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상의 간판'으로 떠오른 우상혁이 카타르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우상혁은 14일(한국시간 기준)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수하임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육상 다이아몬드리그 1차 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 출전, 2m33의 기록으로 전체 1위에 오르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육상연맹(IAAF)이 주관하는 대회인 다이아몬드리그는 2010년에 창설됐으며 랭킹 등을 반영해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아무나 나설 수 없는 만큼 육상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나 다름이 없다. 다이아몬드리그에 대한민국 국적의 선수가 출전한 것은 올해 우상혁이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가운데, 지난해 도쿄올림픽 공동 금메달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과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 그리고 우상혁까지 세 명의 선수가 우승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14일(한국시간 기준) 2022 다이아몬드리그 1차 대회에 출전한 우상혁

14일(한국시간 기준) 2022 다이아몬드리그 1차 대회에 출전한 우상혁 ⓒ 다이아몬드리그 공식 트위터

 
거센 바람에도 끄떡없었던 우상혁

실내 대회와 달리 환경적인 면에서 부담감을 느끼는 선수가 많았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다 보니 연습에 임한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바람의 영향으로 장대높이뛰기는 진행되지 못한 가운데, 높이뛰기 결승은 그대로 치러지면서 바람이 변수로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2m16을 넘지 못한 '지난해 도쿄올림픽 5위' 브랜든 스타크(호주)가 8명의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탈락했다. 3번의 기회를 모두 날리며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할 수 없었다.

게다가 '우승후보' 탐베리마저 일찌감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2m24서 1~3차 시기 모두 실패해 2m27로 갈 수 없었던 탐베리는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2m16을 뛰지 않고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차분하게 지켜본 우상혁은 2m20서 1차 시기에 바를 넘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2m24의 경우 1~2차 시기에서 실패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3차 시기서 군더더기 없는 도약을 선보였다. 극적으로 생존에 성공한 우상혁은 3차 시기 직후 크게 환호했다.

2m27에서는 2차 시기서 바를 떨어뜨리지 않고 착지에 성공했고, 우렁찬 기합과 함께 시작한 2m30은 한 번 만에 성공했다. 이에 질세라 홈 팬들의 지지를 받은 바심 역시 2m30을 가뿐하게 뛰어넘으며 사실상 1위 경쟁은 우상혁과 바심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2m33에서도 한 번의 기회면 충분했던 우상혁은 올해 자신의 최고 기록(2m30, 실외 경기 기준)을 경신했다. 그 사이 바심이 2m33, 2m35를 모두 넘지 못하면서 우상혁의 1위가 확정됐다. 비록 2m37을 넘지 못하고 그대로 마무리됐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펼친 우상혁은 환하게 웃었다. 카타르 현지 교민들도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상승세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우상혁

올초부터 여러 실내 대회를 섭렵한 이후 처음으로 실외서 치른 국제대회였다. 아무리 대회 개막 전 좋은 평가를 받았어도 우상혁이 기대했던 결과를 보여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또한 아이아몬드리그는 카타르 1차 대회를 시작으로 13차 대회까지 누적된 포인트를 계산, 마지막 14차 대회서 우승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상혁이 출전하는 남자 높이뛰기는 1, 2, 5, 9, 10, 11, 13차 대회까지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실외 대회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다가 탐베리, 바심 등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대회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셈이라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올여름 세계선수권대회, 2024 파리올림픽 등 향후 국제대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우상혁이 지난해 도쿄올림픽부터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지, 2차 대회 이후에도 좋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2일부터 개최되는 다이아몬드리그 2차 대회는 영국 버밍엄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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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높이뛰기 다이아몬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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