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이의 태업성 경기지연 행위로 논란을 일으킨 프로축구 강원 FC에게 결국 제재금이 부과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 12월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 대전 하나시티즌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를 고의로 지연시킨 볼보이들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강원에 제재금 30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원정 팬들이 경기장에 페트병 등 이물질을 투척한 대전에 대해서도 제재금 200만 원을 부과했다.
 
강원은 승강 PO 1차전에서 대전에 0대1로 패했으나, 2차전에서 4대 1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극적인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그런데 강원이 대전에 리드를 잡고 잔류에 유리한 상황을 맞이한 시점부터 볼보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시작됐다. 볼보이들은 대전 선수들에게 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던져주거나, 아예 공을 줍지도 않고 태업을 하며 경기진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강원의 승리, 논란된 볼보이 행태
 
보다못한 경기감독관이 결국 하프타임과 후반 진행 중 구단 관계자에게 볼보이들의 행위를 지적하고 일부 볼보이를 교체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고의 지연 행위는 계속됐다. 강원의 승리가 확정되자 볼보이들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했다. 강원 볼보이들의 행태는 대전 선수단과 팬들을 자극했고, 일부 대전 원정팬들이 볼보이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경기장에 이물질을 투척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강원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구단과 볼보이들의 행태는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큰 논란이 되었고 비판적인 여론이 악화됐다. 연맹은 경기감독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강원을 상벌위에 회부했다. 여기서 강원은 상벌위 소명 자리에서 구단 차원의 고의적인 지시가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벌위는 강원의 볼보이 관리 소홀을 인정하면서 "해당 경기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강원이 사전에 볼보이들에게 홈 경기 운영 매뉴얼에 따른 볼보이의 행동 지침을 충실하게 교육하지 않았고, 또한 경기감독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볼보이들의 행위를 사실상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K리그에서는 그동안 볼보이에 대한 정확한 징계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축구 연맹 측은 이례적으로 K리그 역사상 첫 볼보이 관련 징계와 함께 무려 3천만 원이라는 결코 적지않은 액수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그만큼 이 사태가 리그 이미지에 미친 악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맹목적인 성적과 결과지상주의를 바로잡는 과정이다. 물의를 일으킨 대상이 바로 청소년들이라는 점이라서 팬들이 느낀 충격과 실망감은 더 컸다. 해당 경기의 볼보이들은 강원 구단 유스팀 소속의 고교생들이었다. 한창 축구를 배워가야 할 시기에, 비도덕적 행위를 주도하고 아무런 죄책감이나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큰 문제다. 이는 결국 어른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직접 태업이나 경기지연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구단은 볼보이들의 행동을 방조하고 묵인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 
 
사실 강원 볼보이 사태를 바라보는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결정적 계기는, 오히려 경기 이후 보여준 강원 구단 책임자들의 표리부동한 행태였다. 이영표 강원FC 대표 이사는 볼보이 사건에 대한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만 해도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치르는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최용수 감독 역시 "볼보이의 영역까지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 홈 어드밴티지는 전 세계 어디에나 다 있다"라고 답변했다.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되자 그제야 분위기 파악을 한 이영표 이사가 뒤늦게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여전히 볼보이의 노골적인 태업과 경기방해를 그저 '매끄럽지 못한 경기 진행' 정도로 안이하게 해석하거나,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그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한 것은 여론만 악화시켰다. 축구계에서는 강원FC가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에는 성공했지만 이번 사태 이후 K리그 내에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단지 벌금 납부가 이 사건의 종결은 아니다. 3천만 원이라는 제재금보다 중요한 건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려는 어른들의 메시지에 있다. 이제 연맹의 공식적인 해석과 징계까지 내려진 만큼, 강원은 이영표-최용수 등 책임있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진심어린 반성과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어른들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모범을 보여야, 후배들도 올바른 축구가 무엇인지 깨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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