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세계랭킹 3위 스페인과 4위 캐나다, 8위 세르비아와 한 조에 묶이는 이른바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비록 한국은 조별리그 3전 전패로 8강진출에 실패했지만 강호 스페인, 세르비아에게 각각 4점 차로 석패하면서 농구강국들을 상대로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19-2020 시즌을 조기 종료한 여자프로농구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제도를 한시적으로 폐지했다. 외국인 선수가 없으면 리그 수준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국내 선수들은 더욱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통해 리그의 재미를 끌어 올렸다. 이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면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가 반드시 나쁜 결과를 가져 왔다고 할 수는 없다.

WKBL은 오는 24일 개막하는 여자프로농구 2021-2022 시즌도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르기로 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는 KB스타즈와 우리은행 우리원의 양강구도가 깨지며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우승을 차지한 만큼 다른 구단들도 희망을 가지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삼성생명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정은 감독이 새로 부임한 BNK 썸은 6개 구단 중 가장 공격적인 투자와 전력보강으로 이번 시즌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창단 후 두 시즌 만에 최하위 추락
 
 안혜지는 지난 시즌 우리은행 김진희에게 단 1개가 부족한 어시스트 2위를 기록했다.

안혜지는 지난 시즌 우리은행 김진희에게 단 1개가 부족한 어시스트 2위를 기록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BNK의 전신인 KDB생명 위너스는 WKBL 역사에서 손 꼽힐 만큼 약 팀이다. 2000년 여름리그에서 금호생명 펠컨스라는 이름으로 WKBL에 참가하기 시작해 창단 후 7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고 2010년 KDB생명이 인수한 후에도 8시즌 동안 3번의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농구단 운영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2017-2018 시즌에는 4승31패 승률 .114라는 기록적인 최약체 팀이 되고 말았다.

2018-2019 시즌 OK저축은행의 지원을 받아 한국여자농구연맹의 위탁운영구단으로 한 시즌을 보낸 위너스는 2019년 BNK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BNK 썸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초대 사령탑 유영주 감독을 비롯해 최윤아(국가대표 코치), 양지희 코치 등 WKBL의 레전드 출신으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한 BNK는 2018-2019 시즌 어시스트왕 안혜지를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앞세워 언니구단들을 괴롭힐 각오였다.

BNK는 창단 첫 시즌 두 자리 승수를 올리며 명문 삼성생명을 최하위로 밀어내고 5위를 기록했다. 최하위 삼성생명에게는 단 한 경기 앞섰을 뿐이지만 3위 하나원큐와 1경기, 4위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승차는 반 경기에 불과했을 정도로 제법 선전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BNK는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로 득점 1위(20.22득점), 리바운드 5위(9.33개)를 기록했던 다미리스 단타스와 이별했고 지난 시즌 급격한 추락을 경험했다.

BNK는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숙명여고 출신의 센터 문지영을 지명했다. 하지만 문지영은 박지수(KB스타즈)처럼 입단과 동시에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거물'은 아니었다. 결국 BNK는 30경기에서 단 5승에 그치는 극심한 부진 속에 .167의 부끄러운 승률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5위 하나원큐에게도 무려 6경기나 뒤졌을 만큼 독보적인 꼴찌였다.

BNK는 크게 부진한 팀 성적에도 포인트가드 안혜지가 어시스트 2위(5.43개)에 오르며 분전했다. 하지만 44.2%의 2점슛 성공률(4위)과 28.2%의 3점슛성공률(5위)로는 안혜지가 아무리 좋은 패스를 공급해도 득점으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기당 74.5점(최다실점 1위)을 내주며 WKBL의 평균득점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던 '자동문 수비'가 가장 큰 문제였다. 결국 BNK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유영주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국가대표' 강아정-김한별 영입하며 전력 급상승
 
 지난 시즌 삼성생명의 우승을 이끌었던 김한별은 이번 시즌 BNK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 삼성생명의 우승을 이끌었던 김한별은 이번 시즌 BNK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예정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흔히 부드러운 스타일의 감독이 물러난 후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맹장 스타일의 감독이 뒤를 잇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BNK는 유영주 감독의 후임으로 삼성생명에서 코치를 지냈던 박정은 감독을 선임했다. 그리고 창단 후 두 시즌 동안 투자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BNK구단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오프시즌을 통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지난 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전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BNK는 먼저 FA시장에서 계약기간 3년에 연봉 총액 3억3000만원의 조건으로 국가대표 출신 포워드 강아정을 영입했다. 지난 2007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세이버스에 입단해 14년 동안 KB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강아정은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친정팀을 떠나 학창시절을 보낸 고향팀으로 이적했다. 강아정은 동주여고 선배이자 KB에서 호흡을 맞췄던 변연하와 선수-코치로 5년 만에 재회했다(박정은 감독 역시 동주여고 출신이다).

5월에는 하나원큐, 삼성생명과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지난 시즌 챔프전 MVP에 선정됐던 김한별을 영입했다. 김한별은 올해 한국 나이로 36세가 된 노장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골밑 파워를 자랑하고 특히 공격리바운드 후 세컨 기회 득점은 리그 최상급으로 꼽힌다. 포인트가드부터 빅맨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김한별이 경기당 평균 30분 내외를 소화할 수 있다면 BNK의 전력은 대폭 강해질 것이다.

잦은 부상으로 프로 데뷔 후 두 시즌 동안 2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소희가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31분을 소화하며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한 것도 BNK의 큰 수확이었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돌파력이 좋고 경기에 임하는 투지와 열정이 뛰어난 이소희가 이번 시즌 외곽슛과 패스센스까지 향상된다면 안혜지와 함께 무서운 '더블가드'를 구성할 수 있다.

기량이 검증된 강아정과 김한별을 영입하면서 지난 시즌에 비해 BNK의 전력이 크게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BNK는 트레이드 과정에서 슈터 구슬과 올해 1라운드 신인지명권을 잃었다. 골밑 역시 마땅한 백업빅맨이 없어 진안이 파울트러블에 걸린다면 대안이 없어진다. 하지만 구단에서 이 정도로 투자를 했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성적을 올려 달라는 의미다. 프로구단 사령탑을 처음 맡은 박정은 감독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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