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오는 22일에 개봉하는 <탑건: 매버릭>은 북미 현지에서 지난 5월 28일(한국시각) 개봉해 3주 만에 세계적으로 7억 6000만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탑건:매버릭>의 주역 톰 크루즈는 어느덧 한국 나이로 환갑이 넘었지만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A급 배우의 자리를 3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탑건>의 피트 미첼과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 등 대표 캐릭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톰 크루즈는 주로 선역 캐릭터를 도맡아 연기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실제로도 톰 크루즈는 총 12개의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고 2014년에는 루게릭병 환우들을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도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뛰어난 팬서비스로 한국 관객들로부터 '친절한 톰아저씨'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선역배우의 대명사' 톰 크루즈도 지난 2004년 악역연기에 도전하며 관객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톰 크루즈는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한 <콜래트럴>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청부업자 빈센트를 연기했다. 그리고 톰 크루즈가 잔인하고 냉철한 킬러 연기를 소화했던 영화 <콜래트럴>에서 순박한 택시기사 맥스 역으로 톰 크루즈와 치열한 연기대결을 펼쳤던 배우는 바로 미국의 가수 겸 배우 제이미 폭스였다.
 
 <콜래트럴>은 톰 크루즈의 악역변신이 크게 화제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2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콜래트럴>은 톰 크루즈의 악역변신이 크게 화제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2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UIP코리아

 
아카데미 주·조연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된 배우

미국 댈러스에서 태어나 외조부모 밑에서 자란 폭스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적 소양을 쌓았고 학창 시절에는 농구와 풋볼에서 동시에 두각을 나타낼 만큼 스포츠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TV시트콤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폭스는 1992년 고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토이즈>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며 영화에 데뷔했고 1994년에는 가수로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까지 여러 영화에서 조·단역을 전전하던 폭스는 1999년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를 통해 주연으로 데뷔했고 2001년엔 윌 스미스 주연의 <알리>에 출연하며 마이클 만 감독을 만났다. 그리고 마이클 만 감독은 2004년작 <콜래트럴>에서 폭스를 톰 크루즈와 함께 투톱 주인공으로 캐스팅했고 폭스는 슈퍼스타 톰 크루즈에게도 밀리지 않는 명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폭스는 같은 해 'R&B 대부'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레이>를 통해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폭스는 같은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콜래트럴>로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인지도가 급상승한 폭스는 <마이애미 바이스>와 <드림걸즈>,<킹덤>,<모범시민> 등에 차례로 출연하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로 등극했다.

2012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통해 4억 2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폭스는 2014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빌런 일렉트로를 연기해 7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2015년에는 '세기의 대결'로 불리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매니 파퀴아오의 복싱 대결에서 경기 전 미국 국가를 부르며 남다른 노래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폭스는 2018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로 유명한 태런 에저튼과 함께 출연한 <후드>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2020년 <저스트 머시>로 미 배우조합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2020년 애니메이션 <소울>에서 주인공 조 가드너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폭스는 작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7년 만에 일렉트로로 컴백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LA의 밤 거리를 배경으로 한 범죄 스릴러
 
 LA 밤거리에서 본의 아니게 동행을 하게 된 톰 크루즈(왼쪽)와 제이미 폭스의 명연기는 <콜래트럴>의 최대 볼거리다.

LA 밤거리에서 본의 아니게 동행을 하게 된 톰 크루즈(왼쪽)와 제이미 폭스의 명연기는 <콜래트럴>의 최대 볼거리다. ⓒ UIP코리아

 
<콜래트럴>은 개봉 전부터 톰 크루즈의 악역 변신으로 크게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하지만 언제나 정의의 편에서 악당들을 응징하는 톰 크루즈의 액션연기에 익숙했던 국내 관객들은 총으로 냉정하게 사람을 쏴 죽이는 톰 크루즈의 킬러 연기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일까. 세계적으로 2억 2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콜래트럴>은 국내에서 전국 81만 관객으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콜래트럴>은 '범죄 액션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할리우드의 액션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화끈한 액션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LA의 화려하면서도 고독한 밤 풍경을 따라 다니면서 마이클 만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고도 조금은 어두운 액션 장면들이 화면을 채운다. 하지만 역시 <콜래트럴>이 가진 진정한 매력은 두 주인공 빈센트(톰 크루즈 분)와 맥스(제이미 폭스 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심리변화다.

