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어디서 사나요? 아니 이젠 책을 사나요? 라고 물어야 할까? 성인 1인이 1년 가야 책 한 권을 읽기 힘든 세상이다. 아이들도 어릴 적 엄마의 교육열에 힘입어 책을 읽는 시기가 지나면 학업을 핑계로 더는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다. 게다가 책을 사도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게 여사가 되었다. 요즘은 온라인 독서 플랫폼도 성행이다. 동네 서점? 당연히 '멸종' 위기다.   

2003년 3589개 였던 서점이 2019년 1976개로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 11월 21일 방영된 <시사 기획창 - 책방은 살아있다>는 '고사' 위기에 놓인 동네 책방의 모색을 다룬다. 

북적이던 동네 서점, 폐점하다
 
 <시사기획 창 - 책방은 살아있다>

<시사기획 창 - 책방은 살아있다> ⓒ kbs1

 
다큐에서 등장한 자료 화면, 1990년대 불광 문고,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불과 몇 십 년 전, 저런 시절이 있었는가 싶다. 격세지감은 바로 '불광문고'의 운명이 되었다. 25년 역사의 서점은 주인이 나누어주는 석별의 카네션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5년부터 심해진 적자, 임대료는 꼬박꼬박 올라갔다. 직원들 임금을 동결하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하지만 더는 그 직원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고별 현수막을 달았다. 

단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 그것만은 아니다. 어느 동네를 가던 하나씩 터줏대감처럼 있던 서점, 하지만 동네 서점은 변화하는 세상과 조우하지 못했다. 2000년대 온라인을 중심으로 책값 할인 경쟁이 들불처럼 퍼졌다. 정가를 받으면 도둑놈 취급을 받았다. 

2003년 도서 정가제를 법제화하였지만 무늬만 정가 판매제란 평가를 받을 만큼 온라인 서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다. 2014년에 법으로 정해진 도서 정가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별적 환경을 일괄적인 10% 할인율로 조정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규모의 양을 직거래하는 온라인이나 대형 서점과 동네 서점은 출발이 달랐다. 이른바 '공급률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동네 서점은 75%의 원가로 책을 받고 15%를 마일리지 등으로 할인해 주고 나면 이익을 남기기 어려웠다. 

결국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 중심, 그리고 대거 광고에 의존하는 베스트 셀러 중심의 출판 문화로 지형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출판 전문가는 여기에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 '할인' 된 책값이 정말 할인된 걸까? 애초에 거품이 끼어있는 책값이라면? 실제 대형 서점에 가보면 이른바 '매대'라고 해서 일부 대형 출판사 출판물들을 중심으로 한 책들이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대형화되고, 일부 베스트 셀러가 주도한 출판 생태계는 그 '거품'에 대한 자정 작용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싸게 산다고 하지만  다양성이 사라진 출판 생태계의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에게 돌아갈 것이라 경고한다. 

게다가 코로나는 안 그래도 휘청거렸던 동네 서점에 직격타를 가했다. 41년 된 성동구의 도원서점, 나날이 찾는 사람들이 줄어 결국 널찍한 1층을 내어주고 조그마한 지하 공간으로 서점을 옮겼다. 그런데 설상가상 코로나는 그나마 매출을 반토막 냈다. 그런데 지원은 없었다. '시간 제한'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2020년 상반기 오프라인 서점 91.6%가 매출 감소를 겪었다. 평균 46.3%의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온라인 서점의 책거래는 증가했다. 통계는 '평균값'으로 냈다. 골목 상권인 서점의 피해는 통계 속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도서 정가제 법제화 이후 동네 책방들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이다. 2015년 97개가 새로 생겼던 책방이 2020년에 들어 600개가 넘었다. 하지만 이제 책방들은 더는 '책'만 팔지 않는다. 
 
문화 공간으로서의 동네 서점 
 
 <시사기획 창 - 책방은 살아있다>

<시사기획 창 - 책방은 살아있다> ⓒ kbs1

 
반독재 민주화의 상징이자 아지트였던 성대 앞의 서점 풀무질, 하지만 인문 과학 서점의 대명사였던 풀무질도 변화하는 세상을 견뎌내지 못했다. 2년 전 뜻있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빚을 갚고 젊은이들에게 인수된 풀무질, 하지만 새 대표는 수익을 한 번도 내지 못했다. 매출이 한 권도 없는 날도 있었다. 사무실, 영화관 등으로 공간을 모색하던 풀무질은 이제 청년 예술가의 대안적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풀무질의 모색은 '시의적'이다. 서점은 문화 공간일까? 아니면 자영업일까? 지금 동네 서점이 당면한 '화두'다. 그런 면에서 군산의 한길 문고가 보여준 가능성은 희망적이다. 

30여 년 전 지역 노동운동을 이끌던 이민우 선생에 의해 만들어졌던 인문과학 서점 녹두는 이제 한길 서점이 되었다. 2012년 폭우로 지하였던 서점이 침수 피해를 입자 시민들이 앞장 서서 서점을 구했다. 이제 지역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서점은 책토론, 강연, 글쓰기 모임 등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서점에서 이루어진 글쓰기 강좌를 통해 매년 열 명이 넘는 작가를 배출하는 서점, 80이 넘어 작가가 된 이숙자씨의 책은 <칠십 대 후반 노인정 대신 서점에 갑니다>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 '최인아 서점'에 들어서면 클래식 선율이 앞선다. 챠이코프스키 콩쿨 3위의 바이올리니스트 연주 중이다. 카피라이터로 30년을 일했던 최인아씨가 선택한 다음 직업은 서점 주인이다. 하지만 그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책에서 출발하고 책이 중심이 되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고 콘텐츠 생산을 더한 문화 복합 공간으로서의 책방이다. 

콘서트와 함께 '최인아 책방'의 특징은 '큐레이션 서점'이라는 지점에 있다. 10대, 20대 연령별로 분류한 권장 도서, '실존적 고민에 대한 답'이라던가, '지인들의 추천'과 같은 이 서점만의 특별한 큐레이션이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시사기획 창 - 책방은 살아있다>

<시사기획 창 - 책방은 살아있다> ⓒ kbs1

 
괴산 '숲속 작은 책방'은 수도권과 달리 땅값이 싼 곳에 서점을 만들고 '북스테이'를 겸하고 있다. 음악회도 열고, 워크숍도 진행한다. 군의 예산을 지원 받아 지역의 초, 중, 고 학생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경주 황리단길의 '어서어서 서점'의 고객 90%는 관광객이다. 고풍스런 소품과 함께 개성 넘치는 책 진열을 한 서점, SNS를 통해 유명해진 서점은 어느덧 여행 인증사진 명소가 되었다. 홍대 앞 책, 익다 서점, 직장인인 주인이 퇴근 후 문을 여는 서점은 한 잔의 와인과 함께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커피 등 음료 판매', '독립 출판', '전시, 공연', '술 판매', '북스테이' 등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활용하며 동네 서점들은 생존을 넘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여전히 정가 판매를 고수하는 인디고 서원의 주인은 묻는다. 책을 싸게 팔면 책읽는 사람이 많아질까? 책 사는 게 편해지면 책 읽는 문화가 확산될까? 오히려 문화의 매개자로서 본령에 충실할 때 서점의 존재는 확고해 지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동네 서점을 자영업 이상의 지역 문화 공간으로 여겨 임대료 지원 등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서점이라는 공간이 책을 파는 이상, 문화적 다양성의 근거지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서점주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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