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신한은행의 추격을 따돌리고 개막 7연승을 내달렸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1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원정경기에서 77-75로 승리했다. 3쿼터까지 56-49로 앞선 KB는 4쿼터 신한은행에게 추격을 허용했지만 경기 종료 29초를 남기고 김민정이 천금 같은 결승득점을 성공시키면서 7연승을 완성했다. 

KB는 박지수가 21득점7리바운드4어시스트로 40경기 연속 더블더블에 실패했지만 강이슬이 3점슛 3방을 포함해 16득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B를 이끌었다. 강아정(BNK 썸)의 보상선수로 KB유니폼을 입은 엄서이도 10득점6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날 박지수, 강이슬을 비롯한 KB의 쟁쟁한 선수들을 지휘한 야전사령관은 바로 165cm의 신장을 가진 2001년생 3년 차 포인트가드 허예은이었다.

김영옥 은퇴 후 적임자 없었던 KB의 포인트가드
 
 프로 3년 차 허예은은 이번 시즌부터 프로 12년 차 심성영을 제치고 KB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프로 3년 차 허예은은 이번 시즌부터 프로 12년 차 심성영을 제치고 KB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KB는 2010년대 이후 정선민(국가대표 감독)과 변연하(BNK 코치), 강아정, 박지수로 이어지는 확실한 에이스 계보가 있었다. 여기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주전슈터 강이슬이 합류하면서 KB의 전력은 더욱 막강해졌다. 하지만 지난 2010-2011 시즌이 끝나고 '총알낭자' 김영옥이 은퇴한 후부터 경기를 조율하며 동료들을 이끄는 포인트가드 포지션은 언제나 KB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물론 KB가 포인트가드 육성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입단한 홍아란은 2013-2014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했고 데뷔 첫 두 자리 수 득점(10.54점)을 기록했던 2014-2015 시즌에는 정규리그 BEST5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홍아란은 선수로서 전성기가 찾아오기 시작하던 2016-2017 시즌 발목부상으로 갑작스럽게 팀을 이탈한 후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KB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던 포인트가드 홍아란이 갑작스럽게 팀에서 이탈하자 기회를 얻은 선수는 홍아란의 입단 동기였던 심성영이었다. 심성영은 전체 4순위로 KB에 입단할 정도로 촉망 받는 가드 유망주였지만 165cm에 불과한 신장과 부족한 경험 때문에 입단 초기 많은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팀 내 젊은 가드 자원이 필요해졌을 때도 구단은 165cm의 심성영보다 174cm의 홍아란에게 먼저 기회를 줬다.

하지만 홍아란이 2016-2017 시즌 중간에 선수생활을 접는 뜻밖의 변수가 벌어졌고 심성영은 졸지에 직전 시즌(13분15초)의 2배가 넘는 출전시간(28분47초)을 보장 받으며 KB의 주전포인트가드로 떠올랐다. 마침 주전으로 도약한 시기에 KB에도 박지수라는 거물신인이 입단하면서 심성영은 외곽슛을 집중적으로 연마했고 2017-2018 시즌부터 4시즌 연속 35% 안팎의 준수한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한 포인트가드로 성장했다.

출전시간이 늘어나고 경험이 쌓일수록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도 점점 향상된 심성영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32분 4초를 소화하며 10.77득점 2.73리바운드 4.30어시스트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KB의 대체불가 포인트가드가 됐다고 보여졌던 심성영은 이번 시즌 경기당 출전시간이 20분 7초로 크게 줄어 들었다. 허예은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해 심성영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 3년 차에 어시스트 2위,자유투 3위 질주
 
 허예은은 이번 시즌 신한은행을 상대한 2경기에서 평균 13득점 8.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허예은은 이번 시즌 신한은행을 상대한 2경기에서 평균 13득점 8.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경북상주여고 시절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농구 팬들의 주목을 받은 허예은은 작년 1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에 지명됐다. 역대 신인 드래프트에서 허예은보다 작은 신장으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받은 선수는 2014년의 안혜지(BNK, 164cm) 밖에 없었다. 높이가 중요한 농구에서 165cm에 불과한 허예은이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는 것은 그만큼 KB가 포인트가드로서 허예은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프로무대를 밟은 여느 슈퍼루키들이 그렇듯 허예은도 데뷔 초기에는 코트를 누비기보다는 벤치를 달구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KB가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강 팀이다 보니 루키 선수에게 출전시간을 보장해 줄 만큼 팀 사정이 여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예은은 유망주들이 주로 출전하는 지난 여름 박신자컵에서 17.4득점 9.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귀중한 경험을 쌓아갔다.

그리고 허예은은 프로 3년 차가 된 이번 시즌 7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0분 12초를 소화하면서 선배 심성영을 제치고 단독 선두 KB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경기당 평균 6.29개의 어시스트는 안혜지(6.67개)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허예은은 박지수와의 2대2 게임을 비롯해 돌파 후 외곽에 있는 강이슬,최희진에게 킥아웃 패스, 그리고 돌파 후 직접 득점시도 등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공격옵션이 매우 다양하다.

물고 물리는 접전으로 진행됐던 13일 신한은행전에서도 허예은의 활약은 대단히 돋보였다. 평소보다 더 많은 32분 39초를 소화한 허예은은 16득점 2리바운드 8어시스트 1스틸로 KB의 공격을 지휘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승부에 중요한 분수령이 된 4쿼터에서 2개의 점프슛과 하나의 돌파(추가 자유투 포함)로 7득점을 올리면서 자칫 신한은행에게 역전 당할 뻔 했던 KB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프로 3년 차, 만 20세에 불과한 허예은은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특히 27.8%에 불과한 3점슛 성공률을 향상시켜야만 더욱 위력적인 가드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66.7%에 불과했던 자유투 성공률을 한 시즌 만에 85%(3위)로 끌어올린 허예은의 '근성'이라면 충분히 KB의 오랜 포인트가드 부재를 청산할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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