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아프간에서 한국을 도왔 던 조력자들이 특별입국자 신분으로 입국하고 있다.
이희훈
노태우 정권이던 1991년은 대한민국과 북한이 UN 회원국 가입을 위해 경쟁하던 시기였다. 훗날 동반 가입을 예상치 못했던 양쪽 외교관들은 저 멀리 소말리아에서까지 경쟁을 펼쳤다. UN 회원국들의 투표로 UN 가입이 정해지는 상황에서 강대국들 사이 일종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것이 바로 아프리카 국가였고 소말리아도 그 중 하나였다.
<모가디슈>는 소말리아가 내전의 포화에 휩싸였던 1991년 연말연시를 배경으로, 외교 총력전을 펼치던 남북 양국 외교관들이 어떻게 협력해 탈출했는가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공산국가들을 중심으로 20년 앞서 외교전을 펼친 북한이 우리보다 외교력이 월등할 때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내전 상황에서 그런 우위는 백해무익이었다.
<모가디슈>는 한신성 대사의 시점으로 남북 외교관들과 그 가족들이 포성에 휩싸인 소말리아 수도를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해외 로케이션과 출중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실감나게 그려낸다. 그리고 실화영화의 숙명처럼, 영화 속 김윤석 배우가 연기하는 한신성 대사의 실제 인물인 강신성 전 대사도 <모가디슈> 개봉과 함께 덩달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모가디슈(소말리아 수도)에 있는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서 북한 외교관들과 함께 죽을 힘을 다해 태극기를 흔들었어요. 북한 외교관 손에 태극기가 들려 있었으니…. 이념을 초월해서 함께 살아나가 보겠다는 거였죠. - 강신성(84) 전 주(駐) 소말리아대사, 3일 <중앙일보>, <"모가디슈 총성 속, 남북은 함께 태극기 흔들었다"> 중에서
남북한의 분단이라는 이념을 초월한 생존 의지. <모가디슈>의 주제는 고스란히 이번 미라클 작전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 그 이념을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가로지르는 정치와 종교로 치환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정치와 종교를 초월해 현지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까지 구출해낸 2021년과 달리, 30년 전 우리 정부는 특수임무단을 급파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영화는 통신 두절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내전 상황이나 국내 정치 상황을 그 배경으로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당시는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당연한 존재 의미가 강조되는 시절이 아니었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아덴만 작전, 즉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를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상에서 구출해낸 작전을 정부가 치적으로 앞세웠던 것도 불과 10년 전이다.
당시 강신성 대사는 우리 정부에 구조 요청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자 소말리아와 가장 가까운 이집트 대사관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집트 대사관에서 한국 총영사관에 연락해 이들의 상황을 알렸지만, 우리 외교부가 당장 구조기를 보낼 형편이 될 리 만무했다.
<모가디슈>가 소환한 1991년 우리 외교관들의 '남북화합 자력갱생' 탈출기가 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신성 대사와 남북 외교관들은 이탈리아 대사관의 협조로 타국 군용기를 타고 가까스로 소말리아를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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