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가 있었음에도 큰 이변이 일어나진 않았다. 예상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다.

10일 오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들이 결정됐다. 후보에 오른 84명의 선수 가운데, 단 10명만 무대에 올랐다.

투표인단 304명의 마음이 모두 같을 수는 없었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포지션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외야수 부문에서는 3위 구자욱(삼성 라이온즈)과 4위 전준우(롯데 자이언츠)의 득표 수 차이가 단 10표 차에 불과할 정도로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다.
 
 10일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후 무대에 오른 영광의 주인공들

10일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후 무대에 오른 영광의 주인공들 ⓒ 두산 베어스

 
2루수, 외야수 부문 치열했다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좌완 투수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의 이름이 가장 먼저 호명됐다. 231표나 얻으면서 2위 뷰캐넌(삼성 라이온즈)과 큰 차이를 보였다.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209표)와 지명타자 양의지(NC 다이노스, 226표)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선수는 1루수 강백호(KT 위즈)였다. 304명 가운데 무려 278명이 강백호에게 표를 던졌다. 2위 양석환(두산 베어스, 12표)과도 차이가 컸고, 박병호(키움 히어로즈)와 제이미 로맥(SSG 랜더스)는 1표도 받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결과다. 3루수 부문에서 수상한 최정(SSG 랜더스, 231표)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올 시즌 최다 실책 1위에 올랐던 유격수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은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오지환(LG 트윈스, 49표)과 마차도(롯데 자이언츠, 32표)가 그 뒤를 이었고 '3할 유격수' 박성한(SSG 랜더스)는 12표에 만족해야 했다.

역시나 2루수, 외야수 부문 경쟁이 뜨거웠다. 2루수 부문에서는 정은원(한화 이글스, 121표)이 김선빈(KIA 타이거즈)을 36표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황금장갑을 품었다. 3위 안치홍(롯데 자이언츠)까지 세 명의 선수가 적잖은 표를 받게 되면서 1위의 득표율만 본다면 다른 포지션보다 높지 않았다.

후보만 21명에 달한 외야수 부문에서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263표) 홍창기(LG 트윈스, 189표)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143표)이 치열한 경쟁을 뚫어냈다. 이정후, 홍창기까지는 조금 여유로웠지만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투표인단의 결정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상의 가치가 더 빛나려면...

결과에 큰 이견이 없기는 하지만, 세부 투표 내역을 들여다봤을 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 달 진행됐던 신인왕 및 MVP 투표와 마찬가지로 수상 가능성과 거리가 멀었던 일부 선수에게 표가 분산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직전 시즌에 비해 다소 아쉬웠던 지명타자 부문 최형우(KIA 타이거즈와, 1루수 부문 강진성(NC 다이노스)이 1표씩 받는가 하면, 정은원-안치홍-김선빈 3파전 구도였던 2루수 부문에서도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15표)와 서건창(LG 트윈스, 15표)에게 향한 표가 꽤 많았다.

최정의 수상이 확실시됐던 3루수 부문에서도 모든 후보가 최소 1표 이상 받았고, 외야수 부문에서는 올 시즌을 끝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프레스턴 터커(KIA 타이거즈)가 또 표를 받았다. 21명의 외야수 후보 중 1표도 받지 못한 선수는 김인태(두산 베어스)와 김헌곤(삼성 라이온즈) 두 명이 전부였다. 다시 말해서, 후보에 포함되기만 해도 대부분의 선수가 1표씩 받았다는 이야기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사심을 담아 표를 던진 미디어 관계자는 올해도 존재했다. 더 공정한 시상식을 만들고, 상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할 때 더욱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300명이 훌쩍 넘는 투표인단을 축소하거나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인 손질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오히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일부 미디어 관계자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의 계정에 어떤 선수에게 표를 행사했는지 투표 내역을 공개하고, 선수마다 투표한 이유까지 제시한 이도 있었다. 이제는 리그를 주관하는 KBO가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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