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원석들을 대거 발굴해놓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른다. 지루한 연출과 게으른 재탕이 도를 넘었다. <놀면 뭐하니?> WSG워너비 프로젝트가 몇 주째 알맹이없 이 정체된 전개를 반복하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7월 2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그룹 선정을 완료한 WSG 워너비 멤버들의 신곡 녹음 과정이 그려졌다.
 
시소팀(윤은혜, 코타, 조현아, 박진주)과 신봉선-김숙은, 윤은혜의 집에 모여 식사를 즐기며 팀워크를 다졌다. W팀의 맏언니 윤은혜가 친목 도모를 위해 먼저 제안하면서 모임이 성사됐다.
 
공교롭게도 팀이 완성된 이후 유일하게 전원 80년대생으로만 구성된 최고령 언니팀이 됐다. 84년생 윤은혜가 맏언니, 89년생인 조현아가 막내가 됐다. 걸그룹 베이비복스 시절 막내였던 윤은혜는 "제가 막둥이라 불리던 습관이 있어서, 조현아를 보고 저도 모르게 막둥이라고 하게 되더라"며 언니 미소를 지었다.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멤버들은 윤은혜가 요리한 식사를 함께 즐기며 데뷔곡인 'Clink Clink'를 듣고 팀명 정하기와 의상 컨셉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막내인 조현아는 "저희가 세 팀중 최고령 팀인만큼 팀명은 큐트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에너지', 'ABCD', '윤박조타' 등 각종 황당한 팀명이 속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팀중 최고령 윤은혜의 주도로 멤버들은 즉석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힙한 의상 스타일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며칠뒤 멤버들은 'Clink Clink'을 작곡한 월드작곡군단의 코치와 센도를 만나 팀 녹음에 나섰다. 풍부한 무대 경험과 최고령의 연륜까지 갖춘 팀답게 시소팀은 보컬트레이너 출신인 조현아의 노련한 리드로 시종일관 안정된 화음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녹음을 마쳤다.
 
콴무진팀의 하하와 정준하는 '사랑이야'의 작곡가인 조영수를 만났다. 조영수는 대표들에게 "콴무진 멤버들이 확정되고 나서 조금 더 음악이 트렌디하면 어떨까 싶었다. 혹시 만약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사랑이야'는 일단 보류하고, 곡을 다시 써도 되는지 여쭤보고 싶다. 더 좋은 곡이 있으면 한번 더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노래 교체를 깜짝 제안했다. 하하와 정준하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이후 멤버들 역시 동의했다.

콴무진팀은 시간이 지나 녹음실에서 다시 모였다. 네 사람은 팀 결성 이후 부쩍 가까워진 모습을 보였다. 권진아는 "지난 모임 이후 바로 낮술을 때리러 갔다"고 고백하여 폭소를 자아냈다. 장소가 마땅치않아서 멤버들은 안테나 소속사로 갔고 장장 11시간이나 친목타임을 가졌다고.
 
조영수 작곡가는 드디어 새롭게 완성한 신곡 '보고 싶었어'를 멤버들에게 선보였다. 조영수는 "네 사람의 개성있는 목소리를 노래가 받쳐줘야한다고 생각한다. 한분 한분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뭉클한 마음을 담은 가사를 경쾌한 멜로디로 표현해낸 신곡에, 대표와 멤버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멤버들은 노래에 맞춰 의상 콘셉트와 스타일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쏠과 권진아는 세련된 슈트를 갖춰입고 화음을 맞출 것을 제안했다. 조영수는 안 꾸민듯한 모습과 보컬리스트 네 명이 서로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무대를 기대했다.

나비는 "이 노래로 우리 멤버들의 무대가 방송에 나가면 '구남친'들에게 연락이 많이 올 것"이라는 뜬금없는 예상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조영수는 맞장구를 치며 "이 노래의 전략이 바로 구남친-구여친 소환송이었다"고 고백했다.
 
본격적인 녹음에 나선 멤버들은 파트를 정하기 전에 각자의 색깔로 완곡을 소화해냈다. 쟁쟁한 프로 보컬리스트들의 틈바구니에서 처음엔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던 엄지윤은 녹음에 대한 전문적인 질문이 들어오자 "코필러와 살-체지방을 빼달라"는 자학개그를 펼치며 분위기를 풀었다. 막상 녹음이 시작되자 엄지윤은 다른 멤버들과는 또 다르게, 고음파트에서 가성이나 기교 없이 내지르는 맑은 고음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하는 콴무진 팀이 '음색 킬러'들만 모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영수는 "많은 팀을 해봤지만 이렇게 그림이 그려지는건 처음이다"라고 밝히며 "팀 녹음을 할 때 잘하고 못하는 파트가 있기 마련인데, 지금은 좋은 파트가 다 겹쳐서 행복한 고민중"이라고 극찬했다.
 
