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부부간에 하루동안 평균 5분도 대화하지 않는 부부의 비율이 4.3%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인데 남보다도 더 소통하지 못하는 부부. 너무나 다른 성격과 대화 방식 때문에 힘들어 하는 남녀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대화하지 않는 4.3%에 해당하는 결혼 10년차 강상웅-조경아 씨 부부가 의뢰인으로 출연했다. 7살짜리 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가족이었지만 정작 아이들이 빠지고 부부만이 남겨졌을 때의 분위기는 냉랭하게 급변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평소에 반드시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면 일절 대화가 없었다. 부부는 평소에 일상대화를 말이 아닌 휴대폰 문자로만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문자 대화조차 서로에 대하여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상처를 주는 말이 쏟아지기도 했다.
 
아내는 문자로만 대화한지 벌써 4-5년 정도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이 대화를 알아듣기 시작하면서부터 남편과 대화하다가 감정이 격해지면 자칫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되었다고. 그래도 생각을 표현하지 않으면 속은 답답하기에 어쩔 수 없이 찾아낸 대안이 문자였다는 것.

살림과 육아로 분주한 아내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한 장면.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한 장면. ⓒ MBC

 
부부의 일상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아내의 입장에서 바라본 VCR이 공개됐다. 아내는 오전부터 살림과 육아로 분주했다. 늦잠을 자고 있던 남편은 아내의 문자를 받고서야겨우 깨어났다. 부부는 얼굴을 마주치고도 한 마디의 대화로 없었고 가벼운 신체접촉도 피했다.
 
아내는 독박 육아와 살림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아내는 "같이 있으면 육아와 살림을 분담해야 하는데, 남편은 제가 있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아내는 아이들의 등교 준비에 이어 밀린 집안일까지 소화하고 나서 다시 직장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고된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다.
 
아내가 퇴근 이후 거실에서 먼저 돌아와 TV를 보고 있던 남편과 마주쳤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아내는 "신혼초에는 이렇지 않았다. 제가 계속 다가가고 표현했지만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편이 벽 같은 느낌이 드니까 저도 이야기를 안 하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지켜보던 김응수는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은 숨막힘이 느껴진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오은영은 부부에 대하여 "이미 정서적으로는 이혼 상태"라고 진단했다. 눈맞춤도 스킨십도 없고, 문자를 통한 대화는 그저 육아에 대한 역할분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감정없이 그저 업무처리를 위한 대화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부부는 직장 동료가 아니다. 오은영은 "부부를 연결해주는 아이들도 언젠가는 성장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두 사람은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부는 관찰 42시간 만에 아내가 먼저 말문을 열며 첫 대화에 나섰다. 아내는 맥주를 마시며 아이들 이야기로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눈을 좀처럼 맞추지 않고 대화에도 소극적이었다. 답답함을 느낀 아내는 결국 대화를 중단했다. 

자녀 교육에 대한 문제로 아슬아슬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부부는 결국 충돌했다. 아내가 영어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제안하자, 남편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폭발한 아내는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을 일방적으로 쏟아냈다. 분위기가 험악해질수록 남편은 말문을 닫고 대화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급기야 자리를 피해버렸다.
 
아내는 "남편은 저를 무시하고 회피한다. 제가 벽인지 투명인간인지 모르겠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남편은 "아내를 무시해서 회피하는 건 아니다. 아내는 감정적으로 절제가 안 되면 말을 세게 내뱉는게 너무 싫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자신들의 일상을 직접 지켜본 뒤 남편은 "아내가 먼저 말을 걸어주며 노력한 게 속으로는 고마웠다. 그런데 몇 년째 이런 상태로 지내다 보니까 그 좋은 순간도 굉장히 어색하다"라고 속내를 비췄다. 아내는 "제 말투가 친절하지 않다는 것도 알겠는데, 남편이 저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구나 하고 느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화면으로 보니까 제가 아내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게 이렇게 심한줄 몰랐다"라며 미안해 했다.
 
