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청와대로 1번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공간 '청와대'의 주소다. 바로 이곳에서 12명의 역대 대통령들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3일 방송된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는 '청와대일체-랜선투어'편를 통하여 청와대 곳곳에 살아숨쉬는 역대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문화재청의 특별허가 하에 청와대를 전체 대관할 수 있었는데, 예능에서 청와대 전체를 빌려 방송을 진행한 건 역대 최초라고 한다. 이날 <집사부일체>에서는 사람이 아닌 역사의 공간 그 자체인 청와대를 사부로 삼았다.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5월 10일부터 국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청와대 설립 이후 약 74년 만이었다. 개방 이후 한달여만에 벌써 약 99만 명의 관람객들이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멤버들은 청기와의 청와대 본관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멤버들은 역대 대통령들이 걸어다녔던 길을 직접 걸으며 역사의 기운을 느꼈다. 청와대를 소개할 특별가이드로 역사학자 심용환이 합류했다.
 
 SBS 예능 <집사부일체> 한 장면.

SBS 예능 <집사부일체> 한 장면. ⓒ SBS

 
대한민국 역사의 공간으로
 
청와대의 터는 역사적으로 명당으로 알려졌다. 무려 900여 전인 고려 숙종 시절에 현재의 청와대와 경복궁 북부일대로 추정되는 지역에 궁궐을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건립당시 본관 우측에 위치한 산에서는 조선 중기때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하제일복지(천하에서 제일 좋은 땅)'라는 글이 새겨진 돌이 발견되기도 했다.
 
멤버들은 청와대 본관으로 입성했다. 서양식 샹들리에서 다포양식과 용머리 모양 기와같은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접목한 조명, 좌우로 시원시원하게 쭉 뻗어있는 복도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인테리어에 멤버들은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은지원은 남다른 눈썰미로 청와대가 중앙 냉난방시스템이라는 것과 곳곳에 금빛으로 가득한 인테리어를 발견해내며 신기해했다. 실제 오일쇼크 영향으로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했던 70년대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냉난방 금지령이 내려지며 청와대 전체가 추위에 떨며 업무를 보기도 했다고.
 
멤버들은 아직 관람객들에게는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세종실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나타나는 세종전실에는, 초대부터 19대까지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었다. 실사에 가깝게 세밀하게 그려진 초상화에 멤버들은 감탄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초상화 기법은 실제와 닮게 그리는 것 만큼이나 인물의 내면을 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세종실이라는 공간의 이름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되새기고자 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세종실의 바닥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을 모티브로 하여 한글을 별로 형상화된 독특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바로 옆에는 국정을 논의하던 국무회의실이 있지만 아직은 개방되지 않았다.
 
멤버들은 이어 대통령 영부인의 집무실인 무궁화실로 이동했다. 세종실과 달리 무궁화실에는 초상화 대신 역대 영부인의 실제 사진이 걸려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퍼스트레이디이자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리 여사는 오스트리아인이었고, 당시 국민들에게는 한국식 이름 이부란으로 불렸다.
 
역대 영부인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를 누렸던 인물로 육영수 여사가 꼽힌다. 무서운 독재자 이미지가 강했던 남편 박정희와 대조적으로, 육 여사는 온화한 이미지로 국민들의 호감을 샀다. 청와대 방문객들에게 당시만 해도 고가의 물건이던 귤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고.
 
노태우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는 청와대 생활이 너무 답답한 나머지 남편에게 청와대 경내를 산책해 볼 것을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즉석에서 경호원을 따돌리고 몰래 나가서 로맨틱하게 둘만의 청와대 산책을 즐겼다. 하지만 알고보니 처음 나갈때부터 경호원이 몰래 따라오고 있었다고. 김 여사는 그날 이후 "여기서는 5년간 사생활이 없다"라고 인정하고 포기했다고.
 
본관 오른쪽에는 충무실이 위치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의미로 정해진 이름이다. 충무실은 입구부터 천장이 확 높아지는 구조였는데 이순신 장군의 웅장한 기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천장의 단청무늬는 목조 건물에 여러 가지 색으로 무늬를 그려서 아름답고 장엄한 효과를 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충무실은 주로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거나 외국 정상을 위한 소규모 연회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옛날에는 대통령과 피임명자 사이의 거리가 멀찍이 벌어져서 임명장을 수여받을 때 엉거주춤한 모양새가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권위주의 색채가 얕아지며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멤버들은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걷던 레드카펫이 깔려진 청와대 중앙계단을 오르다보면 1층과 2층의 경계에서 한반도를 그려낸 '금강산수도'를 만나게 된다. 멀리서 계단을 처음 오를 때는 작아보이지만 눈앞에 도착하면 거대한 한반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대통령의 선택이 이 거대한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책임감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멤버들은 집무실로 들어샀다. 뉴스에서 보던 풍경에 멤버들은 모두 신기해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히는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1993), 이명박 대통령의 통화 스와프 협정(2008) 등 대한민국의 역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결정들이 이루어진 공간이다. 국정의 중요한 결정들은 언론에 공개되어야 하기에 굳이 집무실에서 대통령이 사인을 남기는 모습은, 공식 발표의 상징이 됐다.
 
