던 준비된 유망주다.

특히 고3 시절이던 2017년8월 바레인에서 열린 U-19 세계남자배구선수권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한국전력), 리베로 박경민(현대캐피탈)과 함께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다. 대표팀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은 대회 베스트7과 함께 득점상을 수상했다. 

5경기 100득점 폭발, 컵대회선 적수가 없다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컵대회에서 200cm의 신장을 자랑하는 국가대표 아포짓 임동혁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컵대회에서 200cm의 신장을 자랑하는 국가대표 아포짓 임동혁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 한국배구연맹

 
대표팀 동료였던 임성진이 성균관대, 박경민이 인하대 진학을 선택한 것과 달리 임동혁은 고교 졸업반이던 2017년 곧바로 프로 무대에 도전했다. 그리고 '제2의 정지석'을 키우려 했던 대한항공에서 임동혁을 전체 6순위로 지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는 아웃사이드 히터에 정지석과 곽승석, 아포짓 스파이커에는 외국인 선수 미차 가르파리니와 안드레스 비예나 등이 있었기 때문에 임동혁에게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실제로 임동혁은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68경기에 출전했지만 단 111득점을 올리는 미미한 활약에 그쳤다. 혹자는 한국배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특급유망주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대학무대를 거치지 않고 섣불리 프로행을 선택하면서 오히려 성장이 더뎌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프로에서 원포인트서버로 전전하느니 대학에서 또래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며 경험을 쌓는 것이 더 나아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20년 컵대회에서 MIP를 수상하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임동혁은 2020-2021 시즌을 통해 대한항공의 핵심전력으로 급부상했다. 서브리시브가 가능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되면서 아포짓 스파이커에 고정된 임동혁은 33경기에서 506득점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 득점 4위(전체 9위)에 올랐다. 임동혁은 지난 시즌에도 한정된 출전기회 속에서 400득점을 넘기면서 대한항공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V리그 2연패 후 대표팀에 선발돼 발리볼 챌린지컵과 AVC 대회에 출전한 임동혁은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올해 컵대회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MVP에 선정됐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79.17%의 무시무시한 성공률로 45득점을 올린 임동혁은 27일 우리카드 우리원과의 준결승에서도 65.31%의 성공률로 35득점을 퍼부었다. 임동혁은 28일 한국전력과의 결승에서도 20득점을 기록하며 대한항공의 컵대회 5번째 우승을 견인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컵대회 타이틀을 탈환했지만 대한항공과 임동혁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V리그 통합 3연패다. 지난 시즌 챔프전 MVP 링컨과 재계약했고 대부분의 핵심 선수들이 건재한 대한항공은 다가올 2022-2023 V리그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그리고 컵대회 MVP이자 1999년생의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이 2022-2023 시즌 코트에서 성장한 기량을 보여준다면 대한항공의 통합 3연패 확률 역시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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