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이들의 브래지어 스틸컷

▲ 애송이들의 브래지어 스틸컷 ⓒ GIFF

 

브래지어는 여성 속옷이다. 남자는 입지 않고 여자만 입는다. 청결 문제로 착용하는 일이 많은 다른 속옷과 달리 브래지어의 목적을 두고는 오랜 시간 많은 논의가 오갔다. 체형보정을 위한 목적으로 여성에 대한 억압이 아니냐는 비판도 컸다. 

브래지어를 차지 않는 패션이 여성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진 역사도 짧지 않았다. 최근에도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브래지어를 차지 않는 패션을 선보이면 화제가 되곤 한다. 브래지어는 여전히 그 상징성을 잃지 않고 있다.

<애송이들의 브래지어>는 브래지어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했다. 1960년대에 이미 여성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브래지어를 2015년에 찍은 셀프다큐에 이르러 다시금 불러온 것이다. 막상 제작자인 세 친구는 제 브래지어를 화면 앞에서 까뒤집는 퍼포먼스를 고려했다가 포기했으니 영화는 제목에 옛 상징을 빌려왔을 뿐 새로움을 창출하진 못했다. 실제 영화에서도 브래지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갓 스물이 된 여성 셋의 셀프 다큐멘터리다. 주제는 그들이 만나고 사랑하며 헤어진 남자이고, 그들과의 관계이며, 그를 통해 들여다보는 저 자신이다. 그 나이 또래가 흔히 그렇듯 몸은 자랐지만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마음이 영상 안팎으로 그대로 드러난다.
 
애송이들의 브래지어 스틸컷

▲ 애송이들의 브래지어 스틸컷 ⓒ GIFF

 
날것 그대로의 영상, 그러나...

슬기와 민아, 소정은 강원도 강릉에서 자란 친구들이다. 저마다 연인과의 이별에 고통 받고, 남자를 적대하며, 새로운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상황과 그 고충을 서로에게 솔직히 털어놓는다. 영화는 이들이 서로에게 나누는 고민을 영상으로 담아낸 기록이다. 술자리와 길거리에서 털어놓는 고민들이 너무나 적나라해 마치 관객이 이들의 친구라도 된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갓 스물이 넘은 이들의 영화니만큼 세련됨을 기대하긴 어렵다. 영화의 최대 장점이 날 것 그대로의 영상이라면 단점은 곳곳에서 엿보이는 미숙함이다. 눈을 뜨고 뜯어봐도 영화를 장편 다큐멘터리로 꿰는데 필수적이었을 고민이나 통찰을 찾아보긴 어렵다.

영화제 자리에 선 연출자들이 스스로 수긍했듯 걸러지지 않은 어린 언어도 러닝타임 내내 넘실댄다. 일부는 적잖은 관객에게 불쾌함을 자아낼 수도 있어 보인다. 단순히 생각이 어릴 뿐 아니라 걸러지지 않은 욕설과 시끄러운 떠듦이 관객을 피로하고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방황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가 방황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방법론에 있어선 객관성을 잃지 않아야 할 다큐멘터리라면 더욱 그렇다. 어릴 적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라며 받은 고통이 언어와 그림과 영상을 통해 바깥으로 표출되는 동안, 어떤 관객들은 일종의 감정 쓰레받기가 되어버린 기분을 느낄지 모를 일이다. 그들의 고민에 더 깊이 귀를 기울이려는 관객일수록 말이다.
 
애송이들의 브래지어 스틸컷

▲ 애송이들의 브래지어 스틸컷 ⓒ GIFF

 
스물 한 살 여성들의 진솔한 고민들

연출자들은 이 영화에 대해 "별다른 기획 의도 없이 무작정 '연애', '사랑'이란 키워드만 가지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렇게 출발했다고 할지라도 한 지역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선택을 했다면 그 의미와 수준에 있어선 최소한의 검증이 이뤄졌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아예 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적어도 셀프 다큐라는 형식으로 젊은 여성들의 적나라한 고민을 담은 몇 안 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연출의 실패로 영화 내내 제대로 구분되지 못하는 슬기와 민아, 소정이지만 어쩌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단면을 조금쯤은 담아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사성과 차이점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일방적인 표출에 그치는 시간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 내내 엿보이는 당혹감 역시 적어도 거짓은 아니다. 이들이 겪는 고통과 관객이 느끼는 당혹감이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면, 어쩌면 그 부정적인 인상 가운데선 관객이 져야만 하는 책임도 섞여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 점을 아주 잠시라도 고민하게 한다면,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가 강릉빅픽처 섹션에 들여온 <애송이들의 브래지어>의 가치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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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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