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행렬이 끊어졌지만 2019년에만 해도 전국에는 무려 270개의 해수욕장이 개장했다(해양수산부 기준).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바다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물론 산이나 계곡, 그리고 최근엔 도심에서 즐기는 호캉스나 캠핑처럼 다양한 휴양이 늘어나고 있지만 역시 넓은 모래사장과 탁 트인 바다에서 즐기는 해수욕 만큼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바캉스도 드물다. 

300개에 가까운 전국 해수욕장 가운데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해수욕장은 단연 부산에 위치한 해운대 해수욕장이다. 부산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과 인접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고 규모도 전국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이용하기 편리한 만큼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성수기 주말 해운대를 찍은 사진을 보면 멋진 모래사장은 온데간데 없이 사람과 튜브, 파라솔만 보일 정도.

해운대는 부산과 해수욕장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가진 곳이기 때문에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과 영화 <친구2> <쓰리섬머나잇> 등 여러 작품들 속에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멜로와 코미디, 범죄영화 속에 등장했던 해운대가 이 영화에서는 재난이 덮치는 끔찍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 신예배우 이민기의 연기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던 2009년작 <해운대>였다.
 
 2009년에 개봉한 <해운대>는 '쌍천만 감독' 윤제균 감독의 첫 번째 천 만 영화였다.

2009년에 개봉한 <해운대>는 '쌍천만 감독' 윤제균 감독의 첫 번째 천 만 영화였다. ⓒ CJ ENM

 
<해운대> 이후 주연배우로 안착한 이민기

2003년 광고모델로 데뷔한 이민기는 단막극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2005년 MBC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모델을 지망하는 노소장의 둘째 아들 노태완을 연기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와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 <달자의 봄>,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 등에서 맡은 캐릭터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데뷔 초 이민기의 대표 이미지는 직장인 및 주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연하남이었다.

2008년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에 이어 한일 합작영화 <오이시맨>에 출연한 이민기는 2009년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에 캐스팅돼 설경구가 연기한 최만식의 동생이자 해양구조대 최형식 역을 맡았다. 경남 김해 출신의 이민기는 연예계 데뷔 후 어렵게 사투리를 고쳤지만 <해운대> 촬영 당시 봉인(?)을 풀어 원 없이 고향의 언어를 구사했고 <해운대>는 전국 11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이민기는 <해운대>보다 2주 먼저 개봉했던 또 하나의 대작영화 < 10억 >이 전국 43만 관객에 그쳤지만 < 10억 >의 흥행실패가 이민기의 입지를 작아지게 만들진 않았다. 2011년 <해운대>에서 썸만 타다 이별한 강예원과 재회한 오토바이 액션영화 <퀵>을 통해 전국 310만 관객을 동원한 이민기는 같은 해 연말 손예진과 함께 출연한 <오싹한 연애> 역시 연말과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며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민기는 2013년 김민희와 함께 출연한 <연애의 온도>(전국 180만)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2010년대 들어 주연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이민기는 2014년 연쇄살인마로 변신한 <몬스터>가 52만, 이태임의 스크린 은퇴작이 된 <황제를 위하여>가 59만에 그치며 주춤했다. 2014년 8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한 이민기는 소집해제 후 2017년 정소민과 함께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2018년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에서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재벌 3세 역을 맡아 서현진과 달달한 멜로연기를 선보인 이민기는 2019년 <모두의 거짓말>,작년 <오!주인님>에 출연했다. 2020년 대선배 박신양과 함께 영화 <사흘> 촬영을 마친 이민기는 지난 5월 큰 화제 속에 종영된 jtbc 주말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가네 삼남매의 둘째 염창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코미디로 시작해 신파로 끝나는 윤제균 영화의 공식
 
 <해운대>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연출한 이민기는 <해운대> 이후 3편의 주연작을 연속으로 흥행시켰다.

<해운대>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연출한 이민기는 <해운대> 이후 3편의 주연작을 연속으로 흥행시켰다. ⓒ CJ ENM

 
영화 <해운대>는 2004년 동남아를 강타하며 3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15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발생시켰던 '최악의 지진해일(쓰나미)이 한국의 가장 큰 해수욕장에 덮친다면?'이라는 무서운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다. <해운대>는 <낭만자객>의 흥행실패 후 철치부심한 윤제균 감독이 차기작 < 1번가의 기적 >을 만들기 전부터 구상에 들어갔던 작품으로 5년 이상의 긴 준비기간 끝에 탄생한 영화다.