대통령들에게 집무실은 홀로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판단해야 하는 고뇌의 공간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무실을 두고 '적막강산 같다'라고 표현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끝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고뇌가 드러난다. 
 
집무실은 여러 개의 문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참모들이 이용하는 문은 단 하나였다. 문을 열고 집무실 책상에 있는 대통령에게까지 걸어오는 공간은 약 15미터다. 때로는 대통령이 싫어하는 난처한 안건도 가져와야 하는 참모들에게는 짧지만 긴 곤욕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대통령에게 등을 보일 수 없어서 뒷걸음질로 나가다가 넘어지는 해프닝도 비일비재했다고.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집무실에서 대통령 앞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과정에서 인사만 3~4번을 반복하게 된다는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둘러싼 명장면

멤버들은 전직 대통령들의 전속 사진사로 근무했던 홍성규-장철영씨를 만나 사진으로 남은 역대 대통령들의 명장면을 둘러싼 뒷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홍성규 사진사는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조깅 일화'를 소개했다. 연장자인 김영삼 대통령은 평소보다 빠르게, 젊은 클린턴 대통령은 느리게 서로의 속도를 맞춰졌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영어가 서툴었던 김영삼은 'How are you'라고 인사를 해야하는 것을 'Who are you?(너 누구냐)'라고 묻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재치있게 "나는 힐러리의 남편"이라고 농담으로 응수하자, 김영삼 대통령이 다시 "미투"라고 대답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반면 김영삼 대통령은일본어는 프리토킹이 가능할만큼 매우 능숙했다. 당시 한일관계가 경색되었던 상황에서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와 만찬을 가졌던 김 대통령은 하시모토의 손을 잡고 웃으며 등장하더니 "야(이 사람의 영남 사투리)가 나를 이제 형님으로 부르기로 했다"라는 돌발발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던 직설적이고 호탕한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휴가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였다. 홍성규사진사는 미국 대통령들이 휴가지에서의 일상을 사진으로 자연스럽게 공개하는 것에 영감을 얻어 김대중 대통령의 휴가지에도 동행하여 촬영을 시작했다. 평소의 근엄한 모습과 달리 대통령의 편안한 일상이 담긴 사진들은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휴가지에서도 계속된 사진 촬영에 점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나중에는 망원렌즈로 멀리서 몰래 찍어야 했다고. 
 
홍성규 사진사는 본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진이라며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퇴임 이후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 함께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며 "그동안 나와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하는 장면이었다.
 
아내인 동시에 평생 민주화 운동의 동지였던 이희호 여사에게 바치는 최대의 헌사였다. 홍성규 사진사는 "사진을 찍으면서 울컥했다"라고 고백했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온 사진사이기에 볼 수 있었던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SBS 예능 <집사부일체> 한 장면.

SBS 예능 <집사부일체> 한 장면. ⓒ SBS

 
장철영 사진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공식행사를 마치고 피곤에 지쳐 소파에서 잠든 모습이나 담배 피우는 모습, 뒤통수까지, 예전에는 금기로 여겨지던 일상적 모습을 대거 사진으로 남겨 화제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들은 이전이나 이후의 대통령들에게서는 보기힘든 소탈하고 파격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장철영 사진사는 "권위적이지 않고 부드러웠던 분"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을 회상하며 "개인적인 사진을 많이 찍고 싶다는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라고 밝혔다. 기록을 중요하게 여겼던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사생활마저도 언젠가 필요한 국가의 기록이 될 것"이라는 철학을 이야기했다고. 심용환 역사학자는 '조선왕조실록'과 비유하며 기록은 하되 공정성을 위하여 왕이 볼 수 없었던 실록처럼, 대통령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되 그 내용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을 높이 평가했다.
 
2005년 대통령과 정재계 인사들이 모여서 기념촬영을 하던 순간의 일화도 공개됐다. 당시 사진사의 거듭된 요청에도 전원이 경직된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사진사를 가리키며 "저 놈이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하는 놈"이라고 농담을 던지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고 그 덕분에 화기애애한 사진을 건질 수가 있었다고.
 
홍성규 사진사는 비서실의 최연소 남성직원으로 시작한 9년 간의 청와대 생활을 회상하며 "나에게 청와대는 청춘이 묻혀있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장철영 사진사는 "나에게 청와대란 대한민국의 역사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역사의 현장으로 한 장의 사진에 사명감으로 담아낸 사진사들의 이야기는, 역대 대통령들의 인간적인 일화들과 맞물려 큰 감동을 자아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대한민국의 청와대의 두 번째 이야기는 다음주 <집사부일체> 랜선투어 2편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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