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 출신의 배우 미키 루크는 뉴욕에서 연기를 공부한 후 단역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가 1981년 <보디 히트>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다. 1986년 <나인 하프 위크>와 1987년 <엔젤하트>에 차례로 출연한 미키 루크는 1980년대 중·후반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가이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시한부의 떠돌이 복서를 연기했던 <홈보이>에서는 복서를 연기하기 위한 훈련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키 루크는 정글 같은 할리우드에서 스스로를 제어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크고 작은 사고와 스캔들로 인해 전성기가 빠르게 지나가고 말았다. <플래툰> <레인맨> <양들의 침묵> 같은 걸작 영화들의 출연제의를 거절했던 것도 미키 루크가 저질렀던 치명적인 실수였다. 1990년대 들어 빠르게 몰락한 미키 루크는 <씬 시티> <더 레슬러> <아이언맨2>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재기의 불꽃을 태웠지만 전성기의 명성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에 미키 루크와 동갑내기인 이 배우는 미키 루크가 전성기를 누리던 1980년대까지 무명배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는 50대의 나이에 각종 액션 영화들을 섭렵하면서 연기력과 흥행파워를 겸비한 배우로 군림하고 있다.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악명 높은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영화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 그 주인공이다.
 
 <테이큰>은 국내에서도 2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테이큰>은 국내에서도 2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환갑 가까운 나이에 액션 스타가 된 리암 니슨

1952년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어느덧 한국나이로 일흔이 된 리암 니슨은 '대기만성'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10대 시절 복싱을 하다가 코가 부러진 적이 있는데 부러진 콧대는 현재 리암 니슨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1970년대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리암 니슨은 1981년 영화 <엑스칼리버>에 출연하며 영화쪽 일을 시작했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 그를 주목하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던 1993년, 리암 니슨은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에서 오스카 쉰들러를 연기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리암 니슨은 1996년작 <마이클 콜린스>로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에서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제다이에 입문시킨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 진을 연기했다.

리암 니슨은 2003년 <러브 액츄얼리>에서 까칠한 아들을 둔 새 아빠 다니엘,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 웨인의 스승 헨리 듀커드,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는 나니아의 위대한 통치자 아슬란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그리고 2008년 리암 니슨은 드디어 자신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작품을 만났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에 걸쳐 3편까지 제작된 액션 스릴러 <테이큰>이었다. 

<테이큰>에서 딸을 납치 당하는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 밀스를 연기한 리암 니슨은 화려한 액션 연기와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테이큰> 3부작은 세계적으로 9억 28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크게 성공했고 리암 니슨은 액션 장르를 점점 줄여 나가야 할 50대 중반의 나이에 할리우드의 새로운 액션 히어로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커리어를 '역주행'한 셈이다.

리암 니슨은 <테이큰> 시리즈를 전후로 <타이탄> < A-특공대 > <언노운> <배틀쉽> <논스톱> <툼스톤> <커뮤터> <어니스트 씨프> <마크맨> 등 많은 액션 영화에 출연했다. 2016년에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한국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을 연기하기도 했다. 리암 니슨은 올해도 신작 <아이스 로드>를 선보였을 만큼 칠순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혼자서 최소 28명 죽이며 범죄조직 소탕
 
 리암 니슨은 <테이큰>을 계기로 환갑을 앞둔 나이에 액션스타로 떠올랐다.

리암 니슨은 <테이큰>을 계기로 환갑을 앞둔 나이에 액션스타로 떠올랐다.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유괴나 인질극이 더욱 악질적인 범죄로 꼽히는 이유는 피해자의 가족을 한없이 약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신변을 가지고 협박하는 범인 앞에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범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인 활동을 했던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 분)는 딸 킴(매기 그레이스 분)이 납치됐을 때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브라이언은 킴의 납치사실을 확인한 후 납치범과의 통화에서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난 네가 누군지도.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 만약 몸값을 원한다면 돈은 없다. 다만 아주 남다른 재주가 있지. 오랜 기간 동안 체득한 기술인데다 너 같은 놈들에겐 악몽 같은 재주지. 지금 내 딸을 놔준다면 너희를 찾지도, 쫓지도 않을 것이다. 허나 그러지 않겠다면 너희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죽여버릴 것이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범인의 "Good Luck"이라는 한 마디를 단서로 혈혈단신으로 프랑스로 날아가 범인을 찾아 나선다. 수동적으로 범인의 전화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다른 유괴나 인질 사건과 달리 브라이언은 능동적으로 딸을 찾아 나선다. 프랑스 경찰의 고위간부가 된 친구 장 클로드(올리비에 라보르딘 분)가 브라이언을 말리지만 브라이언은 "필요하다면 에펠탑도 무너트릴 수 있어"라며 딸을 구출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단 뜻을 분명히 밝힌다.

