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하다. 누구도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냈다."

재일 한국인 4세 출신 종합격투기 파이터 추성훈(47, 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의 나이를 잊은 투혼과 승리가 연일 화제가 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레전드 킥복서이자 K-1 월드 MAX(-70㎏) 2003, 2008년 챔피언 출신 '은빛늑대' 마사토(43, 일본)가 추성훈 칭찬 릴레이에 동참했다.

추성훈은 지난 26일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 199대회 라이트급매치에서 숙적 '도관십단(跳關十段)' 아오키 신야(39, 일본)를 2라운드 1분 50초 만에 TKO로 제압했다. 1라운드에서 상대의 그래플링에 적지않은 고전을 했지만 특유의 노련미로 위기상황을 연거푸 벗어났다. 2라운드에서도 집중력을 잃지않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상황전개를 통해 자신의 주특기인 타격으로 신야를 때려눕혔다.

이러한 추성훈의 노익장은 일본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본래 추성훈은 일본내에서 이미지가 썩 좋지 않았다. 재일 한국인 출신으로 수많은 일본파이터들을 물리친 데다, 자국 영웅 사쿠라바 카즈시와의 경기 때 오일 부정사용 의혹이 터지며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일본 언론에서도 '대마왕' 등의 별명을 붙여가며 철저히 악역으로 몰고갔다. 30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쭉 그런 분위기와 이미지였다고 보는게 맞다.

하지만 아오키 전 승리 이후 일본내에서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 시간도 많이 지난 데다가 파이터로서 진작에 은퇴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보여줬던 것이 그 이유다. '추성훈은 고개숙인 중년 남성들의 희망이다'며 환호하고 있다. 그만큼 세월을 잊은 노장의 활약은 많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 199대회 라이트급매치에서 노익장을 보여준 추성훈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 199대회 라이트급매치에서 노익장을 보여준 추성훈 ⓒ ONE Championship 제공

 
일본에서 격투 영웅으로 불리는 전설 마사토 역시 여기에 한몫 거들고 있는 모습이다. K-1이 입식격투 시장의 중심에서 한창 붐을 타던 시절 경량급 'K-1 MAX' 역시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링을 꽉 채울 듯한 덩치 큰 거구들의 한방 싸움이 주는 비주얼적인 임팩트는 적었지만 뛰어난 테크니션들이 펼치는 기술 공방전은 또 다른 느낌의 재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MAX를 더 선호하는 팬들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MAX의 높은 인기만큼이나 스타도 많았다. K-1이 초창기 피터 아츠, 마이크 베르나르도, 앤디 훅, 어네스트 후스트의 '4대 천왕' 영향을 많이 받았듯 K-1 MAX 역시 맥스판 '4대 천왕'이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뛰어난 실력에 개성까지 확실한 앨버트 크라우스, 앤디 사워, 쁘아까오 반차메 등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수많은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마사토 역시 4대 천왕의 한 명으로서 맹활약하며 일본내에서 폭발적 인기를 구가했다. 아무리 K-1 MAX가 흥미진진했어도 자국 선수인 마사토가 정상에서 경쟁하지 않았다면 흥행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은퇴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도 마사토에 대한 일본인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며 그런만큼 그의 발언 하나하나는 상당한 무게감을 발휘하고 있다.

마사토는 "추성훈은 경기를 위해 무려 13㎏을 뺐다고 한다. 체중 감량만으로도 매우 대단한데 체력 소모가 많은 종합격투기 경기에 나가 승리까지 했다. 정말 강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더불어 "체급 경기를 준비하면 몸 안의 수분을 최대한 배출하는 것이 가장 쉽고 일반적인 방법이다. 추성훈은 평소에도 근육이 많은 사람이다. 아무리 감량 경험이 많은 파이터라고 해도 40대 후반에 접어든 체지방이 적은 남자가 이른바 13㎏을 줄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반인, 프로선수 할 것 없이 위험성이 높은데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며 베테랑의 감량 성공과 의지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본인 역시 현역 시절 체중과의 전쟁을 늘 벌여왔기에 더 깊이 공감한 모습이다.

마사토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성훈은 아오키와의 일전에 많은 리스크를 안고 나섰다. 서로간 기량 차이를 떠나 전성기보다 두 체급을 낮춰서 8살 어린 상대와 싸웠다는 자체만으로도 많은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승리까지 거뒀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각지에서 대단하다는 찬사가 연이어 쏟아지는 이유다.

마사토는 "힘든 감량 때문에라도 체력적으로 유리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1라운드 5분을 치렀다. 그런데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2라운드가 시작하자마자 무게 중심을 낮췄다. 자세를 낮추고 다가서면 타격을 위한 압박은 좀 더 쉬워지지만 어떻게든 그라운드로 데려가는 것에 능한 아오키를 상대로는 위험부담이 상당했던지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는 말로 추성훈의 대담함을 칭찬했다.

사실 추성훈은 많은 근육량 때문인지 UFC시절에도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초반에 잘 싸우다가 공방전이 길어지면 힘겨워하며 밀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때문에 아오키와의 경기에서 2라운드 공이 울렸을 때 열세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컸다.

여기에 대해 마사토는 "아오키는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허용한 이후 추성훈의 목을 끌어안으며 맞을 거리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추성훈은 오히려 아오키 목을 잡고 어퍼컷을 연타했다. 이때 아오키는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감량, 체력과 함께 마사토가 혀를 내두른 대목은 추성훈의 승부사 기질이었다. "추성훈은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하자 매섭게 펀치 연타를 퍼부었다. 만약 아오키가 그걸 견디어냈다면 아무리 추성훈이라고 해도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역공상황에 몰릴 수 있었다. 남을 힘을 다 쏟아내자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좋은 넉아웃 타이밍이었다"며 피니시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추성훈은 아오키와의 승부에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UFC라면 몰라도 그 외 무대에서는 여전히 통할 수 있는 파이터라는 것을 증명한 부분도 큰 소득이다. 나이를 잊은 노장의 불꽃투혼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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