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드리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이재성이 드리블하고 있다.

▲ 이재성 드리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이재성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이라크와 공방전 끝에 첫 경기를 0-0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경기 전에 충분히 예상했던 대로 이라크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기습을 노리는 형태로 경기에 임했고 벤투 감독은 본인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를 구사했다.

전력 차이가 현격하게 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이 일방적인 수비전술을 펼칠 경우 골 찬스는 쉽게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반 25분 대한민국은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맞이했다. 코너킥에서 문전 혼전 상황이 펼쳐졌는데 상대 수비수를 맞고 나온 볼이 이재성 앞에 바로 떨어졌다. 정확하게 터치만 해도 골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이재성이 슛한 볼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기고 말았다.

한 번 찾아온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상대는 더욱 수비 간격을 밀집해서 운영하게 되었고, 대한민국의 빌드업 축구는 상대 수비진영이 다 갖춰진 상황에서 쉽게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너무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내는 데 치중하다 보니 상대가 이미 어느 정도 볼의 방향이 예측된 상황에서 패스가 전개되었고 유효성 있는 공격은 더욱 나오기 힘들었다. 물론 상대가 밀집수비를 펼쳐도 선수들의 개인기량과 공간 활용 능력이 세계 정상급에 올라와 있다면 찬스는 나올 수 있다. 대표적인 패턴이 바로 스페인 축구이다. 너무도 잘 알려진 티키타카를 통해 서서히 상대 수비진을 옥죄어 오다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는데 손흥민 같은 선수가 최소 5~6명 이상은 포진하기에 가능한 패턴이다.

보다 확률 높은 찬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벤투 감독의 철학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의 기량은 냉정히 따진다면 스페인 선수들과 같은 개인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놓을 필요도 있는데 시종 일관 빌드업을 고집한 부분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상대 수비진 흔들었어야
 
아쉬워하는 황의찬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자신의 헤딩슛이 이라크 골키퍼에 막히자 아쉬워하고 있다.

▲ 아쉬워하는 황의찬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자신의 헤딩슛이 이라크 골키퍼에 막히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 종료시간이 다가와도 일정한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나마 빌드업이 빛을 본 장면은 후반 26분 홍철이 측면에서 한 박자 빠른 연결로 황희찬에게 사실상 노마크 찬스를 연결 시킨 장면이다. 황희찬은 제대로 조준하여 헤딩을 했는데 아쉽게도 골키퍼 정면으로 볼이 향했다.

결국 더 이상 이렇다할 유효 찬스는 나오지 않은 채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이미 경기 전부터 예상되었던 부분이다. 상대는 당연히 수비에 치중할 것이고 상대 수비진영에서 계속 볼이 왔다갔다 할 것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두터운 수비벽을 앞에다 놓고 한박자 빠른 패스를 추구하거나 아니면 상대가 계속 앞으로 나오도록 중거리 슛 찬스를 만드는 등의 유연함이 필요했는데 너무 정직한 축구를 했다.

그리고 경기 초반 결정적인 찬스가 나왔을 때 이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십중팔구 그 경기는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되어 있다. 이재성이 결정적인 찬스를 날린 장면부터 이미 오늘의 경기가 꼬이게 될 것임을 암시했다.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였기에 승점 3점이 필요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모든 스포츠가 생각대로 된다면 오죽 좋을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일본도 홈에서 당연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오만에게 역습골을 내주면서 이변의 패배를 당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 오른 팀들 간에 전력 편차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 첫 경기부터 입증되었다.

열심히 찬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반드시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집중력을 키우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 어차피 최종 예선에서는 대량득점을 기대하기 힘들다. 슈팅개수 10-0으로 밀리다가도 결정적인 찬스가 왔을 때 골만 넣을 수 있으면 된다. 빌드업을 아무리 아름답게 잘한다한들 골이 안들어가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어차피 이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냉정히 고려했을 때 스페인, 포르투갈의 화려한 개인기를 이용한 빌드업을 고집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여러가지 공격 옵션을 펼쳤으면 좋겠다. 중거리슛도 같은 슛이기 때문에 너무 아낄 필요 없다.

AFC 홈페이지에 가보니 메인에 대한민국 vs. 이라크 경기 화보가 먼저 노출되었다. 헤드라인에 보면 투지 넘치는(gritty) 이라크한테 대한민국이 무승부 당했다라고 적혀있다. 정확한 표현인 듯 싶다. 이라크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축구를 했고 대한민국은 이라크가 원하는 대로 무승부를 당하고 말았다.

9월 7일 레바논전(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무조건 승점 3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 축구는 또 다시 감독 중도교체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아수라장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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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베남의 dailybb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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