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떠난 박주영, 울산 입단 프로축구 FC서울과 결별한 박주영(37)이 옛 스승인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의 품에 안겼다. 울산 현대는 16일 박주영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울산 유니폼 입은 박주영. (울산 현대 제공)

▲ FC서울 떠난 박주영, 울산 입단 프로축구 FC서울과 결별한 박주영(37)이 옛 스승인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의 품에 안겼다. 울산 현대는 16일 박주영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울산 유니폼 입은 박주영. (울산 현대 제공) ⓒ 연합뉴스

 
'의리축구' 박주영과 홍명보가 다시 재결합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는 16일 박주영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C서울과 계약이 만료된 박주영은 현역 은퇴와 지도자 제의를 받았으나 선수생활 연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새 팀을 물색해왔다. 울산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과 8년 만에 지도자-선수로 다시 재회하게 됐다.
 
박주영과 홍명보의 인연은 남다르다. 두 사람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이지만 나이차가 많고 같이 현역생활을 보낸 적이 없어서 원래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 홍명보가 2005년 독일월드컵 대표팀-2008 베이징올림픽대표팀(U-23) 코치로 잇달아 부임하면서 박주영과 코치와 선수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때만 해도 일반적인 지도자와 선수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다.
 
사실상 홍-박 듀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가 추진한 '런던올림픽 황금세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홍명보는 20-23세이하 연령대별 대표팀을 잇달아 맡으며 본격적인 감독 경력을 시작했다. 첫 무대였던 2009년 U-20 월드컵에서 8강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린 홍명보호는 기세를 몰아 두 번째 대회였던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었다. 홍명보는 2년 뒤 런던올림픽 본선을 고려하여 23세 이하까지 출전이 가능했음에도 선수단을 굳이 21세 이하 위주로 구성했을 만큼 연속성을 중시했다.
 
박주영은 당시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발탁됐다. 박주영은 당시 프랑스 AS모나코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유럽무대에서도 인정받는 공격수로 성장했고, A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에이스이자 주장으로 꼽힐 만큼 최전성기였다. 다만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유일한 걸림돌이었다. 홍명보는 팀의 최대 약점이던 공격수 부재를 해소할 수 있는 원톱 자원이자 젊은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줄 리더로 박주영을 낙점했고, 박주영은 의무차출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 아시안게임 출전을 반대하는 소속팀을 적극 설득하며 열의를 보였다.
 
아쉽게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해피엔딩이 되지는 못했다. 홍명보호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준결승에서 종료 직전 뼈아픈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무릎을 꿇었다. 박주영의 병역혜택도 그대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후 열린 이란과의 동메달 결정전은 홍명보와 박주영의 관계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결승진출 실패로 동기부여를 잃은 한국은 전반에만 이란에게 두 골을 내주는 등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였다. 하지만 박주영이 1-3으로 끌려가던 후반 32분 추격을 알리는 팀의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지동원이 2골을 몰아치며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눈물의 동메달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미 병역혜택이 좌절된 박주영은 자신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3·4위전에서 열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끝까지 후배들을 독려했고, 이때 홍명보는 박주영의 투지와 리더십에 깊은 인상을 받으며 이후 올림픽 플랜의 핵심으로 낙점하게 된다.
 
2년 뒤 홍명보호는 런던올림픽 본선진출을 확정짓고 다시 한번 와일드카드로 박주영을 선택했다. 이때는 박주영을 둘러싼 상황이 매우 민감했다. 박주영은 당시 소속팀 연고지이던 모나코 공국으로부터 10년 장기 체류 허가를 받으며 병역 기피 의혹을 사고 있었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었다고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로서 규정의 허점을 악용한 꼼수였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당시 A대표팀 감독을 맡고있던 최강희 감독의 해명 권유도 거부하며 항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심지어 소속팀 아스널 이적 이후 오랫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여 실전감각에도 문제가 많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홍명보는 박주영을 직접 설득하여 올림픽대표팀에 불러들였고,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며 "박주영이 군대에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유명한 어록까지 만들며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우여곡절 끝에 승선한 박주영은 런던올림픽 본선 6경기에 모두 출전하여 2골을 기록했다. 전반적인 활약상은 부진했지만 조별리그 2차전 스위스전 선제골-마지막 경기인 동메달 결정전인 일본전 결승골로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터뜨려줬다. 홍명보호는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역사상 최초의 동메달을 따내며 역사를 다시 썼고, 박주영을 비롯한 선수들이 모두 병역혜택까지 받으며 해피엔딩에 성공했다.
 