물론 영화 시작 13분 만에 괴물이 한강을 습격하는 <괴물> 같은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의 재난 영화들은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가 런닝 타임이 절반 정도 지나갔을 때 본격적인 재난 장면이 시작된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공식을 답습한 데다가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 등 코미디 영화 연출에 익숙한 윤제균 감독이 만든 <해운대> 역시 영화 시작 1시간 18분이 지난 후에야 영화 속 캐릭터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다.

<해운대>에서 이민기는 주인공의 동생 역을 맡은 조연이었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연출했다. <해운대>에서는 김휘(박중훈 분)와 이유진(엄정화 분) 부부를 비롯해 많은 캐릭터들이 쓰나미에 의해 목숨을 잃지만 해상구조요원 최형식은 유일하게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결정'했다. 단 좋아하는 여성 희미(강예원 분)를 위해서가 아닌 빌런에 가까운 준하(여호민 분)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버리면서 관객들의 많은 원성(?)을 들었다.

사실 <해운대>는 N포털사이트 7.44점, D포털사이트 6.9점이라는 네티즌 평점이 말해주듯 재난영화로서 관객들에게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특히 주인공 만식과 연희(하지원 분)는 즉흥적으로 강한 전류가 흐르고 그리 높지 않은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지만 '주인공 보정'을 받고 목숨을 건진다. 반면에 재난 매뉴얼대로 고층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대피한 '서브 주인공 커플' 김휘와 이유진은 건물보다 더 높은 쓰나미에 휩쓸려 사망했다.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으로 가능성을 보였던 이른바 '코미디로 시작해 신파로 끝나는' 윤제균 감독 스타일의 영화 공식은 <해운대>의 천 만 돌파를 통해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윤제균 감독은 2014년에도 <국제시장>을 통해 1400만 관객을 모으면서 자신의 연출 스타일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코미디를 포함시키기 쉽지 않은 뮤지컬 영화 <영웅>을 통해 또 한 번 '흥행불패감독'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해운대>로 <마법의 성> 아픔 지운 강예원
 
 3수생 희미 역을 잘 소화한 강예원은 <해운대>를 통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로 성장했다.

3수생 희미 역을 잘 소화한 강예원은 <해운대>를 통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로 성장했다. ⓒ CJ ENM

 
2002년 구본승과 함께 영화 <마법의 성>에 출연했다가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가져야 했던 김지은은 2004년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에서 강예원이라는 예명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2007년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 1번가의 기적 >에서 자판기 수리기사 이훈과 썸을 타는 청송마을 주민으로 출연하며 5년 만에 영화에 복귀한 강예원은 2009년 <해운대>에서 바다에 놀러 온 3수생 김희미를 연기했다.

친구들과 해운대에 놀러 와서도 공부를 하는 독특한 캐릭터 희미는 형식과 썸을 타며 사랑을 싹트지만 준하의 방해 때문에 사이가 멀어진다. 쓰나미가 덮친 후 바다에 빠진 희미는 형식에 의해 간신히 목숨을 구하지만 형식이 준하를 구하고 스스로 바다에 떨어지면서 비련의 주인공이 된다. 강예원은 <해운대> 이후 영화 <퀵>과 <트릭> <비정규직 특수요원>, 드라마 <나쁜 녀석들> <한 사람만>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찍새, 드라마 <철인왕후>의 대령숙수로 유명한 배우 김인권에게도 <해운대>는 자신을 '천 만 배우'로 만들어준 의미있는 작품이다. <해운대>에서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서도 극적으로 목숨을 건지는 행운아 오동춘을 연기한 김인권은 <해운대> 이후 <방가?방가!>와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등에서 주연을 맡았고 2012년 자신의 두 번째 천 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출연했다.

2006년 드라마 <주몽>에서 고구려의 개국공신 오이를 연기하며 이름을 알린 여호민은 <해운대>에서는 재력을 앞세워 여성들을 유혹하는 '돈 많은 양아치' 준하 역을 맡았다. <해운대>의 인기캐릭터 형식이 "희미를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기며 준하를 구했지만 영화에서 준하와 희미의 뒷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2010년대 중반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한 여호민은 '퓨전사극의 거장' 이병훈 감독의 드라마에도 두 편(<동이> <옥중화>)이나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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