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과 북한은 언제나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대치하지만 때로는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서 화해무드가 조성되기도 한다. 남북이 화해무드가 형성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는 행사가 바로 이산가족상봉과 남북단일팀 구성이다. 남북이 한 팀을 이뤄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 만큼 양측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세계에 남북이 사이가 좋아졌음을 홍보하기에 효과적인 것도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019년 세계 남자 핸드볼선수권대회와 2018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일부 종목과 평창 동계올림픽의 일부 종목에서 남북 남북단일팀이 구성됐다. 물론 남북이 한 팀으로 힘을 합쳐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가 형평성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적도 있다.

남북단일팀이 처음으로 구성된 것은 지난 1991년이었다. 남과 북의 젊은 축구선수들이 모인 단일팀은 U-20 월드컵에 출전해 아르헨티나를 꺾고 8강에 진출하며 선전했다. 이에 앞서 구성된 남북 탁구 단일팀은 치바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리고 역대 남북단일팀 최고의 성과로 꼽히는 1991년 탁구 남북 단일팀의 이야기는 2012년 영화 <코리아>로 제작되며 21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났다.
 
 <코리아>는 역대 남북단일팀 중 가장 성공한 1991년 탁구 단일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코리아>는 역대 남북단일팀 중 가장 성공한 1991년 탁구 단일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 CJ ENM

 
가장 기복 없고 꾸준한 여성배우

대한민국에는 많은 여성배우들이 활동했었고 지금도 많은 배우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하지원 만큼 오랜 기간 기복 없이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도 매우 드물다. 1996년 청소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 -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하지원은 1997년 <파랑새는 있다>, 1998년 <용의 눈물> 등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며 경력을 쌓다가 1999년 <학교2>에서 아웃사이더 장세진을 연기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드라마 <비밀>과 <인생은 아름다워> <햇빛사냥>, 영화 <동감> <가위> <폰> 등에 출연하며 점점 입지를 넓혀가던 하지원은 2002년 영화 <색즉시공>으로 전국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배우로 떠올랐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리고 2003년 <다모>에서 화려한 액션연기,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애절한 멜로연기를 선보이면서 다양한 장르의 연기가 모두 가능한 만능 여성배우로 우뚝 섰다.

2006년 <황진이>로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하지원은 2009년 <해운대>로 1000만 배우에 등극했고 같은 해 <내 사랑 내 곁에>를 통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0년 <시크릿가든>의 길라임으로 SBS연기대상 4관왕을 차지한 하지원은 2011년 < 7광구 >라는 작은 실수(?)를 거친 후 2012년 <코리아>를 통해 한국 탁구 역사상 유일한 세계선수권대회 그랜드슬램의 주인공 현정화로 변신했다.

1991년 남북단일팀의 세계선수권 여자단체전 우승과정을 그린 <코리아>는 주연배우 하지원, 배두나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적인 스토리 등 많은 감동코드를 가진 작품이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경쟁작이 다름 아닌 마블의 <어벤저스>였고 <코리아>는 전국 180만 관객을 모으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하지원은 2013년 MBC 드라마 <기황후>를 통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최고배우의 위엄을 과시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실패를 모르는 배우로 승승장구하던 하지원은 영화 <조선미녀삼총사>와 <허삼관> <목숨 건 연애>,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초콜릿> 등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비광>의 촬영을 마친 하지원은 가을 <황진이> 이후 16년 만의 KBS 복귀작 <커튼콜: 나무는 서서 죽는다>에 출연하며 변함없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 영화 박진감보단 단일팀 '드라마'에 집중
 
 하지원(오른쪽)은영화의 실재모델인 현정화로부터 특별 개인지도를 받기도 했다.

하지원(오른쪽)은영화의 실재모델인 현정화로부터 특별 개인지도를 받기도 했다. ⓒ CJ ENM

 
<코리아>는 1991년에 있었던 치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단일팀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던 여자단체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남자선수들은 오두만(오정세 분), 추일성(박영서 분), 최경섭(이종석 분) 등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새로운 이름으로 각색됐지만 여자선수들은 현정화(하지원 분), 리분희(배두나 분), 유순복(한예리 분) 등 대부분 본명 그대로 출연했다.

