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폭격>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폭격> 포스터. ⓒ 넷플릭스

 
1945년 2월, 자연풍광이 일품인 한적한 덴마크 유틀란트의 호브로에서 결혼 피로연에 가던 택시가 난데없이 공격을 당한다. 공중에서 비행기가 난사를 한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본 헨리는 하늘을 무서워하고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 병원에 가 봤지만 별 수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엄마는 코펜하겐에 있는 여동생네에 헨리를 맡긴다. 한편, 에바도 눈 앞에서 레지스탕스가 총에 맞고 죽는 모습을 목격한다. 

한편, 헨리는 사촌 여동생과 함께 수녀가 운영하는 잔다르크 학교에 다니는데 어린 에바도 어울린다. 어린 수녀 테레사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신의 존재를 시험하는데, 아이들이 전쟁으로 계속 죽어 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 공군 피터는 자신의 오인 공격으로 무고한 시민이 죽었다는 사실에 자책하고 절망하고 덴마크인으로서 나치 보조 경찰로 부역하고 있는 프레데릭은 아버지의 '반역자'라는 말과 테레사 수녀의 '악마'라는 말에 충격 받는다. 

그때 코펜하겐의 게슈타포 본부 셸후스에는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계속해서 잡혀 와 고문을 받는데, 그들이 인간방패로 잡혀 희생양이 된다는 말이 퍼진다. 곧 영국 공군의 폭격이 있을 거라는 첩보가 전해진 것이다. 코펜하겐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 그 시각, 영국 공군 부대가 바다를 건너 오고 있었다. 셸후스를 폭격하면 끝날 일이었지만, 폭격기 한 대가 잔다르크 학교 근처로 추락하고 만다.

최악의 오폭 비극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폭격>은 제2차 세계대전 배경의 실화를 외면상 그대로 옮겼다. 일명 '카르타고 작전'으로, 영화 시작점에 나오는 말을 옮겨 보자면 "1945년 초, 덴마크 레지스탕스는 게슈타포 본부였던 코펜하겐의 셸후스 폭격을 영국에 계속 요청했지만 영국 공군은 주저했다. 지붕 밑에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인간방패로 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월, 게슈타포가 레지스탕스 조직을 거의 밝혀 내자 폭격을 결정했다."

나치 모르게 진행된 작전이기에 굉장히 심플하고 특별한 위험 요소도 도사리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폭격기 하나가 코펜하겐의 잔다르크 학교(성 요셉 수녀회가 1924년에 건립해 운영하고 있었다) 근처에 추락해 연기를 내뿜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연기를 본 어느 폭격기가 약속된 타깃이 아닌 잔다르크 학교에 집중폭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국 공군의 오인 폭격으로 학교에서만 100여 명이 사망했고 그중 아이들만 86명에 다다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수많은 비극이 존재하지만 이와 같이 같은 편의 오인 공격으로 주로 아이들만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가 싶다. 그동안 차마 영화로 다시 보여 줄 수 없었을 만큼 참혹한 비극이었던 것 같다. 카르타고 작전이 있기 불과 한 달 전에 실행된 '드레스덴 폭격'이 다분히 고의로 진행된 도시 파괴와 민간인 학살이었던 점과 또 다른 결의 비극이다. 

명명백백한 반전 메시지

전쟁은 전쟁을 낳고 비극은 비극을 낳는가 보다. 그쪽에서 먼저 시작했든 저쪽에서 먼저 시작했든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이 연쇄 작용을 멈추는 게 너무나도 힘들 걸 보면, 인간을 향한 믿음과 긍정이 사라진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인간이 일으키는 전쟁이고 인간이 낳은 비극이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불길이 그치질 않는다. 

최근 들어, 전쟁 영화의 양상이 조금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예전의 전쟁 영화를 보면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전쟁의 안팎을 다루되 다분히 군인이 주체가 되었다면, 최근에는 전쟁 자체가 주체가 되는 것 같다. 하여, 무슨 이유든 전쟁 자체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다. 군인이 나와도, 단독 주체가 아닌 여러 주체들 중 하나가 되든지 객체로 수렴될 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많이 보여졌는데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사서함 1142> <더 포가튼 배틀> 등이 그랬다. 

<폭격>은 스토리 내에서 반전 메시지를 명명백백하게 내뿜는 대신 아무런 죄도 없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죽임을 당하는 모습으로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력한 반전 메시지를 내보인다. 아이들과 교사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폭격에 미처 제대로 몸을 숨길 수 없었다. 아이 부모들의 황망한 마음은 표현할 도리가 없다. 폭격은 건물을 부수고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부모들의 마음을 무너져 내리게 했고 사람들 가슴 속에 트라우마를 심었다.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
 
 <폭격> 스틸컷

<폭격> 스틸컷 ⓒ 넷플릭스

 
그럼에도, 영화는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를 품는다. 영화 초반, 충격적인 일을 눈앞에서 목격한 두 아이 헨리와 에바가 생존한 것이다. 수미상관을 이루는 영화적 장치인 바, 흥얼거리고 노래하던 두 아이에게서 희망을 빼앗가 버리곤 두 아이 자체가 희망이 되었다. 상식을 벗어나는 비극에서도 언제나 기적이 일어나는 법이다. 

점점 더 긴밀하게 이어지는 세계에서 어느 한 곳의 전쟁 그리고 비극은 그 지역과 그 나라에서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에서 엿볼 수 있듯, 전 세계 나라들이 출전해 전면적인 양상을 띠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출전해 실질적인 세계대전 양상을 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전간기에 스페인에서 일어났던 내전에 국제적인 연대를 통한 지원이 연이었던 건, 비록 내전이었지만 파시즘 세력이 커지는 걸 타 세력들이 간과할 수 없었던 터였다. '올바름'을 위한 전쟁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비극도 이어졌다. 

비극은 전쟁 중에 당연한 듯 찾아온다. 전쟁이 끝나간다는 걸 모두 인지한 듯한 1945년 3월의 덴마크 코펜하겐에도 찾아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다. 전쟁은 먼 옛날의 철 지난 이야기인 것 같은 21세기 한복판의 우크라이나에도 찾아와 역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다.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우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할 수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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