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상대 코트에 손으로 공을 꽂아야하는 운동인데, 엉뚱하게 관중석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선수가 있어 논란이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 관중석으로 공을 걷어차는 외국인 선수들의 연이은 비매너 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안산 OK금융그룹 읏맨은 1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우리카드 우리WON과의 2021/2022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홈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23-25, 25-18, 17-25, 25-16, 15-13)로 승리하며, 4연패 탈출을 이뤄냈다.
 
OK는 창단 최다 연승 타이기록인 9연승을 노렸던 우리은행의 연승행진도 저지했다. OK의 외국인 선수 레오(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는 이날 혼자 39점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하지만 레오는 이날 경기의 활약상보다 4세트에서 벌어진 비매너 행위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OK가 세트 스코어 1-2로 뒤진 4세트, 레오가 5-3에서 점수차를 벌리는 백어택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공이 상대 선수의 몸에 맞고 다시 OK 진영으로 굴러오자 있는 쪽으로 굴러오자 레오는 갑자기 공을 반대편 관중석을 향하여 강하게 걷어차는 돌발행동을 저질렀다. 이날 경기를 맡은 최성권 주심은 바로 레드카드를 선언했고, 우리카드의 1득점과 서브권이 주어졌다.
 
공교롭게도 바로 이날 경기의 상대팀이던 우리카드의 외국인 선수 알렉스가 불과 3일전에 같은 행동으로 논란이 된바 있었다. 알렉스는 지난 12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도중 서브를 시도하다가 네트에 걸리는 범실을 저지른 후, 자신 쪽으로 다시 굴러온 공을 잡아서 돌연 관중석을 향해 발로 걷어차는 돌발행동을 저질렀다. 당시 최재효 주심은 알렉스에게 옐로카드(경고)를 줬다.
 
불과 3일 간격을 두고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알렉스는 옐로카드에 그쳤고 레오는 레드카드를 받았다. 특히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인 두 외국인 선수가 마침 같은 경기에서 뛰고 있었으니 더욱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석진욱 OK 감독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레오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심판은 정상적인 판정이라며 OK벤치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레오도 경기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하다. 동료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했는데 방식이 잘못됐다"며 사과했다.
 
판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배구선수가 경기와 무관하게 공을 발로 걷어차며 감정을 표출하는 행위는 프로답지 못한 모습이다. 더구나 관중석은 배구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을 모시는 공간이다. 고의적인 위협의 의도가 있건 없건 선수가 그 공간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 자체가 엄격히 금지되어야 한다.
 
다만 원할한 소통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심판진은 알렉스 사태가 벌어진 직후 큰 논란이 되자 이후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무조건 레드카드 이상의 조치를 내리기로 합의했다. 비매너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한다는 의도는 물론 좋지만, 시즌 중반에 바뀐 규정을 적용하려 했다면 사전에 각 구단에 관련된 정식 공문을 발송하거나 경기전 구두로라도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똑같은 상황에서 판정의 잣대가 오락가락한다면, 배구 구성원들간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는 왜 외국인 선수들에게 이런 장면이 반복되는지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행동을 국내 선수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감정표현에 자유로운 외국인 선수들의 개성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돌발행동에 대하여 알렉스는 '자신의 실수에 대한 자책'의 의미라고 주장했고, 레오는 '팀원들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명분이 좋아도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한국 스포츠 문화에서 좀더 구성원간의 상호 예의와 매너를 중시하는 경향도 있지만, 해외에서도 관중석에 공을 걷어차는 따위의 행동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알렉스나 레오는 팀전력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이다. 배구는 다른 종목에 비하여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편이다. 이러다보니 외국인 선수들이 종종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과도한 행동을 저질러도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들이 한국무대에서 뛴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음을 감안하면, 그들의 잘못은 곧 외국인 선수들에게 끌려다니며 올바르게 관리하지 못한 구단의 책임이기도 하다.
 
배구계에서도 앞으로 선수들의 비매너 행위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배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옐로카드는 아무리 많이 받아도 퇴장 당하지 않으며 레드카드도 받는 형태에 따라 퇴장 여부가 결정되는 독특한 룰을 가지고 있다. 알렉스도 레오도 카드를 받은 직후 아무런 문제없이 끝까지 경기를 소화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며 수훈선수로까지 선정됐다.
 
만일 두 선수가 관중석 슈팅 이후 경기출전에 제약이 생겼다면 상황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본인은 물론이고 팀과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선수-구단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어야 경솔한 행동을 막을 수 있다. 앞으로 도를 넘어선 감정표출-관중에 대한 위협에 해당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즉시 퇴장이나 해당 세트 출전금지 같은 강력한 징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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