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효선 창원 씨네아트리좀 관장
성하훈
"인구 100만의 도시에 독립예술영화관이 한 곳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효선 창원 씨네아트리좀 관장은 답답한 듯 길게 하소연했다. 독립예술영화관이 무너지느냐 버티느냐의 기로에 선 지점에 있기에 절박함이 느껴지는 호소였다.
지난 8월 5일부터 휴관에 들어간 창원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관 씨네아트리좀이 모처럼 문을 열었다. 10월 30일~11월 7일까지 개최된 창원국제민주영화제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정식 재개관은 아니고 임시로 행사 기간 중에만 극장이 운영된 것이었다.
지난 6일 창원 창동에 위치한 씨네아트리좀에서 만난 하효선 관장은 "계속 극장이 운영됐으면 좋겠는데, 창원시가 지원을 끊은 이후로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지난 정권 블랙리스트 여파와 코로나19 등으로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영화관을 지키고 싶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현재 경남 유일의 독립예술영화관인 씨네아트리좀은 2015년 12월 문을 열었다. 앞서 경남 유일 독립예술영화관이었던 거제 아트시네마가 박근혜 정권이 독립예술영화관의 지원을 끊으면서 2014년 10월 폐관한 지 1년 만에 새로운 영화관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을 연 씨네아트리좀 역시 운영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3년 만인 2017년 폐관의 위기가 닥쳤다. 이때 활로가 된 것은 봉준호 감독 <옥자>였다.
영사기 임대료 지원하다 끊은 창원시
"넷플릭스 영화라 대기업 극장에서 상영을 거부해 개인 소유 극장이나 독립영화관 등에서 상영했는데, 당시 씨네아트리좀은 디지털영사기가 없어서 상영이 불가능했습니다. 영사기 문제로 상영할 수 있는 작품이 점차 줄어들고 있던데, <옥자> 상영을 못한다고 하니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창원시의원이 창원시에 문제제기를 했어요. 결국 여론이 움직이자 창원시가 영사기 임대료를 3년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버텼는데, 지난 8월 휴관을 결정한 것은 창원시의 임대료 지원이 끊기면서였다.
"창원시의 지원으로 영사기를 들여놓고 임대료를 내고 영사기를 운용할 인력을 유지해 왔는데, 지원이 끊기니 모두 극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따져보니 월 1000만 원 가까이가 지출돼야 하는 거예요. 코로나19 상황 속에 도무지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휴관을 결정한 겁니다."
하효선 관장은 "창원시장님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았고, 부시장님이 잠시 와서 형식적인 이야기만을 하고 갖다"며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 공무원들의 인식 자체가 독립예술영화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