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6411>은 고 노회찬 의원 3주기에 만든 애도 다큐다. 인터뷰이 43명이 참여한 200여 시간이 노회찬 생전의 영상물과 어우러진다. 다큐제목은 2012년 6411번 버스의 새벽 4시 첫 차에 앉은 노회찬을 호명한다. 구로동에서 개포동까지 버스 노선에 함께 탄 현장에서 방법을 찾는 노회찬 정치의 상징적 시그널이다. 당시 그가 가리킨 투명인간 '청소노동자(환경미화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필수노동자'로 부각되었다.
 
 <노회찬6411>의 한 장면

<노회찬6411>의 한 장면 ⓒ 리틀빅픽쳐스

 
필수노동자는, 11월부터 시행되는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난 중에도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와 사회 기능 유지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K방역의 숨은 공신이다. 저임금노동자도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누려야 한다는 노회찬의 외침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인터뷰이 이진경은 노회찬을 "자유를 누리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독방에 수감된 상태에서 교도소 측에 요청해 면회자가 와도 문을 못 열도록 하여 독서 방해를 차단하는 그를 목격하고서다. 현장에 투입된 학출 용접공이었지만, 현장 노동자를 지도하기는커녕 어렵게 산 얘기를 들어주며 자신도 노동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역발상은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2004년 심야토론에서 노회찬을 대중정치인으로 급부상시킨 '50년 묵은 삼겹살 불판갈이' 같은 해학의 뿌리도 그것이다.
 
정치는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내는 일이다. 노회찬은 시대정신에 맞게 사회적 의제를 택하는 현안 대응으로 있으나마나한 투명정당을 탈피하려 애쓴 정치인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더 노력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국민 탓을 하지 않는다"는 작심이 가능한 이유다.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돈 받은 검사 명단을 공개해 2013년 의원직을 상실하고서도 2016년 국회에 재입성하는 근성은 없는 길을 다져 내는 데에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런 노회찬이기에 "진보 정당을 통해 권력을 잡으려 했던 의지가 정말 강했던 정치인"이라는 인터뷰이 견해를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기득권의 견고한 불판을 바꾸려면 권력이 필요해서 정치하는 거니까. 그렇기에 "너무 원칙적이어서 자기 세력마저 키우지 않은 사람"인 게 아쉽다. 정치를 하려면 경우에 따라 원칙을 잃지 않으면서도 강약 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잠시 겉과 속이 다르게 보여 대중이나 지지자들을 실망시킬 수 있을지라도.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하는 2019년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는 "정치인 노회찬은 노동운동가 노회찬과 같은 사람이었고, 또한 정치인 노회찬은 휴머니스트로서의 자연인 노회찬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고 진심을 밝힌다. 그리고 덧붙인다. "적어도 돈 받은 사실이 끝내 부끄러워 목숨마저 버린 사람이라는 것"과 "세상을 등진 그의 행위를 미화할 수는 없지만, 그가 가졌던 부끄러움은 존중해줄 수 있다는 것"을. 요즘 드러난 대장동 50억 클럽 명단이 그의 생전에 존재했음을 감안하면, 손 앵커의 평가는 타당하나 미흡하다.
 
아무튼 자신의 현안 대응을 포기하고 "그 불일치를 목숨과 바꾼" 노회찬이 나는 딱하다. 함께 비를 맞으며 우산을 씌워주는, 그렇듯 겉과 속이 일치하는 그의 현장 정치를 더는 마주할 수 없으니까. 내가 앉은 뒷줄에서 급기야 흐느끼는 여성은 "홀로 하염없이 서 있는 뒷모습만 보여 그 표정을 알 수 없는" 그의 외로움을 떠올리는지도 모른다. 화면 속 유시민의 오열에 내 눈시울도 뜨거워졌지만, 나는 이제 노회찬을 애도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정치인을 응시한다. 그를 애도했던 산 자의 몫이라 여기면서.
덧붙이는 글 https://brunch.co.kr/@newcritic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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