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팀 이적 시 보상 규모가 부담스러운 FA 양현종.

양현종. ⓒ KIA타이거즈


에이스와 실랑이를 벌였던 KIA가 양현종에게 통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

KIA타이거즈 구단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FA투수 양현종과 계약기간 4년에 총액 103억 원(계약금 30억,총 연봉 25억,옵션48억)의 조건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현종은 계약 후 "내 이름과 타이거즈를 나누어 생객해 본 적이 없다"는 말로 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후 "단단하게 몸을 만들어 KIA 타이거즈가 12번째 우승을 달성하는데 전력을 쏟겠다"고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2007년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작년까지 통산 425경기에 등판해 147승(4위)95패9홀드 평균자책점3.83의 성적을 남긴 자타가 공인하는 타이거즈의 에이스다. 양현종과의 계약으로 KIA는 내년 시즌 양현종과 사이드암 임기영, 그리고 신인왕 이의리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토종 선발 트로이카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KIA가 내년 시즌 진정한 선발 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외국인 원투 펀치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투수 최초 100억 계약으로 에이스 예우

7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2017년 정규리그 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2019년 평균자책점왕(2.29)에 빛나는 양현종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물론 양현종의 이탈은 올 시즌 KIA 전력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 분명했지만 KIA로서는 FA자격을 갖춘 양현종을 말릴 명분이 없었다. 결국 양현종은 마이너 계약을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하며 미국무대에 진출했다.

결과적으로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4월말 빅리그의 부름을 받은 양현종은 4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빅리그에서 12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3패5.60으로 부진했다. 트리플A에서도 10경기(9선발)에서 3패5.60(메이저와 마이너리그 성적이 일치한다)으로 성과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1년 만에 다소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양현종은 한국으로 돌아와 FA를 신청했지만 상황은 1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내년이면 35세가 되는 적지 않은 나이와 46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보상금 규모 때문에 다른 팀이 쉽사리 참전하지 못했고 원 소속팀 KIA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양현종에게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못했다. 2015 시즌이 끝나고 4년90억 원 계약을 맺었다가 사실상 3년을 날리며 먹튀로 전락했던 윤석민의 사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현종과 KIA구단은 지난 12월14일 첫 협상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양현종은 보장액이 기대한 것보다 높지 않았다며 구단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KIA 입장에서도 윤석민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장치(옵션)를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 KIA와 양현종은 22일에도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가졌지만 역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KIA는 23일 나성범(6년 총액150억)의 계약소식을 먼저 발표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양현종 대신 타 팀에서 이적한 나성범과의 계약소식을 먼저 발표하자 일부 야구팬들은 KIA와 양현종의 사이가 틀어진 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KIA의 장정석 단장은 양현종과의 불화는 없다고 적극 해명했고 24일 양현종에게 4년 총액 103억 원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 옵션48억으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보장액 55억으로 에이스의 자존심도 함께 세워준 것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영입으로 꿈의 선발진 완성?

양현종 계약으로 KIA는 강한 마운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던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 중 한 명이다. 어쩌면 양현종을 능가하는 구위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신인왕 이의리도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다면 충분히 두 자리 승수가 기대되는 유망주다. 올해 153이닝을 던지며 8승을 기록한 임기영도 5선발로 쓰긴 아까울 정도로 좋은 투수다.

필승조 역시 든든하기 그지 없다. 올해 5승4패34세이브2.20을 기록한 정해영은 이제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분류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NC 다이노스 시절부터 재능을 성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고 평가 받았던 장현식은 구단 역대 최초로 홀드왕(34개)에 등극하며 적성을 찾았다. 여기에 시즌 막판에 복귀해 15경기에서 1승7홀드3.46을 기록했던 전상현도 내년 시즌 본격적으로 필승조에 합류할 예정이다.

토종 선발진과 필승조를 잘 구축했기 때문에 KIA로서는 외국인 원투펀치 구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KIA는 올해 3명의 외국인 투수가 13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작년 에이스 역할을 했던 애런 브룩스는 올해 3승만 기록한 채 불미스런 일로 퇴출됐고 '육성형 외구인 선수'로 데려온 보 다카하시(세이부 라이온즈)는 1승만 기록했다. 그나마 다니엘 멩덴이 21경기에서 8승3패3.60으로 선전했지만 건강에 대한 우려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된 멩덴의 재계약 확률이 남아 있는 가운데 KIA는 작년의 브룩스나 2017년의 헥터 노에시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해 줄 수 있는 우완 에이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좌완 양현종과 이의리, 사이드암 임기영으로 토종 선발진을 꾸릴 KIA는 예비선발 또는 스윙맨으로의 활약이 예상되는 이민우 정도를 제외하면 우완 정통파 선발 자원이 크게 부족하다. 바로 이 부족한 부분을 외국인 투수들이 메워줘야 한다는 뜻이다.

KIA팬들은 최소 작년 브룩스 수준의 새 외국인 투수가 들어오고 멩덴이 건강하게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건재한 양현종, 그리고 성장한 이의리가 이끄는 KIA의 강력한 선발진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의 프레스턴 터커에 버금가는 외국인 타자까지 데려 온다면 금상첨와다. 하지만 KIA는 나성범과 양현종 계약에 온 힘을 집중하느라 아직 외국인 선수를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다. 여전히 KIA의 2022 시즌에 물음표가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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