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청년 문화예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상파 TV 방송에서 코미디와 정통 사극이 줄어든 것이 "정치권력의 영향력 때문인 것 같다"고 한 것과 관련,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배우, 작가, 개그맨, 인디밴드 보컬 등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코미디와 사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관련기사 : 윤석열 "코미디와 사극, 정치 권력 때문에 사라져").
 
당일 행사에 참석한 개그맨이 코미디 프로그램 부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윤석열 후보는 "국민들이 사극을 통해서 나라 정체성을 확립하고, 코미디는 권위주의가 심하던 정권에서는 그야말로 기득권에 대한 풍자를 많이 하는데, (방송) 편성에서 가장 큰 문제는 코미디와 사극이 없어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사극과 코미디를 없애는 것 자체는 정치 권력의 영향력 때문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윤 후보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있어서도 국가가 조금 투자하면 오히려 자기 검열이라고,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고 생각하는데 초기 투자를 해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정부가 문화예술에 돈을 많이 써 국민에 박수받는 분위기를 유도해 내겠다"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사과가 우선"
 
블랙리스트 피해단체들은 윤석열 후보가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인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블랙리스트 피해단체의 연대기구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블랙리스트 위원장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유체이탈 화법은 국정농단 시기 공포정치를 연상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집권당이었던 시절에 대한민국이 자국민을 상대로 정부조직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블랙리스트 국가폭력을 자행한 책임을 언제까지 '내로남불' 할 것인가"라며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하여 단 한 번도 피해 예술인이나 국민에게 사죄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위원장은 "국민의 힘은 사죄는커녕 20대 국회 문체위 활동을 통해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활동을 부정하고, 조사위 예산삭감으로 방해한 바가 있다"며 "작년에는 블랙리스트 피해회복을 위한 예산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 출연이 제약당하는 등 피해를 본 배우 문성근도 개인 SNS를 통해 "국민의힘 집권 때나 '블랙리스트'로 '하라, 말라' 했으면서, 뭐든 현 정권 잘못이라 한다"고 글을 올렸다.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블랙리스트 위원장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블랙리스트 위원장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리스트 관련 예산 전액 삭감한 국민의힘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가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결정적 이유는 블랙리스트 범죄에 대한 국민의힘의 이중적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해 예산심의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의 '사회적 기억'을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많은 공직자가 힘들어 했는데, 이것으로 사회적 기억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정쟁을 유발하는 것이라 절대 수용할 수 없다", "검찰이나 법원이 할 일을 문화계가 기념한다는 것은 절대 안 되는 사업"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특히 윤석열 후보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국가범죄로 규정된 블랙리스트는 투자의 문제가 아닌 자신들을 비판하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핵심이었기 때문.
 
 지난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블랙리스트 실행자를 세종문화회관 사장 임명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문화예술인들

지난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블랙리스트 실행자를 세종문화회관 사장 임명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문화예술인들 ⓒ 문화민주즈의실천연대

 
한편,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블랙리스트 실행자로 지목되고 있는 안호상씨를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임명해 문화예술계의 반발을 샀다.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들은 "안호상씨 임명은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문화예술인에 대한 2차 가해로, 주권자 시민의 문화권리를 침해하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원칙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매주 규탄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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