오은영은 남편이 "어색하다는 말을 유독 자주 사용한다. 이것도 생각이 아닌 감정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남편은 영상속 대화 중 한숨을 자주 내쉬었던 이유를 두고, '억울하다'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아내가 주말에 출근해 있는 동안, 홀로 아이들 육아를 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힘들다"라고 고백했다.
 
이번엔 남편의 입장에서 바라본 VCR이 공개됐다. 남편은 주말에 아내가 없는 동안 능숙하게 홀로 육아를 소화하고 있었다. 의외로 남편은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더라도 그 시간만이라도 소소한 것들을 함께 누리고 싶다"라는 것.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부부가 마주하는 시간이 되면 감정을 소모하거나 원망 가득한 대화들만이 오고가기 일쑤였다. 남편은 본인이 노력하거나 고생한 것은 전혀 알아주지 않고 아내가 서운한 말을 쏟아낼 때마다 억울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부부는 서로의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한 원인을 되짚었다. 부부는 아내가 임신중이던 크리스마스이브날 늦은 밤에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말다툼을 벌였고, 홧김에 아내는 차에서 내렸다. 만삭의 아내를 늦은 밤 도로에 홀로 남겨둔 것은 부부 모두에게 큰 후회와 상처로 남았다. 오은영은 "부부가 모두 열심히 살지만, 그로 인하여 서로에 대한 고마움은 잊어버린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부부는 아이들을 위하여 영어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적극적인 아내에 비하여 남편은 소극적이고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다가 상담 도중 자리를 피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 시간에 부부는 학원 등록 문제로 또다시 언쟁을 벌였다.

남편은 비용에 대한 부담을 돌려서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프리랜서로 수입이 일정하지 않으면서 남편은 돈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은 사교육에 반대하는 걸 열린 아빠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아이들과 놀아주지도 않으면서"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남편의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서 신뢰가 없다. 저는 제가 모든 것을 혼자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에 대한 존재가치를 잘 모르겠다"라고 말해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부부의 언쟁이 계속되자 불안해진 아이들이 눈치를 보면서 "싸우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내는 "이렇게 불화가 있는 가정보다는 차라리 혼자 아이들을 키우겠다며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남편도 화목하 못한 가정에 대하여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했다. 영상을 지켜보던 부부는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오은영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을 수도"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한 장면.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아이들이 만약 없었다면 이혼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부모는 분명히 싸우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대화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더 혼란스럽다. 오히려 대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될 수도 있다. 차라리 싸운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타인에 대한 중요한 감정을 배우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은영은 "아이들이 부모 때문에 불필요한 긴장과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라며 자녀들이 받을 영향을 우려했다.
 
오은영은 부부의 성향 차이를 분석했다. 아내의 심리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책임감과 성실함이 강한 성격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높은 기준에서 사람을 평가하고, 타인이 본인의 기준이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것.
 
남편의 성향은 정반대였다. 남편의 심리평가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대인관계에서 재치가 부족하고 감정표현을 잘 못해 스스로를 억압하고 억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외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아강도 및 대처능력도 부족해 보인다는 진단이 나왔다.
 
오은영은 "남편이 말하는 '어색하다'는 표현 뒤에는 본인의 진심을 표현하는 게 어렵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이건 다른 사람이 맞춰줄 수 없다. 스스로 노력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불편한 진심을 표현하는 게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그럴 때 거울보고 200번 연습을 해서라도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라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결혼생활은 쪽팔림의 연속이다. 부끄러움도 함께 겪고 감당하는 게 부부다. 어렵고 낯설어도 관계회복을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두 사람을 위하여 지인이나 전문가들과의 상담을 통해 부부간의 중재자를 둘 것을 제안했다. 상담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부부는 어색하게나마 서로 '고생했어'라는 말을 나누며 격려했다.

부부는 영상 속 아이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방송 이후 지역상담센터에서 부부 상담을 시작했다고 한다. <결혼지옥> 방송 이래 가장 현실적이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반인 맞벌이 부부의 고민은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