물론 <코리아>를 탁구 동호회 회원이나 탁구 열성팬이 본다면 아쉬운 장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배우들이 아무리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그대로 재연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코리아>는 탁구의 박진감이나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스포츠 영화라기 보다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과 북의 선수들이 '원팀'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다.

실제 선수들의 플레이를 완벽히 재연하진 못했지만 하지원과 배두나를 비롯한 배우들의 노력은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원은 자신이 맡은 배역이자 실제 영화의 모델인 현정화로부터 직접 특별지도를 받으며 현정화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오른손잡이인 배두나도 왼손잡이 리분희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에 영화의 스토리가 여자단체전에 집중되면서 오정세, 이종석 등 남자배우들은 응원단으로 전락했다.

200만에 가까운 관객을 울렸던 <코리아>의 가장 슬픈 장면은 역시 금메달을 따낸 후 남과 북의 선수들이 헤어지는 장면이다.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를 이별 앞에서 현정화는 "난 뭐라고 인사해야 해. '전화할게'도 안되고, '편지할게'도 안되고..."라며 리분희 앞에서 울음을 터트린다. 실제로 당시 남북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단일팀 복식조를 구성했던 현정화와 리분희는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30년 가까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코리아>를 연출한 문현성 감독은 <화려한 휴가>의 스크립터, <요가학원>의 연출부 출신으로 <코리아>가 장편영화 데뷔작이었다. 문현성 감독은 2016년 이선균과 안재홍 주연의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연출했지만 160만 관객으로 역시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6년의 공백이 있었던 문현성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인 유아인과 이규형, 박주현 주연의 카체이싱 액션 영화 <서울대작전>을 연출했다.

<코리아> 유순복에서 <미나리> 모니카까지
 
 한예리가 연기했던 유순복은 실제로도 중국과의 결승에서 단식 2경기를 따내며 코리아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한예리가 연기했던 유순복은 실제로도 중국과의 결승에서 단식 2경기를 따내며 코리아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 CJ ENM

 
남북단일팀의 세계선수권 금메달 도전기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코리아>에서는 북한 선수 최경섭과 남한 선수 최연정(최윤영 분)의 러브라인을 통해 관객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최경섭은 최연정의 적극적인 구애에 부담을 느껴 북한에서 이미 결혼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오두만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은 선수촌에서 호감을 키워 나갔다.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올리지 못한 <코리아>에서 가장 특혜(?)를 본 배우는 바로 <코리아>를 통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한예리였다. <코리아>에서 연습 땐 잘하지만 실전에서는 실력발휘를 못하는 북한의 신예 유순복 역을 맡은 한예리는 현정화의 조언을 듣고 결승에서 세계 1위 덩야령(김재화 분)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유순복은 실제 대회 결승에서도 단식 2경기에 출전해 덩야핑과 가오준을 차례로 꺾고 단일팀의 금메달에 크게 기여했다).

유순복 역으로 주목 받은 한예리는 2014년 심성보 감독의 <해무>에서 홍매를 연기하며 6개 영화제에서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육룡이 나르샤>에서 척사광 역을 맡아 수려한 검술을 선보이며 한국무용 전공자의 위용(?)을 뽐낸 한예리는 영화 <춘몽>과 <최악의 하루>, 드라마 <청춘시대> <녹두꽃> 등을 통해 착실히 필모그라피를 쌓았다. 그리고 2020년 <미나리>의 모니카 역으로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역 시절 올림픽 금메달 4개, 세계선수권 금메달 9개를 휩쓸었던 덩야핑은 '마녀'로 불리던 중국의 탁구여제였다. <코리아>에서는 덩야핑을 모티브로 한 덩야령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현재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와 <클리닝업>에 출연하고 있는 김재화가 연기했다. 영화 흐름상 덩야령은 악역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김재화는 리분희의 탁구공을 발로 밟아 찌그러 트리는 등 악역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관객들의 미움을 받는 열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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