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이의 세 번째 정규 앨범 'Dookie(1994)'는 팝 펑크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그린데이의 세 번째 정규 앨범 'Dookie(1994)'는 팝 펑크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 워너뮤직코리아

 
수년째 '록은 죽었다'는 말을 들어 왔지만, 이제는 그 반례도 자신있게 제시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팝 펑크 리바이벌(Pop Punk Revival)'의 바람이 그 증거다. 팝 펑크는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던 음악 스타일이다. 

펑크(Punk)의 단순한 코드 구성에, 빠른 속도감과 팝적인 멜로디가 더해졌다. 초라하고, 자조적인 '루저'의 서사를 담고 있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1990년대의 그린데이와 오프스프링, 블링크-182, Sum41, 그리고 2000년대의 에이브릴 라빈, 폴 아웃 보이, 패닉 앳 더 디스코, 파라모어 등이 이 스타일을 대표한다. 이 스타일의 음악은 2010년대에 접어 들면서 쇠락기를 걸었다.

팝 펑크는 2020년대에 접어들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팝 펑크의 전성기시절에 태어난) Z세대에게 팝 펑크의 쉬운 멜로디, 그리고 우울함이 배인 감성은 자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10대들은 틱톡 등의 플랫폼을 통해 팝 펑크를 즐기고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전시했다.

래퍼 출신인 머신 건 켈리(Machine Gun Kelly), 영블러드(YUNGBLUD) 등의 뮤지션이 팝 펑크의 흐름에 투신한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워터파크스(Waterparks), 윌로 스미스(Willow Smith), 모드 선(Mod Sun) 같은 뮤지션들도 빼 놓을 수 없다. 블링크-182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는 수많은 팝 펑크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아, '팝 펑크 리바이벌'에 몸소 기여했다.

지난해 팝의 신성으로 떠오른 10대 소녀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가 'Good 4 U'에서 풋사랑의 분노를 시원하게 토해낼 때, 풋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음악 팬들은 모두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한 사람을 떠올렸다. 왕년의 슈퍼스타 에이브릴 라빈을.

당신의 2000년대가 돌아왔다
 
 에이브릴 라빈(Avril Larvigne)의 새 앨범 'Love Sux'

에이브릴 라빈(Avril Larvigne)의 새 앨범 'Love Sux' ⓒ 워너뮤직코리아

 
"He was a boy, She was a girl"('Sk8er Boi' 중)라는 가사는 2000년대를 기억하게 하는 부산물이다. 에이브릴 라빈은 2000년대 초중반을 상징하는 팝 아이콘이다. 스모키 화장을 한 채, 기타를 메고 당차게 노래하는 모습은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동시대의 팝스타들과 대조되는 것이었다. 첫 정규 앨범 < Let Go >는 'Sk8er Boi(스케이터 보이)'를 비롯, 'Complicated'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면서 160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보다 성숙한 음악을 시도한 2집 < Under My Skin >, 첫 빌보드 핫 100 1위 곡인 'Girlfriend'가 실린 3집 < The Best Damn Thing >까지, 에이브릴 라빈의 전성 시대는 계속 되었다. 그러나 팝 펑크의 시대가 막을 내렸듯, 에이브릴 라빈의 인기 역시 영원할 수 없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새로운 여성 팝스타들이 그의 자리를 대체했다. 3집부터 시작된 변신은 이후 컨트리 등의 장르적 시도로도 이어졌지만, 반향은 미미했다. 모두를 당황에 빠뜨린 'Hello Kitty' 역시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하지만 팝 펑크의 유행이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에이브릴 라빈의 복귀를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 2월, 에이브릴 라빈이 새 트래비스 바커가 이끌고 있는 레이블 DTA 레코드와 손을 잡았다. 펑크 특유의 파워 코드가 앨범을 지배하고 있다. 속도감을 자랑하는 첫 트랙 'Cannonball'과 선공개곡 'Bite Me'는 화려하게 라빈의 복귀를 알린다. 머신 건 켈리가 피쳐링한 치정 이야기 'Bois Lie' 역시 듣는 이를 2000년대 초중반의 언저리로 소환한다.

33분 동안 추억을 자극하는 팝 펑크가 앨범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전성기 시절의 앨범들 사이에 끼워 놓아도 위화감이 없다. 트랩 사운드를 곁들인 'Love It When You Hate Me' 정도가 요즘 느낌을 내는 정도. 그러나 그것이 라빈의 지향점이다. 라빈은 빌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팝 펑크, 록앤롤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피아노 위에서 노래하는 것도, 발라드도 원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지향점을 확실히 했다.

시대가 그를 불러낸 것이다. 2000년대를 수놓았던 아이콘이 이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돌아왔다. 일각에서 '진정한 록이 아니다'라며 폄하당하기도 했던 그의 노래들은 이제 시대의 송가로 기억된다. 10대 소녀 에이브릴 라빈이 앨라니스 모리셋, 블링크-182, 그린데이를 보며 꿈을 키웠듯이, 이제는 올리비아 로드리고나 빌리 아일리시 같은 MZ 세대의 뮤지션들이 에이브릴 라빈이 자신의 우상이었노라 고백한다. 당차게 노래하고, 

누군가가 SNS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피시방에서 디아블로 2와 피파,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있고, 얼마 전 임요환과 홍진호가 붙어서 임요환이 이겼으며, 지우와 피카츄는 아직도 여행을 하고 있다'며 '이거 완전 20년 전 아닌가?'라고 농담을 하는 것을 보았다. 여기에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여전히 에이브릴 라빈이 스모키 화장을 하고, 가죽 재킷과 부츠 차림으로 팝 펑크를 부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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