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와 관계없이 최고의 투수전을 펼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시 마주한 두 명의 우완 영건, 원태인과 이민호가 야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LG 트윈스는 27일 오후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2승 1무를 기록한 LG는 다시 2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3위 삼성과의 격차가 1.5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순위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두 팀 모두에게 중요한 시리즈였다. 그 가운데서도 마지막 경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1년 차이로 각각 2019년, 2020년 프로 무대에 입성한 원태인과 이민호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27일 잠실구장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 원태인(왼쪽)과 이민호(오른쪽)

27일 잠실구장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 원태인(왼쪽)과 이민호(오른쪽) ⓒ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이민호의 판정승

이민호의 프로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20년, 이미 두 투수는 두 차례의 맞대결을 가졌다. 대구에서 처음 만난 5월 21일, 5.1이닝 1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을 기록하면서 승리투수가 된 이민호가 판정승을 거두었다. 7이닝 동안 두 점만 내준 원태인은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2주도 채 지나지 않았던 6월 2일, 잠실 구장에서 두 번째 만남이 성사됐다. 공교롭게도 스코어는 2-0으로 같았고, 승패만 바뀌었다.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원태인이 복수에 성공했다. 반면 1회에 두 점을 허용한 이후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킨 이민호는 7이닝 역투를 펼쳤음에도 패전을 면하지 못했다.

1년 넘게 시간이 흘렀고, 2021년 8월 26일 두 투수가 잠실에서 격돌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삼성이었다. 1회초 2사 이후 구자욱의 2루타가 터졌고, 4번타자 강민호가 LG 선발 이민호의 5구째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뽑아내면서 선취점을 올렸다.

그러나 경기 중반까지 더 이상의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양 팀 모두 득점을 노릴 만한 기회도 많지 않았다. LG 입장에서는 역전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던 4회말 1사 1, 3루의 상황에서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하면서 6회까지 상대 선발 원태인에게 끌려가야만 했다.

두 투수의 희비가 갈린 것은 7회였다. 선두타자 출루 허용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민호와는 다르게 원태인은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고 이형종과 저스틴 보어의 연속 안타로 득점권 위기를 자초했다. 뒤이어 후속타자 이재원의 1타점 적시타로 경기 개시 이후 처음으로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세 타자 연속 안타로 원태인이 흔들리자 삼성 벤치가 움직였고, 급하게 우완 투수 장필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유강남의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만루의 기회를 마련한 LG는 홍창기의 밀어내기 볼넷까지 나오면서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오지환의 1타점까지 더해지면서 두 점 차로 달아났고, 승계주자를 남기고 내려간 원태인의 실점도 늘어났다.

승자와 패자는 있었지만...후회없는 승부 펼친 두 투수

경기 내내 효율적으로 투구수를 관리한 이민호는 8회초에도 등판했고, 이원석-박승규-강한울 세 명의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전날 경기서 5명의 구원 투수가 나온 LG 입장에서는 덕분에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고, '클로저' 고우석이 경기를 매듭지으면서 LG의 우세 3연전이 확정됐다.

이날 원태인과 이민호의 최종 기록은 각각 6.2이닝 6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3실점, 8이닝 4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이었다. 원태인은 20일 SSG 랜더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직전 맞대결에서 패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지운 이민호의 경우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8이닝 역투를 펼쳤다.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렸지만, 결과를 떠나서 경기 내용만 놓고 본다면 수준 높은 투수전이었다. 두 투수 모두 사사구를 1개씩 내주면서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다했고, 야수들은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경기 시간은 2시간 41분으로 비교적 일찍 경기가 마무리됐다.

수 년간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KBO리그가 해결하지 못했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우완 선발 투수의 부재였다. '뉴페이스'의 등장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최근 박세웅(롯데 자이언츠)과 소형준(kt 위즈)이 두각을 나타냈고, 27일 잠실 명품 투수전을 빛낸 두 투수도 올 시즌 활약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매번 KBO리그를 논할 때 '리그의 질적 수준' 이야기가 빠지지 않지만, 2021년 8월 27일 두 명의 우완 영건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많은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KBO리그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호투로 증명한 이들이 한 명의 야구팬으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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