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800미터>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800미터> 포스터. ⓒ 넷플릭스

 
2017년 8월 17일 오후 5시경, 스페인 카탈루냐 바르셀로나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일컫는 거리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거리,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에 위치한 '람블라 거리'와 '카탈루냐 광장' 사이를 흰색 밴이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거리를 한가로이 거닐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덮친 것이다. 이 차량 '테러'로 13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부상을 입는다. 

테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 날 이른 새벽, 바르셀로나로부터 120km 정도 떨어진 스페인 카탈루냐 해안 도시 캄브릴스에서 비슷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5명의 괴한이 아우디 차량으로 캄브릴스 대로를 전속력으로 질주해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에 의해 5명 전원 사살당했는데, 테러 용의자들은 자살 폭탄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전날 밤, 바르셀로나로부터 200km 정도 떨어진 스페인 카탈루냐 알카나르의 한 주택에서 폭발이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수 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발표된다. 조사 결과, 사망한 2명은 테러 조직원이었고 폭발 테러를 준비하다가 부주의로 폭발한 것이었다. 사고로 폭탄 테러가 불가능해지자 차량 테러로 급히 선회해 참극을 일으켰다. 

카탈루냐 테러의 배후, 에스 사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 800미터 >는 2017년 8월 중순에 스페인 카탈루냐 일대에서 벌어진 일련의 테러들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의 육하원칙으로 심도 깊게 들여다본다. 사건을 통해 의미를 찾기보다 사건 자체에 초첨을 맞췄다. 가장 궁금한 건 '누가 저질렀는지'일 것이다. 밴에 타고 있던 2명 중 한 명이 붙잡혔고 경찰의 취조에 따라 계획은 물론 조직원들 면면도 모두 상세하게 밝혔다. 놀랍게도 조직원들은 어렸다. 

이맘 에스 사티는 2000년대 초반 스페인로 넘어와 북부의 작은 산골마을 리폴에서 자신이 이슬람 급진파라는 사실을 숨긴 채 이슬람교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이 참극의 배후 조종자인데, 그가 노린 건 어린 모로코인들이었다. 스페인에서 자라고 일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스페인 사람이 아니기에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었고, 그 틈을 파고들어 그들의 정체성을 '이슬람교도'라고 확립시켜 준 것이다. 여기까진 종교적 활동의 일환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앞에 '급진화'가 붙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에스 사티는 청년들을 종교의 이름으로 불러모은 후 급진화시킨다. 종교 전파에서 세뇌로 선회하는 순간이다. 청년들은 삶보다 죽음을 원하게 되었고 '알라가 아니면 죽음'을 외쳤다. 2014년 말 조직을 형성한 후 2017년 8월 테러를 실행에 옮길 때까지 따로 또 같이 생활하며 계획을 짠다. 그들의 본래 계획, 즉 테러 대상은 3곳이었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캄프 누 그리고 에펠탑이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서유럽 테러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전날 알카나르의 한 주택에서 일어난 폭발로 에스 사티가 사망한 후, 기존의 테러 대상을 폭발시킬 수 없게 되자 조직원들은 각각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로 쪼개져 차량 테러를 저질렀던 것이다. 한가로운 오후의 붐비는 람블라 거리는 밴 한 대의 무차별 테러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지그재그로 달렸고, 7살 아이와 3살 난 아이를 비롯해 십수 명이 사망했다. 130여 명도 큰 부상을 당했다. 

오랫동안 '테러 청청국'이었던 스페인의 중심가 중 하나인 곳에서 발생한 테러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었다. 2015년 프랑스 파리, 2016년 벨기에 브뤼셀과 프랑스 니스 그리고 독일 베를린, 2017년 영국 맨체스터와 런던까지 서유럽 주요 도시에서 테러가 연달아 일어났고 같은 해 스페인에도 당도한 것이었다.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서유럽 테러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이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서유럽 테러가 계속 이어져 왔던 만큼,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들이 다양한 시선과 관점을 장착하고 사건을 심도 깊게 다뤄 왔다. 배후 세력, 가해자, 피해자, 의미, 사건 자체 등을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 < 800미터 >가 특별할 건 없을 테다. 다른 면이 있다면 다름 아닌 '가해자'들인데, 지극히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인터뷰이로 나오는 그들의 이웃, 친구, 지인, 가족들의 말이 뒷받침해 주는데, 대부분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참담한 심정을 전한다. 

되풀이되는 아픈 역사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당일 밤, 경찰은 기자회견을 갖고 일련의 사건 일지를 전한다. 현 상황과 함께, 범인은 아직 잡지 못했지만 확실한 근거를 갖고 쫓고 있으며 파악한 바로는 당분간 추가 테러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기자회견을 갖은 지 2시간 만에 캄브릴스에서 차량 테러가 일어난다. 이른 새벽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그나마 있던 사람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일어난 테러에 죽고 다쳤다. 

그들의 소행은 그들 일파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그리고 테러리즘을 신봉하는 테러주의자들 극소수를 제외하곤 이 세상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종교적 신념이라는 허울을 쓴 세뇌, 혐오, 충동으로 이어지는 연쇄고리의 산물이고 서구 사회가 먼저 자행한 무차별 공격에 대한 복수의 일환이라는 이유 아래 혼란스러운 청년들을 데려다 인간 무기로 쓴 것 뿐이다. 

이쯤 되면,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어느 지역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전 세계가 공유하고 함께 풀어 가야 할 얘기가 되고 있다. 전 세계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양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긴밀하게 관련성을 띄고 있다. 되풀이되는 아픈 역사의 고리가 언제 끊어질지 계속 유심히 지켜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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