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이적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호날두라마'의 엔딩은 잉글랜드 EPL로의 귀환이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맨체스터행은 맞았지만, 정작 주인공은 당초 유력했던 맨체스터 시티가 아니라 친정팀인 유나이티드와의 재결합이라는 의외의 반전도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2년만에 다시 맨유로 복귀한다. 영국 BBC는 28일 오전 1시(한국시각) 유벤투스 공격수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맨유와 이적에 합의했다는 속보를 긴급타전했다. 맨유 역시 곧바로 구단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웰컴 홈, 호날두'라는 한줄로 호날두의 복귀를 공식화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만 5회 수상에 빛나는 호날두는 축구 커리어를 통틀어 5번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4번의 클럽월드컵 우승,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7번의 리그 우승, 국가대표로서 조국 포르투갈의 유로 2016과 2018-19 네이션스리그 우승 등, 클럽과 대표팀에서 총 34개의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견인한 축구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적설의 현실화

맨유는 지금의 호날두를 만들어준 첫사랑과 같은 구단이다. 프로 데뷔는 자국 포르투갈리그 스포르팅에서 했지만 유망주였던 호날두는 2003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눈에 띄어 맨유에 입단한 뒤 약 6시즌 동안 세계가 인정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호날두는 맨유에서 3회의 리그 우승과 1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총 10번의 우승을 기록했고 292경기에서 무려 118골을 기록하며 2000년대 중후반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 기간 한국인 스타 박지성과 같이 한솥밥을 먹으며 좋은 호흡을 선보이기도 했다.

호날두는 이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며 오랜 세월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나고 호날두는 유벤투스와 계약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이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호날두는 2018년 유벤투스로 이적한 이후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3시즌 동안 101골 22도움을 기록하며 건재를 입증했지만 정작 본인과 팀 모두 가장 목표로 했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는 8강과 16강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9년 연속 이어오던 이탈리아 리그 우승타이틀마저 인터밀란에 내줬다.

세대교체를 필요로 하는 유벤투스의 전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다 다음 시즌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귀환도 호날두의 이적 결심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2년만에 유벤투스로 복귀한 알레그리 감독은 호날두의 이탈리아 첫 시즌 함께 호흡을 맞추며 43경기에서 28골 10도움으로 겉보기에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이는 호날두의 유벤투스 생활 3년 중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다. 알레그리 감독은 호날두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호날두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도전할만한 팀으로의 이적을 원했다. 문제는 호날두의 요구조건과 몸값을 맞춰줄 수 있는 팀이 그리 많지않은데다, 호날두 역시 노장이 되면서 주가가 떨어지면서 이적이 난항을 겪는듯 보였다.

당초 호날두와 강력하게 연결된 팀은 맨체스터 시티였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이후 잉글랜드에서 들 수 있는 모든 우승컵을 휩쓴 맨시티지만 챔피언스리그 우승만큼은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숙원으로 남아있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바르셀로나로 떠나고, 해리 케인(토트넘)의 영입마저 불발된 맨시티에 호날두는 최선의 대안이었다.

하지만 막판에 친정팀 맨유가 개입하면서 호날두의 이적은 극적인 반전을 맞이했다. 맨유는 호날두를 복귀시키기 위하여 옛 은사인 퍼거슨 전 감독까지 나서서 호날두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도 호날두의 복귀를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웨인 루니, 리오 퍼디난드 등 맨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레전드들도 "맨유 출신이 맨시티로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언론을 통하여 호날두를 압박했다. 호날두는 결국 친정팀을 선택했고 이적료는 약 1500만 유로(206억3610만원)의 이적료에, 800만 유로(약 110억원)의 추가 비용이 더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우승 가능성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13시즌 마지막 우승 이후 수년간 부침을 겪으며 더 이상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컵대회를 포함한 메이저대회 우승도 2016-17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이 마지막이다. 솔샤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조금씩 팀이 정상궤도로 접어들고 있지만 우승까지는 뭔가 부족했던 맨유로서는 호날두의 복귀로 다시 영광의 시대를 재현할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맨유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모처럼 대대적인 보강에 성공했다.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중앙수비수 라파엘 바란이 가세하며 해리 매과이어와의 견고한 중앙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여기에 신성 제이든 산초까지 영입하며 측면을 보강했다. 팀의 에이스인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호날두의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동료이기도 하다.

호날두는 에딘손 카바니와 함께 원톱 혹은 투톱의 중앙 공격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고, 메이슨 그린우드-산초-마커스 래쉬포드 등과 함께 4-3-3의 스리톱으로도 뛸수 있다. 젊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맨유 2선의 유망주들이 호날두와의 공존으로 많은 경험과 배움을 얻을수 있다. 영국 현지 언론은 맨유가 퍼거슨 시대 이후 오랜만에 더블 스쿼드에 가까운 두터운 전력을 구축했다고 호평하고 있다. 맨유는 최근 몇 년간 맨시티-리버풀-첼시 등이 삼분해온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대항마로 등장했다.

또한 맨유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F조에 속하여 우승후보중 가장 무난한 대진을 받았다는 평가다. 비야레알(스페인) 정도가 그나마 까다로운 상대로 꼽히지만 아탈란타(이탈리아)-영보이스(스위스)는 한 수아래다. 맨유로서는 지난 두 시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아픔을 넘어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명예회복을 노릴만하다.

공교롭게도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호날두의 라이벌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도 친정팀 바르셀로나를 떠나 프랑스리그 파리 생제르맹(PSG)로 팀을 옮기며, 지난 10여년간 세계축구계를 양분해왔던 두 슈퍼스타가 모두 유니폼을 바꿔입게 됐다는 것도 눈에 띈다. 두 선수 팀을 옮기게된 과정이 드라마틱한 반전의 연속이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호날두가 2018년 유벤투스로 이적하며 만날 기회가 없었던 두 선수가 마주칠수 있는 기회는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뿐이다. 메시의 PSG는 A조에서 맨체스터시티-라이프치히(독일)-브뤼헤(벨기에) 등과 한조가 됐다.

한국팬들에게는 손흥민(토트넘)과 호날두의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맞대결이 성사되었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손흥민은 어릴적부터 호날두가 '롤모델'이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손흥민은 2017-18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던 호날두와 맞붙은 적이 있지만, 당시 2경기에서 단 4분을 뛰는 데 그쳤다. 2019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에 선발출전해 유벤투스 소속이던 호날두와 맞대결했고 유니폼을 교환하기도 했다. 현재 손흥민은 2025년까지 토트넘과 재계약하며 어엿한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호날두는 유벤투스 시절이던 2019년 팀 K리그와의 친선전에서 벌인 '노쇼 사태'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날강두'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이미지가 좋지않다. 손흥민과 맞붙게 될 토트넘과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여러 모로 국내 팬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빅매치가 될 전망이다. 36세 호날두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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