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도가 곧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꿈과 인생이 걸린 도전이라면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 단지 방송을 위한 보여주기나 희망고문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5월 14일 방송된 KBS 1TV <청춘야구단 : 아직은 낫아웃>에서는 독립리그에서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도전자들의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감독 김병현과 수석코치 정근우, 투수코치 한기주 체제로 첫 소집된 청춘야구단은 두 팀으로 나뉘어 방출 후보가 선정되는 자체 청백전을 펼쳤다. 다양한 선수들의 실력과 사연이 하나둘씩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린팀 선발투수로 나선 금유성(금민철)은 팀내에서 가장 프로 선수 경력이 오래된 베테랑이었다. 금민철은 여전히 녹슬지않은 변화구 구사능력을 선보이며 호투했다. 1회 2사에서 내야 땅볼을 처리하던 3루수 김명서의 불안정한 송구미스로 1루수 고민성과 주자 이명원이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두 선수 모두 큰 부상은 없었고 송구실책으로 기록하며 이명원은 1루에 진루했다. 김명서는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기분이 좋지않았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금유성이 후속타자를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첫 이닝을 마쳤다.
 
그린팀 감독을 맡은 정근우는 질책 대신 오히려 긴장한 선수들을 차분히 응원했다. "야구를 못했고 부상과 잔소리를 많이 겪은 선수들에게 저까지 잔소리를 하는건 선수들을 두세번 죽이는 느낌"이라며 격려의 이유를 밝혔다.
 
레드팀 선발투수 이동규는 군에서 장교로 근무했고 유일한 비선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동규는 안정적인 취업보다 자신의 꿈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마음을 밝히면서도 "모두가 각자의 꿈이 있다. 꿈을 쫓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도전은 안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후회할 거라고 생각한다. 늦은 나이지만 내가 할수 있는 100-120%를 다해서 후회없이 쏟아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동규는 첫 두 타자를 가볍게 잡아내며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3번 고민성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이닝이 끝나고 김병현은 이동규를 불러 홈런을 맞았던 투구 내용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동규는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안일하게 던졌다"고 고백했고 김병현은 "3번타자였잖아. 생각하고 해"라며 덤덤하지만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이어진 레드팀의 공격에서는 그린팀의 내야 실책이 속출했다. 유격수 장재혁이 송구실책을 저질렀고 3루수 김명서는 1회에 이어 2번째 실책을 범했다. 지켜보던 김병현은 "야수들이 캐치볼같은 기본적인 게 안된다. 벌써 폼들은 프로처럼 하는데 흉내만 내는 거다"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못한 이영현이 일찍 마운드를 내려온 후 교체 투입된 유욱현은 1루 견제로 주자를 잡아내는데 성공하한데 이어 내야 땅볼로 실점없이 이닝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경기 중간에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동연 선수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두 살 때 청각장애 진단을 받은 김동연은 현재는 독립리그 가평 웨일즈 소속으로 여전히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어가고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김동연은 "할수 있다"는 각오를 드러내며 "너무 좋아하니까 야구를 한다. 올해가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레드팀 투수 조부겸은 '쓰리볼 금지령'까지 내리며 공격적인 투구를 강조한 한기주 코치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12연속 볼을 내주며 노아웃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조부겸은 김동연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1-1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5회, 그린팀 투수 유욱현은 한 이닝에 무려 3개의 홈런을 내주며 흔들렸다. "2개까지 맞았을때는 정신을 차리고 다음 타자 잡아야지했다. 그런데 3개 맞고는 좀 어렵더라. 여기서는 결과를 빨리 보여줘야한다. 결과를 못내면 (방출도) 받아들여야한다"고 밝혔다. 정근우는 당황한 유욱현을 격려하며 긴장을 풀어줬다.
 
청백전을 마치고 코칭스태프는 회의에 돌입했다. 김병현은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가야할 길이 막막하다, 좀 실망했다"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병현은 선수들을 향하여 "재미를 찾자고 모인게 아니니까. 냉정히 말해서 야구를 굉장히 잘한다고 할만한 실력은 안된다"라고 냉정한 독설을 날렸다. 정근우는 "홈런치고 배트플립하고 천천히 뛰는게 멋이 아니다. 야구를 잘하는게 멋이다. 야구를 잘한 다음에 그런 멋을 부려도 늦지 않다"고 당부했다.
 
방출 후보가 공개됐다. 청백전에서 부진하거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유욱현, 장재혁, 김동연, 김연준, 조부겸의 이름이 호명됐다. 코칭스태프는 아직 방출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한번 더 기회를 주어질 것을 예고하며 분발을 주문했다. 방출 후보로 지명된 선수들은 개인훈련을 소화하며 다음 기회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청춘야구단>에서는 프로구단에서 방출됐거나 드래프트에서 미지명됐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프로행을 꿈꾸는 25인 선수들의 도전기를 담고 있다. 2015년 축구를 소재로 하여 KBS 2TV에 방송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첫회에서 김병현이 청춘FC의 감독이었던 안정환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며 두 프로그램의 연속성을 드러내는 장면도 있었다.
 