최고-최악의 순간 함께... 두 사람의 '세 번째 인연'

하지만 홍-박 듀오의 2기는 비극을 초래했다. 홍명보는 런던올림픽의 성공을 등에 업고 2013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최강희 감독의 뒤를 이어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공격수 기근에 고민하던 홍명보는 에이스 박주영의 합류가 절실했지만, 정작 박주영은 올림픽 이후에도 여전히 유럽무대에서 고전을 면치못하며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주영은 병역혜택을 얻은 이후로 이전처럼 대표팀에 열정을 보이지 않았고, 몇 년째 출장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아스널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등, 무책임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일관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홍명보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는 선수를 뽑는 게 원칙'이라고 밝히며 1년 가까이 박주영을 소집하지 않았지만, 정작 본선을 앞두고 최종엔트리에는 결국 박주영을 포함시켰다. 원칙을 깬 '말바꾸기', 특혜에 가까운 '의리축구'라는 비판 여론이 높아졌지만, 홍명보는 "박주영을 대체할 공격수가 없었다"며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결과는 재앙이었다. 박주영은 조별리그 러시아와 알제리전에서 모두 선발 원톱으로 나섰지만 2년간 현저히 떨어진 실전감각만 확인하며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하고 모두 조기교체되며 '0슈팅, 0득점, 1따봉'이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결국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는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대표팀은 믿었던 박주영과 런던올림픽 멤버들의 극심한 부진 속에 1무 2패로 16년만의 월드컵 본선 무승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홍명보 감독은 여론의 비판을 한몸에 받으며 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불명예스럽게 내려놓아야했고, 박주영도 2015년 이후로 더 이상 A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1기의 성공비결이던 두 사람의 끈끈한 케미와 신뢰가, 2기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셈이었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중국리그 항저우 뤼청의 사령탑을 거쳐 축구협회 전무로 한동안 행정가의 길을 걷다가, 2021년 K리그 울산 현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다시 지도자로 복귀했다. 박주영은 해외무대에서 실패한 이후 2015년 친정팀 FC서울을 통하여 K리그로 귀환했고 지난 시즌까지 통산 314경기 출전 90골 31도움을 기록했다. 홍박 듀오에게 런던올림픽까지가 1기, 브라질월드컵이 2기라고 한면 울산에서의 만남은 3기에 해당한다.
 
두 사람에게는 올해가 지도자와 선수로서 함께 명예회복을 기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홍명보는 지난해 울산을 이끌고 한때 트레블(3관왕)까지 도전했으나 중요한 경기에서 번번이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관에 그치는 굴욕을 당했다. 어느덧 만 37세가 된 박주영은 서울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비교적 많은 기회를 얻고도 17경기에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며 세월의 흐름을 절감했다.

박주영은 울산에서는 주로 조커와 멘토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와 부상경력을 감안할 때 많은 시간을 뛰기는 어렵겠지만, 여러 차례 큰 경기에서 중요한 골을 기록했던 박주영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오세훈, 이동경, 이동준 등 공격 진영에서 활약하는 울산의 젊은 선수들에게 공격수로서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울산에서는 홍명보 감독 외에도 올림픽과 A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함께했던 김영권, 김기희, 이청용, 고명진 등이 있어서 적응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와 박주영의 재결합에 대하여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여전히 많은 축구팬들의 기억속에서 박주영의 병역기피 의혹과 2014년 의리축구 논란 등은 씁쓸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역동적인 축구를 표방하던 울산에 이미 나이먹고 전성기가 지난 박주영을 굳이 영입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인맥과 의리에 치우친 영입이라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두 사람은 나란히 축구인생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모두 함께했다. 그리고 이제는 클럽감독으로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 홍명보,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박주영, 두 사람의 세 번째 인연이자 '라스트 댄스'가 이번에는 아름다운 결말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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