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10승이 이렇게 어렵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서울 삼성이 아홉수에 빠지며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꼴찌도 서러운데 그야말로 역대급 불명예 기록을 줄줄이 경신할 태세다.
 
이규섭 감독대행이 이끄는 서울 삼성은 3월 24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67-90으로 완패했다. 9연패에 빠진 삼성은 9승 41패(.180)으로 여전히 1할대 승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시작도 하기전에 이미 맥빠진 승부였다. 삼성은 지난 22일 안양 KGC전부터 아이제이 힉스와 제키 카마이클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외국인 선수 한 명도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국내 선수들이 분전했지만 외국인 선수 전력에서 우위인데다 두경민과 이대헌까지 복귀한 가스공사에 역부족이었다. 가스공사는 창단 첫 5연승을 달리며 6강 굳히기에 들어갔다.
 
계속되는 연패, 의욕마저 잃은 모습
 
삼성 힉스 공격 18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 경기. 삼성 아이제아 힉스가 공격하고 있다.

▲ 삼성 힉스 공격 18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 경기. 삼성 아이제아 힉스가 공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은 올시즌에만 벌써 3번째 9연패다. 새해 초에는 11연패를 당했고 3월에도 9연패 및 원정 18연패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휴식기 이후 고양 오리온과 원주 DB에 올시즌 최초이자 유일한 2연승을 거두며 잠시 희망을 되찾는 듯했으나 어느새 또다시 두 자릿수 연패를 눈앞에 두게 됐다.
 
삼성은 올시즌 유난히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개막전부터 객관적인 전력상 꼴찌 후보로 거론됐지만, 1라운드만 해도 4승 5패로 거의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며 오히려 선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힉스와 김시래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이 간파당했고 설상가상 힉스의 부상 이탈까지 겹치며 2라운드 2승 7패, 3라운드 전패로 가파르게 추락했다. 토마스 로빈슨의 영입과 힉스의 복귀라는 외인 교체 카드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시즌 중반에는 상무에서 복귀했던 천기범이 음주운전을 저지르며 가뜩이나 좋지않았던 팀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징계를 받은 천기범은 결국 사실상 강제 은퇴를 결정했고, 구단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인 이상민 감독은 성적부진과 선수단 관리 소홀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규섭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물려받았지만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의 삼성은 사실상 의욕마저 잃은 모습이다. 최근 9연패 기간 동안 평균 점수차는 15.8점에 이른다. 가장 격차가 적었던 것이 9점(2회)이었고, 나머지 7경기에서는 모두 최소 15점 이상 벌어지며 4쿼터 이전에 완패를 당했다. 지난 20일 KT전에서는 상대가 작전타임을 단 한 번도 부르지 않고 완승하는 진기록을 헌납하기도 했으며, 최근 2경기 연속 외국인 선수도 없이 무기력한 경기를 펼쳐야 했다.
 
지금의 삼성은 상대에게 잠시 숨을 돌리면서 1승을 적립할 수 있는 만만한 제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기는 것보다는 무기력하게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는 데 목표를 둬야하는 실정이다. 꼴찌의 투혼이나 고춧가루는 고사하고 남은 경기에서 1승이나 더 거둘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켜보는 팬들이 있다
 
삼성 이규섭 감독 대행 18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 경기. 삼성 이규섭 감독 대경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삼성 이규섭 감독 대행 18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 경기. 삼성 이규섭 감독 대경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최하위는 이미 일찌감치 확정됐다. 삼성은 2경기를 덜 치른 9위 전주 KCC(18승 30패)에도 무려 10게임 차이로 뒤지며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PO탈락과 꼴찌가 굳어진 상태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지만 엄연히 시즌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지켜보는 팬들이 있고 자존심이 걸려있는 만큼 프로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구나 삼성이 만일 남은 4경기에서도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구단 역사상 불명예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54경기 체제가 자리잡은 이후 삼성의 한 시즌 최소승 및 최저승률은 이상민 감독이 이끌었던 2014-2015시즌과 2018-2019시즌에 기록한 11승 43패 승률 .204였다. 불명예 기록을 피하려면 남은 4경기에서 3승 이상을 거둬야하는데 현재 삼성의 전력과 분위기로는 기적에 가깝다.
 
프로농구 역사상 1할대 승률을 기록한 경우는 총 3번이었다. 지금도 꼴찌의 전설로 회자되는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이 1998-1999시즌 32연패 포함 3승 42패 승률 .067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54경기 체제에서는 2005-2006시즌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8승 46패 승률 .148을 기록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17-2018시즌 부산 KT 10승 44패 승률 .185에 그쳤다.
 
프로농구 역사상 최다 꼴찌 기록은 오리온이 기록한 6회다. 삼성은 올시즌 꼴찌가 확정되며 5회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씁쓸하게도 프로 원년(1997)을 제외하면 나머지 4번의 꼴찌 기록은 최근 1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실업시절부터 국내 최고의 농구명가로 꼽히며 프로에서도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서장훈, 강혁, 이규섭, 이상민 등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보유하여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꼽혔던 삼성이지만, 2005-2006시즌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이제는 아예 하위권이 더 친숙한 약체팀으로 전락한 모습은 격세지감이다.
 
이규섭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도 늘 강조한다. 순위가 실망스럽더라도 경기를 뛰는 순간은 본인들과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이기에 당연한 이야기다. 삼성은 26일 원주 DB(홈), 28일 서울 SK(홈), 31일 창원 LG(원정), 4월 5일 고양 오리온(홈)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삼성이 남은 경기에서 연패를 끊고 유종의 미라도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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