사실 대부분의 액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되도록이면 살인을 최소화하려 한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딸의 유괴에 연관이 됐다고 판단한 악당들에겐 자비 없이 총을 쏴댄다. 실제로 브라이언은 <테이큰>의 런닝타임 93분 동안 최소 28명에서 최대 34명을 죽인다. 그저 딸 한 명을 구하러 간 아빠가 프랑스 경찰도 어찌 하지 못하던 국제적인 범죄조직을 혼자서 일망타진한 것이다.

'납치 맛집'으로 소문난 브라이언 가족들은 2편에서는 엄마 르노어(팜케 얀센 분)가 납치된다. 그리고 1편에서 납치됐던 킴은 아버지를 도와 '엄마 구출작전'의 최전선에 나선다. 한편 2015년에 개봉해 국내에서 200만, 세계적으로 3억 2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3편은 커진 스케일에 비해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리암 니슨과 매기 그레이스의 나이가 어느덧 칠순과 불혹에 다다른 만큼 <테이큰> 4편 제작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록밴드 투어 가려다 아빠 고생시킨 딸
 
 브라이언 밀스의 딸 킴을 연기했던 매기 그래이스는 <테이큰> 이후 확실한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브라이언 밀스의 딸 킴을 연기했던 매기 그래이스는 <테이큰> 이후 확실한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나라를 위해 불철주야 해외로 뛰어 다니는 아버지 대신 엄마 손에서 자란 킴은 아일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록밴드 U2의 열렬한 팬이다. 그리고 킴은 여름방학을 맞아 U2의 유럽투어를 보러 가기 위해 아버지의 서명을 받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파리 공항에서 납치범 바람잡이에게 숙소를 공개한 킴과 아만다(케이티 캐시디 분)는 짐을 채 풀기도 전에 납치범에게 잡히고 만다(다행히 아빠가 리암 니슨이라 96시간 전에 구출된다).

브라이언의 하나 밖에 없는 딸 킴을 연기한 배우 매기 그레이스는 2001년 10대의 나이에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로스트 시즌1> <제인 오스틴 북 클럽> 등에 출연한 그레이스는 2008년 <테이큰>의 킴 역을 통해 관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레이스는 <테이큰> 이후 <나잇 앤 데이> <브레이킹던 Part1, 2> 등의 히트작에 출연했지만 <테이큰> 시리즈를 제외하면 큰 인상을 남긴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남편 브라이언의 잦고 긴 출장에 혼자서 외롭게 킴을 키워야 했던 르노어는 결국 브라이언과의 이혼을 선택하고 부자 사업가와 재혼했다. 브라이언에게는 애칭(레니)도 부르지 못하게 할 정도로 쌀쌀맞게 굴지만 딸에 대한 사랑은 누구 못지 않게 뜨겁다. 초반 브라이언과의 갈등 장면을 제외하면 출연분량은 많지 않지만 킴의 납치소식을 들은 후에는 누구보다 큰 충격에 휩싸여 오열한다.

르노어를 연기한 배우 팜케 얀센은 1995년 < 007 골든 아이 >에서 여성 에이전트 제니아 오나토프 역을 맡으며 주목 받았다(당시의 007은 <레밍턴 스틸>로 유명한 피어스 브로스넌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이 기억하는 얀센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는 역시 <엑스맨>의 최강 캐릭터 진 그레이다. 이 때문인지 진 그레이의 이미지가 익숙했던 관객들은 <테이큰>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를 연기하는 팜케 얀센을 보고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테이큰 리암 니슨 매기 그레이스 팜케 얀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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