콴무진팀이 성공적으로 녹음을 마친 가운데, 다음주에는 세 팀이 중간점검차 다시 한 자리에 모여서 앨범표지 컨셉트를 두고 요절복통 회의를 펼치는 모습을 예고했다.

<놀면 뭐하니?>는 지난 4월 9일 이후 벌써 약 3개월 가까이 WSG워너비 프로젝트를 방송 중이다. 지난해 방송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MSG워너비 프로젝트의 걸그룹 버전이다.
 
'음악과 예능의 결합'이라는 아이디어는 <놀면 뭐하니?>는 물론 사실상 그 전신인 <무한도전> 유니버스를 거치며 최고의 시청률 보증수표로 자리잡았다. MSG워너비를 비롯하여 '유산슬', '싹쓰리', '환불원정대', '도토페' 등 <놀면 뭐하니?>에서 큰 화제와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들은 대부분이 음악과 관련된 기획들이었다. WSG 워너비가 방송되며 최근 몇 달간 침체된 조짐을 보이던 이 프로는 TV 예능 부문에서 화제성 1위를 탈환에 성공하면서 음악예능의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문제는 갈수록 노골적인 자기복제와 매너리즘이다. WSG 멤버들의 매력이나 신곡의 화제성과는 별개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놀면 뭐하니?>의 안이하고 지루한 연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놀면 뭐하니?>는 블라인드 오디션부터 보류전, 최종 조별 경쟁, 정체 공개까지 WSG 멤버 선발과정에만 무려 8주를 할애했다. 당시에도 오디션이 지나치게 길거나 너무 많은 멤버를 뽑는다는 소소한 지적들은 있었지만, 그래도 베일에 가려진 출연자들에 대한 궁금증, 개성넘치는 음색킬러들의 귀를 호강시키는 무대와 깜짝 예능감 등으로 인하여 크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12인 멤버가 모두 선발되고 정체가 공개된 이후에도 지난 4주에 걸쳐 방송은 소속사별 3개팀 선정, 신곡 청음회와 팀별 모임, 신곡 녹음 등으로 한달 가까이를 소비했다. 다른 프로그램같았으면 길어야 1-2주, 짧으면 아예 몇분으로 압축해서 끝낼 수도 있었던 내용들이다. 역대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를 통틀어 여러 음악 관련 장기 프로젝트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까지 길게 늘어진 적은 없었다.
 
분량이 길어진 만큼 뭔가 색다른 재미나 영양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멤버들의 실력과 예능감이야 이미 오디션을 거치며 충분히 검증된 것이지만, 굳이 팀을 나누어 또다시 반복되는 뻔한 만담과 친목질, 신곡에서 녹음 과정까지 과도하게 넘쳐나는 그들만의 '자화자찬' 향연은 어느덧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준다. 멋진 노래와 무대를 기대하며 WSG워너비를 응원했던 팬들은 자꾸 본편과 상관없는 이야기로 재미도 감동도 없는 억지분량 늘리기에 주객이 전도됐다고 지적한다.
 
MSG워너비 때도 지적되었던 문제는 각자의 매력과 스토리를 갖춘 멤버들을 잔뜩 뽑아놓고 정작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멤버들이 12명이나 되는데다 대표 역할을 하는 고정 MC들도 있다보니 출연분량에서부터 격차가 나타난다.
 
또한 대부분의 멤버들은 개인의 소신이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목소리 크고 예능감 뛰어난 몇몇 멤버나 혹은 대표들과 작곡가가 주도하는데로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선곡 중간 교체같은 민감한 문제도 이미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 형식적으로 멤버들의 의견을 묻는 모양새다. 이렇게 할거면 굳이 거창한 오디션까지 해가며 팀을 꾸린 이유에 대하여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12인 멤버들의 정체가 공개되면서 최고조로 올랐던 WSG에 대한 기대감은 한달 사이에서 지루하고 늘어지는 구성에 발목이 잡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놀면 뭐하니?>는 본래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확장성과 자유로움이 장점인 예능이었다.

<무한도전>처럼 시간과 과정이 많이 소요되는 장기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중간에 소소하게 다른 주제의 에피소드를 편성하여 호흡을 가다듬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음악 프로젝트 외에도 다른 성공작을 배출하지 못하고 평가도 좋지않은 <놀면 뭐하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만한 여유가 없는 듯하다.
 
오죽하면 WSG 워너비의 의미가 이제는 '우려먹는 사골'이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WSG 워너비 프로젝트가 올해 연말까지도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그럭저럭 화제성을 모으는데 이번에도 성공했지만, 프로젝트의 마무리와 그 이후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놀면 뭐하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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