택시를 타고 살인을 저지를 현장으로 찾아가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인 후 태연하게 택시를 타고 다음 살해장소로 이동하는 빈센트는 레옹을 연상케 하는 프로의식이 투철한 살인 청부업자다. 하지만 맥스와의 동행이 이어지면서 중반부터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냉정하던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중반 맥스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빈센트는 LA지하철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조용한 최후를 맞는다.

이에 비해 맥스는 처음 만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손님에게 '보물1호'처럼 간직하던 사진을 선물할 정도로 정이 넘치는 택시기사다. 하지만 빈센트와 함께 다니면서 몇 번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맥스는 점차 대담한 성격으로 변한다. 결국 맥스는 밥 먹고 사람 죽이는 일만 해왔던 전문킬러 빈센트와 벌인 최후의 대결에서 승리한다. 맥스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는 12년 경력의 택시기사를 연기하기 위해 레이싱 트랙에서 드라이빙 기술을 연마했다.

빈센트의 4번째 살해대상은 다름 아닌 한국인 클럽사장이었다. 이 때문에 빈센트와 맥스가 클럽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는 한국어 광고나 한글간판이 자주 보이고 단역 배우들의 짧은 한국어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LA에서 코리아타운은 꽤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에 마이클 만 감독과 제작진은 한인 엑스트라들까지 동원해 코리아타운과 클럽 장면을 상당히 정성 들여 사실적으로 촬영했다.

올백머리에 콧수염까지 기른 헐크?
 
 빈센트의 마지막 표적이 되는 애니를 연기한 배우는 최근 크게 화제가 됐던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다.

빈센트의 마지막 표적이 되는 애니를 연기한 배우는 최근 크게 화제가 됐던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다. ⓒ UIP코리아

 
LA경찰 레이 패닝은 정보원인 라몬을 만나러 왔다가 그가 살해 당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건을 추적한다. 패닝 형사는 클럽에서 맥스를 도와 밖으로 나오지만 곧바로 빈센트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2004년 패닝 형사를 연기했던 마크 러팔로는 8년 후 <어벤져스>에서 언제나 화가 난 헐크를 연기했다. 물론 브루스 배너와 달리 머리카락을 완전히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과 콧수염 때문에 패닝 형사가 마크 러팔로라는 사실을 알아채기란 그리 쉽지 않다.

<콜래트럴>의 초반부 맥스는 여성검사손님 애니 패럴을 태워 검찰청까지 모시고 간다. 택시에서 내린 후 한동안 등장하지 않던 애니는 빈센트의 마지막 표적이 되면서 후반부에 다시 등장한다. 애니를 연기한 배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의 아내로 더욱 유명한 인물이다.

중반부에는 빈센트를 고용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리더 펠릭스 레이예스-토레나가 등장한다. 살인청부업자는 의뢰인을 만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제거대상이 들어있는 서류가방을 분실한 빈센트는 맥스를 시켜 펠릭스를 만나게 한다. 빈센트로 위장한 맥스와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연출하는 펠릭스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칸 영화제와 베니스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기 다른 작품으로 연기상을 받았던 '연기괴물' 하비에르 바르뎀이었다.

<콜래트럴>에는 <트랜스포터>와 <아드레날린24>,<분노의 질주> 등으로 유명한 액션스타 제이슨 스타뎀도 짧게 출연했다. 스타뎀은 영화의 오프닝 장면에서 빈센트와 가방을 교환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스타뎀은 <콜래트럴> 출연 당시에도 이미 <트랜스포터>와 <이탈리안 잡>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 액션배우로 주목 받고 있었기 때문에 <콜래트럴>은 단역이 아닌 카메오 출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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