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아이유 '스트로베리 문' 티저 이미지

아이유 '스트로베리 문' 티저 이미지 ⓒ 이담 엔터테인먼트


29살의 아이유가 지난 10월에 발표한 자작곡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은 사랑으로 넘실대는 노래다. "6월 밤하늘의 딸기 색깔 달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믿기 힘든 판타지에 가깝다"라는 아이유 자신의 설명만 봐도 이 곡이 얼마나 '뚜렷한' 사랑노래인지 알 수 있다. '스트로베리 문'을 20대의 마지막 곡으로 선택한 건, 참 아이유다운 선택처럼 보인다. 

"달이 익어가니 서둘러 젊은 피야/ 민들레 한 송이 들고/ 사랑이 어지러이 떠다니는 밤이야/ 날아가 사뿐히 이루렴"

제목으로 쓴 '스트로베리 문'은 6월에 뜨는 보름달을 일컫는 별칭으로, 평소의 달 색깔보다 붉다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에서는 '장미달(Rose Moon)'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먼 옛날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딸기 수확철인 6월에 딸기 풍년을 기원하면서 '스트로베리 문'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유래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랑에 빠진 '핑크핑크한' 감성을 아이유는 딸기달에 비유해 노래로 풀어냈다.  

"팽팽한 어둠 사이로/ 떠오르는 기분/ 이 거대한 무중력에 혹 휘청해도/ 두렵진 않을 거야/ 푸르른 우리 위로/ 커다란 strawberry moon 한 스쿱/ 나에게 너를 맡겨볼래 eh-oh"

노랫말을 쓴 아이유는 사랑에 빠진 두둥실한 기분을 무중력에 비유했다. 무중력 속을 부유하다 달까지 가 닿아, 눈앞에 마주한 딸기달을 한 스푼 푹 떠서 먹는다. 달콤한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곧 따라오는 가사에서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을 세로질러/ 날아오르는 기분 so cool/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 ooh"

'바람을 가로지르다'라는 관용적인 표현을 '세로지르다'로 변형한 점이 창의적이다. 물론 '세로지르다'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가로의 반대 표현인 세로로 단어를 바꾼 게 단지 언어유희였다면 그런가보다 했겠지만, 이 표현이 노래 전체를 이미지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내기에 감탄이 나온 것이다.

이 곡은 노랫말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뮤직비디오 영상을 통해서도 우주와 무중력 상태를 줄곧 연상시키고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바람을 세로질러'라는 구절은 중력을 무시한 채 우주를 향해 솟아오르는 수직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아이유

아이유 ⓒ 이담 엔터테인먼트


2008년 데뷔한 이후 꾸준히 작사를 해온 아이유. '바람을 세로질러'처럼 아이유 본인이 직접 만든 단어는 더 있다. 그동안 발표한 곡들과 앨범명에서 그런 예를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꽃갈피'와 '밤편지'다. 2014년, 2017년에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시리즈에서 '꽃갈피'란 단어는 원래 세상에 존재하던 단어마냥 자연스럽다. 또한 아름답다. 꽃을 책갈피 삼아 책에 꽃아 놓은 모습이 상상된다.

2017년 발표한 '밤편지'란 제목도 아이유가 만든 합성어인데 아주 서정적이다. 밤이라는 고적한 시간의 이미지에 편지라는 마음을 상징하는 물건의 정신적인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왠지 모를 진한 서사를 품게 된다. 단 세 글자만으로 말이다. 당시 아이유의 소속사 직원들은 '밤편지'라는 제목이 너무 추상적이고 생소하다며 반대했지만 아이유가 밀어붙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머리 위로 연구름이 지나가네/ 그 사이로 선바람이 흐르네' (2015, 아이유 '푸르던')

아이유가 쓴 '푸르던'에도 아이유가 발명(?)한 신조어가 들어있다. '연구름'이란 단어인데 이것 역시 원래 있던 낱말인 양 자연스럽게 입에 붙는다. '선바람'도 사전적 정의(지금 차리고 나선 그대로의 차림새)와 전혀 다른 의미로 가사에서 쓰였다. 아이유는 이처럼 없는 단어를 만들어 내거나, 원래 의미와 다른 의미로 사용함으로써 노래에 시적 표현을 더했다. 정승환에게 선물한 자작곡 '러브레터'에도 '사랑히'라는 낯선 부사가 발견된다. '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에'라는 구절에서 등장하는데, 이 역시 사랑스러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작사가' 아이유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신의 한 수처럼 결정적 단어를 창조해냄으로서 곡의 전반적 분위기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고정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읊조리면 읊조릴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밤편지'라는 단어를 나는 특히 사랑한다. 한 개인이 만든 단어라지만 전혀 낯설지도, 억지스럽지도 않다. 단어라는 게 이렇게 포근할 수도 있구나 싶다. 이런 낭만적인 합성어, 아이유가 또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아이유

아이유 ⓒ 이담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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