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을 끝으로 삼성 유니폼을 벗은 윤성환

지난 시즌을 끝으로 삼성 유니폼을 벗은 윤성환 ⓒ 삼성 라이온즈

 
KBO리그 통산 135승, 2010년대 삼성 왕조의 황태자로 꼽혔던 레전드 투수였지만, 그 말로는 비참했다. 프로야구 선수 윤성환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2년형을 구형받았다.

지난 19일 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판사 이성욱)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윤성환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윤성환에 대해 징역 2년과 추징 2억 35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성환은 최후 진술에서 "가족과 저를 아는 모든 이에게 고통과 걱정, 실망감 드려 죄송하다"며 "벌을 달게 받고 반성하며 앞으로도 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4일로 예정되어 있다.

윤성환은 지난해 9월 지인으로부터 경기에서 상대팀에게 1회에 볼넷을 허용하고, 4회 이전에 일정 점수 이상을 실점하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윤성환은 또다른 피의자로부터 현금 5억 원을 받아 불법도박에 사용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윤성환은 지난 6월 경찰에 체포, 피의자 심문 출석 이후 구속됐다. 윤성환의 변호인은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과 검찰 증거를 모두 인정한 바 있다.

윤성환은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전설적인 업적을 남긴 투수였다. 부산상고와 동의대 체육학과를 거친 윤성환은 2004년 2차 1라운드(전체 8번)에 삼성에 입단했다. 데뷔 이후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오직 삼성의 유니폼만 입고 활악한 원클럽맨으로서도 프랜차이즈 최다승인 135승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다승왕(14승)에 올랐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48승을 거두며 팀의 한국시리즈 4연패에 큰 공을 세웠다. 2014시즌 후에는 FA 자격을 취득해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4년 80억 원이라는 대박까지 터트렸다. KBO리그 통산성적은 425경기 135승 106패 28홀드 평균자책점 4.23이었다.

자기관리 실패로 몰락의 길

하지만 화려하고 순탄해보이던 윤성환의 야구인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본인의 자기관리 실패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윤성환은 2015년 시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팀동료였던 임창용, 안지만 등과 함께 불법해외원정도박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은 모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주축 선수들을 한꺼번에 잃은 팀은 준우승에 그쳤다.

윤성환에게는 사실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다. 안지만-임창용 등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거나 은퇴해야했던 것과 달리 윤성환은 도박 사건 이후로도 유일하게 삼성에 남았고, 이후 몇 년간 더 삼성 마운드의 주축투수로 활약했다. 2020시즌 기량이 급격한 노쇠화 조짐을 보이며 전력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삼성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윤성환은 지난해 말 사기와 불법 도박 혐의로 또 다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또한번 구단과 팬들의 뒤통수를 쳤다. 결국 구단은 11월 16일 윤성환을 전격적으로 방출했다. 프로 데뷔 후 한 구단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던 레전드가 하루아침에 쫓겨난 모양새에 당시 안타까워하는 야구팬들도 많았다.

윤성환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찰수사 결과 모든 것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더구나 불법도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스포츠 선수로서 절대 금기시되는 승부조작까지 밝혀지고 말았다. 경찰이 윤성환을 수사하게 된 주요 혐의도 도박보다는 승부조작이었다.

윤성환 측 변호인은 범행을 주도한 다른 이에게 이용당한 측면이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몇 번이나 윤성환에게 기만당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농구 강동희의 사례에서 보듯, 승부조작 실행 여부와 별개로 그 댓가 차원에서 돈을 수령한 자체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윤성환의 비참한 말로는 결국 '세상 일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는 씁쓸한 교훈을 남긴다. 시대를 풍미했던 별이라고 할지라도 마지막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느냐에 따라 훗날의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레전드급 선수가 말년의 과오로 인하여 커리어 전체가 흑역사로 전락해버리는 과정은, 한국야구와 스포츠 역사에 있어서도 큰 비극이다.

최근 들어 레전드급 선수들의 불명예스러운 퇴장은 윤성환만이 이야기가 아니다. 윤성환의 팀동료이자 KBO리그 통산 최다홀드(177개) 기록 보유자였던 안지만은 지난 2015년 도박 파문에 이어 2016년 또다시 인터넷 도박 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결국 팀으로부터 방출됐다. 당시 KBO는 안지만에게 1년 유기실격 처분을 내렸고, 제재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그에게 손을 내미는 프로구단이 나오지 않아 사실상 강제 은퇴 수순을 밟았다. 또한 2019년 5월에는 베테랑 야수 박한이가 음주운전 사고로 불명예 은퇴를 당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강정호는 2016년 음주운전에서 세 번째로 적발된 사실이 밝혀지며 이후 몇 년간 선수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구단에서 방출당했다. 지난해에는 KBO리그 복귀를 타진하다가 여론의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강정호는 "실망하신 분들께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변명했다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역설적으로 당시 강정호의 발언은 오늘날 '운동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는 대중적 인식이 확산되는 반면교사로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최근 KBO리그는 각종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프로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과 부적절한 사생활 등으로 촉발된 논란이 KBO리그 중단으로까지 이어졌고, 현재 야구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악화시키는 빌미가 됐다. 특히 윤성환-안지만-박석민-강정호 등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로 대접받으며 남부러울 것 없는 부와 명예를 누린 선수들이 그라운드 밖에서 보여준 나태함과 '도덕적 해이'야말로, 현재 한국야구가 위기에 처하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다. 힘과 권리를 누리는 데는 그만한 의무가 따른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할 팀내 스타플레이어이자 베테랑급 야구인들이 연이어 이기적이거나 무책임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휘말린다면, 자라나는 후배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이며, 지켜보는 팬들은 무엇을 위하여 응원해야할까. 야구계로서도 스타 선수들의 비참한 몰락은 단지 개인의 일탈을 떠나, 야구계 전반의 프로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다시 점검하는 뼈아픈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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