청춘 시리즈는 이른바 '스포츠판 <미생>'이라고 할수 있다. 프로행을 꿈꿨지만 이런저런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이루지 못한 선수들의 사연속에는, 미생(未生)을 넘어 완생(完生)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오늘날 청춘들의 현실이 담겨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의 이면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 세대의 고민들, 인기 종목이지만 정작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축구와 야구의 숨은 이야기 등을 조명한 것은, 스포츠를 잘 모르는 팬들에게도 깊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이러한 미생들의 절박한 현실과 꿈을 단지 방송의 관전포인트로 내세워 보여주기식 희망고문이나, 자화자찬하는 정신승리로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과연 청춘FC는 무엇을 이뤄냈는가' 혹은 '청춘야구단은 무엇을 이뤄낼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청춘FC는 방영 당시 제법 화제를 모으기는 했지만, 냉정히 말해 그 성과를 따져보면 철저히 '실패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청춘 FC멤버 중에서 방송 이후 국내 프로 리그 진출에 성공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2-3부리그와 변방의 해외 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겨우 2~3명이 있었지만 그나마도 오래가지 못했고 2022년 현재는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가 전무하다. 방송 당시에는 청춘FC의 정식 구단화와 프로구단들의 선수 영입 가능성 등도 거론되었지만, 방송이 끝나자마자 모두 흐지부지되며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금새 사그러들었다.
 
프로와 아마추어간의 차이는 물론이고 프로의 세계 내부에서도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간 축구를 쉬었던 선수들이 방송 시간동안 고작 4~5개월 모여 훈련한다고 프로 수준에 근접하기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당시 청춘FC와 평가전을 펼쳤던 구단의 일부 관계자들은 "현재 청춘FC 중에서 2부에서도 프로에서 통할만한 선수는 솔직히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출연자들이 프로행에 실패하여 청춘FC의 문까지 두드려야했던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방송은 시작부터 현실성이 희박한 프로젝트였다.

물론 결과만 중요한게 아니라 꿈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과정과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참여자들 스스로나 시청자들이 평가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몰라도, 거창한 프로젝트를 벌여만 놓고 아무 성과도 책임도 지지못한 제작진을 위한 변명거리는 될 수 없다.  
 
하물며 야구는 축구보다 진입장벽이 더 높은 스포츠다. 소속팀을 구하지못하여 운동을 오랫동안 쉬어야했던 선수들이 많았던 청춘FC의 축구선수들과 비교하여, 청춘야구단은 그나마 운동을 계속해온 독립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지역마다 여러 독립리그 구단들이 존재하지만 이중 프로행에 성공하는 선수는 손에 꼽을뿐더러, 가끔씩 성공하더라도 오래 버티지못하고 다시 방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프로구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기량이 하락하여 방출당한 후 재기를 노리는 중견급 선수도 다수다.
 
그런데 이미 수년간 프로의 문을 두드리고도 실패했던 선수들이 갑자기 급조된 야구단에서 몇몇 유명 야구인들이 지도하고 방송에 나온다고 해서 잠재력이 갑자기 급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더구나 김병현-정근우-한기주 등은 현역 시절 스타 선수로서의 명성은 높을지 몰라도 지도자 경험은 아직 대부분 일천한 인물들이다. 이점은 청춘FC의 안정환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축구 레전드인 이을용이 '공동 감독'으로 선임되며 보완해줬다. 
 
그래도 나름 해외훈련까지 다녀왔던 청춘FC에 비하여 청춘야구단은 1TV에 교양물로 편성되었고 방송분량도 절반가량 짧아진 데서 보듯, 제작시스템이나 지원 규모가 7년 전에 비하여 더 나이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방송은 야구계의 현실이나 선수들의 자질보다는, 외국인 아내, 비선출, 청각장애 등 화제성있는 선수 개개인들의 사연 위주로 선발된게 아닌게 의구심이 들만큼 진부한 보여주기식 연출로 일관한다.

진정성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억지 감동이 아니라 현실성에서 나온다. <청춘야구단>이 진정으로 청춘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고 싶었다면, 주먹구구식으로 급조된 팀을 내세워 잠깐의 보여주기식 이벤트보다는, 기존에 운영중인 독립리그나 아마추어 선수들을 연속성있게 지원할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게 낫지않았을까. 청춘야구단이 방송 기간 동안 작은 희망이라도 찾으려면, 청춘FC의 실수와 한계부터 인정하고 교훈을 찾아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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