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어느 팀에 가더라도 플러스 요인이 될 만한 대어급 FA 야수가 우르르 쏟아졌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는 요지부동이었다.

지난달 말 FA 시장이 개장한 이후 가장 먼저 도장을 찍은 선수는 최재훈이었다. 5년 최대 54억 원에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한화와의 동행을 이어갔다. '외국인 원투펀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와 재계약도 별 문제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전력 보강이 시급한 한화가 추가적인 외부 FA 영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내부 FA 단속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새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이 온 것 이외에는 플러스 요인 없이 내년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시범경기를 1위로 끝낸 한화의 정규시즌 순위는 최하위였음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팬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시범경기를 1위로 끝낸 한화의 정규시즌 순위는 최하위였음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팬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 한화 이글스

 
팀 외야진 WAR 마이너스, 그럼에도 리빌딩만 고수?

최재훈 이후 열흘 넘게 'FA 2호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던 중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FA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외야수 나성범의 이적 가능성이 제기됐고, 지난 14일에는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박해민(LG 트윈스)과 박건우(NC 다이노스)가 나란히 팀을 옮겼다.

아직 김재환과 손아섭 등 계약을 마치지 못한 FA 외야수가 있기는 하지만, 갑자기 한화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들이 한화로 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지난 겨울 FA 시장에 나왔던 외야수 정수빈을 놓친 데 이어 올겨울도 '빈손'으로 FA 시장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매년 '리빌딩'을 외치는 한화의 팀 사정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주전 포수 최재훈과 더불어 노시환, 하주석, 정은원을 중심으로 내야진이 어느 정도 틀을 갖추었지만, 현재의 전력으로 가을야구를 바라보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세대교체를 이유로 젊은 선수들의 비중이 조금씩 커지는 외야진은 중심을 잡아줄 만한 선수가 없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팀 외야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순위에서 유일하게 음수(-3.81)를 나타낸 팀은 바로 한화다. 바로 위에 있는 9위 KIA 타이거즈(3.60)와 비교해봐도 차이가 꽤 크게 벌어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빅리그 경험이 있는 터크먼이 왔고, 한 명만 영입하더라도 외야진 전체의 무게감이 확 달라진다. 더구나 이렇게 대어급 외야 FA가 대거 시장에 나오는 것도 흔치 않아 전력 보강을 할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장담할 수 없다. 최하위 탈출 혹은 그 이상까지 바라보고 있는 한화에겐 결코 놓쳐선 안 될 시기였다.

팬들의 분노에 사과문까지 게재... 납득 가능한 운영 필요하다

리빌딩만 고수하는 구단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고, 결국 구단을 믿고 기다려왔던 한화팬들의 인내심이 극에 달했다. 지난 13일 몇몇 한화팬들을 중심으로 구단의 행보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한 '트럭시위'가 계획됐고, 15일 오전부터 63빌딩과 여의도공원 등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한화 구단은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듯 15일 오후 구단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화는 "따뜻한 응원과 발전적인 질책을 보내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치않는 마음으로 팬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정민철 단장의 FA 관련 농담조 발언이 기사화된 것에 대해서는 "구단은 어떠한 요청도 하지 않았으며, 구단의 입장과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기사에서 언급된 '농담조' 대목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었으며, 한화 이글스가 FA와 관련해 결코 가볍게 접근했다는 뜻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선수 혹은 구단이 물의를 일으켜 사과문을 발표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어도 FA 시장에서의 움직임 때문에 팬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만큼 팀 성적을 떠나서 이기든 지든 한결같이 선수들을 응원해온 팬들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구단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수년간 FA 시장이 다소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약팀' 이미지서 벗어나야 하는 한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쩌면 전력 강화 없는 리빌딩은 허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경영자' 입장인 구단과 팬의 생각이 다를 순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납득이 가능한 운영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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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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