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시즌 3번째 '절친 더비'에서 승리하며 8연승을 내달렸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19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1-25, 25-19, 25-19, 25-19)로 역전승했다. 1라운드 패배 후 2, 3라운드 연승으로 GS칼텍스와의 이번 시즌 상대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서게 된 도로공사는 GS칼텍스와 같은 승점 34점이 됐지만 승수에서 앞서 2위로 올라섰다(12승 4패, 승점 34점).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 44%의 공격성공률과 함께 블로킹 4개를 곁들이며 26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토종 에이스 박정아가 18득점, 전새얀이 9득점, 센터콤비 배유나와 정대영이 나란히 7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리시브 효율에서 50.70%를 기록한 도로공사 수비의 승리였다. 특히 27개의 디그와 함께 73.68%의 경이적인 리시브효율을 보인 '최리' 임명옥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윙스파이커에서 리베로로 변신한 성공모델
 
 윙스파이커 출신의 임명옥은 리베로 변신 후 수비상 2번,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두 번 선정된 여자부 최고의 리베로다.

윙스파이커 출신의 임명옥은 리베로 변신 후 수비상 2번,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두 번 선정된 여자부 최고의 리베로다. ⓒ 한국배구연맹

 
마산제일여고 출신의 윙스파이커 임명옥은 프로 원년이던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왼손잡이 대어 나혜원과 황연주(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이어 전체 3순위로 KT&G에 지명됐다. 루키 시즌 단 10경기만 출전하고도 선배들의 활약으로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임명옥은 프로 2년 차가 되던 2005-2006 시즌 28경기에서 110득점을 기록하며 윙스파이커로 프로무대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2006-2007 시즌 종료 후 리베로로 변신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노장 최광희(남양초등학교 감독)가 현역 생활을 마감하며 KT&G는 리베로 자리에 구멍이 뚫렸다. 결국 KT&G에서는 대형 윙스파이커로 성장하기엔 신장(175cm)의 약점이 뚜렷했던 임명옥을 리베로로 변신시키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베로 변신은 긍정적인 쪽으로 임명옥의 선수 생활에 큰 전환점이 됐다.

임명옥은 리베로 변신 첫 시즌부터 리시브(62.10%)와 디그(세트당 5.28개) 부문에서 각각 2위에 오르며 김해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남지연이 양분하던 리베로 구도에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실제로 임명옥은 2010-2011 시즌과 2013-2014 시즌 김해란과 남지연을 제치고 여자부 수비상을 수상하며 정상급 리베로로 성장했다(V리그 수비상은 2014-2015 시즌부터 베스트7 리베로 부문으로 통폐합됐다).

그렇게 KGC인삼공사의 붙박이 리베로로 활약하던 임명옥은 지난 2015년 5월 국가대표 주전 리베로 김해란과의 1대 1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두 선수 모두 각 소속팀에서 10년 이상 활약했던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 팬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베테랑이었던 두 선수는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팀에서 빠르게 적응했다. 그리고 임명옥은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또 하나의 큰 변화를 맞았다.

도로공사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FA 박정아를 영입했고 김종민 감독은 박정아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의 2인 리시브 체제를 사용했다. 이는 수비전문선수인 리베로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자칫 수비가 흔들리면 그 책임은 리베로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명옥은 2017-2018 시즌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 부문에서 2위(세트당 8.73개)에 오르며 도로공사의 첫 통합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리시브 효율 50% 넘는 유일한 리베로
 
 도로공사의 새 주장 임명옥은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도로공사의 8연승을 이끌고 있다.

도로공사의 새 주장 임명옥은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도로공사의 8연승을 이끌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대표팀의 리베로 자리는 2000년대 후반부터 김해란과 남지연이 양분했고 남지연이 대표팀에서 물러난 후에는 김해란이 붙박이로 활약하면서 나현정, 김연견(현대건설) 같은 젊은 리베로들이 백업으로 선발됐다. 1986년생으로 1984년생 김해란보다 단 두 살 어렸던 임명옥에게는 좀처럼 대표팀 기회가 오지 않았다. 김해란 리베로가 출산을 위해 은퇴했을 때도 스테파노 라바리니 전 감독은 임명옥 리베로 대신 오지영 리베로(GS칼텍스)를 선발했다.

하지만 임명옥 리베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하게 소속팀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임명옥은 2019-2020 시즌과 2020-2021 시즌 연속으로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며 리그 최고의 리베로로서 명성을 떨쳤다. 최근 여자부의 여러 팀들이 한 경기에서 두 명의 리베로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도로공사는 임명옥이 거의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한다. 도로공사의 두 번째 리베로 박혜미가 좀처럼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유다.

이번 시즌 옵션 포함 2억80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한 임명옥은 1년 만에 리베로 최고연봉 자리를 탈환했고 성적에서도 최고 리베로다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가 치른 16경기에 모두 출전한 임명옥은 세트당 8.38개의 수비로 2위 노란(인삼공사, 7.42개)을 0.96개 차이로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52.91%에 달하는 리시브 효율은 비슷하게 따라오는 선수조차 없다(2위는 현대건설 김연견의 40.24%).

임명옥 리베로는 19일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서도 신들린 듯한 수비로 도로공사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임명옥은 세트당 6.75개에 달하는 27개의 디그와 함께 73.68%의 경이적인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GS칼텍스 선수들은 임명옥이 아닌 다른 쪽으로 서브를 때렸지만 반대편에는 42.25%의 점유율을 책임지며 50%의 효율을 기록한 문정원이 있었다. 두 선수는 이윤정 세터가 편안하게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 줬다.

임명옥 리베로는 이번 시즌부터 박정아의 뒤를 이어 도로공사의 주장을 맡았다. 물론 임명옥 리베로는 큰 액션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때로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유형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언제나 듬직한 수비로 솔선수범하며 동료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8연승을 질주하며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거듭난 도로공사의 무서운 상승세에는 새 주장 임명옥 리베로의 조용한 리더십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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