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개막한 의정부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4강이 가려졌다. 6개팀 중 단 한 팀도 전승 또는 전패가 나오지 않을 만큼 접전 승부가 펼쳐졌다.

도쿄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 선수들도 풀타임 출전은 아니더라도 컨디션 점검 차 경기에 출장하여 올림픽을 통해 더 원숙해진 기량을 선보였고 비시즌 동안 기량이 급성장하여 다가올 V리그 정규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 선수들도 있었다.

6개팀 중 2개팀(IBK기업은행, 현대건설)이 새로운 사령탑(서남원, 강성형)을 임명하여 첫 선을 보였고, 일부 구단은 트레이드 및 팀 내부 사정 등에 의해 새롭게 리빌딩 된 팀 컬러를 처음 선보이기도 하였다.

조별리그 결과, 강성형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현대건설이 1위로 4강에 진출했고, 그 뒤를 이어 흥국생명, GS칼텍스, 도로공사 등이 4강에 진출하였다. 조별리그를 통해 드러난 각 팀의 특징 및 보완점 등을 살펴본다.

현대건설 - 양효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라

현대건설은 첫 2경기에서 흥국생명, IBK 기업은행을 상대로 2승을 거뒀는데, 두 경기 모두 1세트에서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다가 일방적으로 세트를 내주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2세트부터 반격에 나서 승리를 거두는 공통적인 패턴을 보였다.

공통점은 다름 아닌 주전 센터 양효진이 등장한 시점부터 팀이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15년 가까이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양효진의 지분은 여전히 상당하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인 V리그에서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의 소화를 위해서는 양효진의 체력안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다현의 기량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또 다른 기대주 정시영이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흥국생명 -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는 리빌딩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최약체 전력으로 꼽혔었다. 불과 1년만에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의 위치에서 내려와 최하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바뀐 것이다. 주축이었던 김연경(중국으로 이적), 이재영(영구제명), 이다영(영구제명), 김세영(은퇴) 등이 팀에서 한꺼번에 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리빌딩을 단행해야 했다.

워낙 지분이 컸던 선수들이어서 빈 자리를 메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번 컵 대회에서 예상보다 빨리 리빌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박미희 감독은 지난 시즌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언론에 부탁할 정도로 올 시즌 새로운 전력으로 새로운 팀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퇴 후 실업팀에서 활동하던 변지수, 최윤이 등이 팀에 잘 적응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난 해 주전 김다솔보다 더 많은 출전기회를 얻은 세터 박혜진이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컵대회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외인 용병 활약 여부에 따라 흥국생명은 다가올 V리그에서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GS칼텍스 - 디펜딩 챔피언의 여유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참가했으나 오프시즌 동안 팀의 기둥 이소영과 장신 용병 메레타 러츠가 동시에 팀을 이탈해서 리빌딩 못지 않은 재편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강소휘, 한수지, 유서연 등의 주축 공격수들은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고 주전 세터 안혜진이 도쿄 올림픽을 다녀온 이후 확실히 자신감과 경기운영 능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비주전급 선수들 중에서는 레프트 권민지의 성장이 돋보였다. 마지막 경기였던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18득점을 올리면서 맹활약을 펼쳤는데 올 시즌 V리그에서 이소영과 박혜민이 빠진 공백을 메울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라이트 문지윤도 파괴력 넘치는 공격력을 선보여서 차상현 감독이 추구하는 토털배구의 뎁스를 더욱 두텁게 해주었다.

올 시즌에도 차노스의 토털배구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여기에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신감과 원숙해진 경기 운영 능력이 GS칼텍스를 올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로공사 - 결국 체력이 변수

정대영, 배유나, 박정아, 문정원, 임명옥 등 주전 멤버들의 배구 IQ는 6개 구단 중 가장 높은 도로공사의 변수는 역시 체력이다. 주포 박정아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클러치 박'이라는 새로운 명함을 얻었고, 이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해결사로 자리매김 하는 중이다.

다만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어떻게 줄이는 것인가가 다가올 V리그에서의 숙제가 될 것이다.

김종민 감독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세터 이고은의 토스워크는 전 시즌에 비해 향상된 모습이다. 다만 주전 멤버들을 대체할 수 있는 백업멤버 다변화가 여전히 숙제일 듯 싶다. 전새얀은 주전급 선수로 성장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테스트한 이예림이 어느 정도 성장할지가 변수이다.

그리고 오프시즌 동안 팀에 다시 복귀한 센터 하유정(개명 전 하준임)이 정대영과 배유나를 어느 정도 지원할 수 있을지도 변수가 될 것이다. 도로공사는 체력 문제만 해결하면 강력한 우승후보로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IBK 기업은행 - 필요한 건 시간

서남원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IBK기업은행은 김수지, 김희진 등 주축 멤버들에게 최대한 휴식을 보장하고 최정민, 김주향, 박민지, 김현정, 최수빈 등 신진급 선수 및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기량 점검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아직은 조직력이 덜 가다듬어진 모습이다. 리시브 및 연결 등의 세밀한 플레이가 아직은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주전세터 조송화의 토스 워크도 좀 더 안정이 필요해 보인다.

잠재력이 큰 신진급 선수들의 비중이 높은 만큼 시간을 두고 조직력을 맞춘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잠재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되느냐가 올 시즌 성공 여부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에 최대한 순위 경쟁권에 들어 있어야 팀 사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KGC 인삼공사 - 소영이 치트키가 되서는 곤란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기대를 모은 팀이었는데 예상보다 조직력이 헐거운 모습을 보였다. FA 대어 이소영은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지만 고의정, 이선우, 박혜민, 정호영 등 기대를 모으는 차세대 공격수들과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박은진 등의 활약이 기대되었었다.

그러나 리시브가 불안하다 보니 제 아무리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이 있더라도 상대를 뒤흔들 수 있는 공격이 나오기는 힘들다.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이 빠진 공백이 아직은 잘 메워지지 않은 모습이다.

우왕좌왕하는 경기력이 자주 노출되었다. 살림꾼 역할을 하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아무리 이소영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된다 하더라도 이소영 혼자 팀을 하드캐리 하기는 어렵다.

우선은 기본적인 연결 플레이를 가다듬는데 좀 더 주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배구는 7구단 페퍼저축은행이 합류할 예정이다. 아직 전력이 공개되지 않은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은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혼전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본적인 수비와 연결 플레이의 조직력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다. 컵대회 남은 일정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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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형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티스토리 dailybb)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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