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편집자말]
 영화 <학교는 끝났다> 포스터

영화 <학교는 끝났다> 포스터 ⓒ (주)플릭스코

 
명문 학교 '세인트 요셉'에서 12명의 영재로 구성된 학업성취 우수반인 9-1반을 지도하던 선생이 수업 도중에 갑작스럽게 3층 교실의 창문으로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후임으로 온 임시교사 피에르 호프만(로랑 라피트 분)은 영재 학생들 가운데 아폴린(루아나 바야미 분)을 중심으로 한 6명에게서 과도한 적개심을 느낀다. 우연히 학교 밖에서 이들 무리와 마주친 호프만은 아이들이 서로를 때리거나 위험한 행동을 일삼으면서 그것을 영상으로 남긴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이나 10대 청소년이 어른을 뛰어넘는, 바꾸어 말하면 신세대가 구세대를 넘어서는 능력을 발휘하면 환영하는 한편으론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질서를 좋든, 나쁘든 어떤 형태로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영화 <학교는 끝났다>의 임시 교사인 호프만도 그렇다.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기본적인 예의는 지킬지언정 지식을 자랑하거나 교사의 권위를 깔보며 마치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행동하는 아폴린 일당을 위협적 존재로 받아들인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아폴린 일당의 뒤를 캐던 호프만은 어느 순간부터 교사의 자살 시도가 우연이 아닌, 어떤 식으로든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영화는 아폴린 일당을 흡사 <저주 받은 도시>(1960)의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던 의심스러운 아이들처럼 묘사하며 장르적 긴장감을 쌓아간다. 

집에 늘어가는 바퀴벌레, 자꾸 끊어지는 전기, 오염된 수돗물,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화 등 기이한 현상들은 호프만의 의심을 편집증으로 확장한다. 호프만이 불안한 심리 상태를 다룬 프란츠 카프카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는 설정은 정신세계가 혼란스럽다는 걸 한층 강화한다. 그는 아폴린 일당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믿는다.
 
 영화 <학교는 끝났다>의 한 장면

영화 <학교는 끝났다>의 한 장면 ⓒ (주)플릭스코

 
영화는 중반부터 <저주 받은 도시>와 다른 결의 작품임을 드러낸다. <학교는 끝났다>는 제목 그대로 성장과 미래를 위한 요람인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아폴린 무리는 학교, 사회, 국가 등 기성 세대가 만든 시스템과 가치관을 믿지 않는다. 학교에서 갑자기 침입자 경보가 울리며 모의테러훈련을 하는 장면을 보자. 신세대인 아이들은 짐을 정리하고 교실 문에 가까운 벽에 기댄다. 

반면에 기성세대인 호프만은 제대로 행동하질 못한다. 아이들은 호프만에게 테러리스트가 창문을 통해 교실이 비어있다고 여기게끔 물건을 모두 치우고 소리가 안 나게 스마트폰은 비행기 모드로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련의 학교 테러 사건으로 이곳이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세대와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으나 정작 제대로 모르거나 트라우마로 받아들이지 않는 세대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세대 간의 충돌은 주제로서 영화를 관통한다. 도입부에서 선생이 유리창으로 뛰어내리는 장면 전엔 하늘과 태양을 보여주는 짧은 장면이 나온다. 이때 카메라는 느린 속도로 태양에 다가간다. 흥미롭게도 두 장면을 연결하면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은유한 그리스 신화 '이카로스의 날개'와 무척 닮았다. 욕망에 사로잡힌 기성세대의 선생은 추락한다.

앞선 세대와 달리 미래를 근심하는 아이들은 <퍼스트 리폼드>(2019)의 목사 톨러(에단 호크 분)처럼 기성 새대가 야기한 문제에 대해 아픔을 느끼려 노력한다. 하지만 절망이 쌓여 종국엔 허무주의에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어른이 만든 거짓으로 얼룩진 사회 구조를 향해 죽음으로서 맞서려 한다. 아마도 그레타 툰베리의 극단주의적 모델이 있다면 아폴린 무리가 아닐까 싶다.
 
 영화 <학교는 끝났다>의 한 장면

영화 <학교는 끝났다>의 한 장면 ⓒ (주)플릭스코

 
세바스티앙 마르니에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학교는 끝났다>는 크리스토프 듀포세 작가가 2002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에서 느슨하게 영감을 받았다. 전반부만 본다면 자칫 흔히 접하는 이상한 아이들이 나오는 스릴러/호러 영화로 오해하기에 십상이다. 

영화는 환경오염, 테러 문제 등 현실의 불길한 징후를 거울로써 비춘다. 교실을 통해 프랑스 사회를 비판한 <클래스>(2008)의 호러 판본이자 <테이크 쉘터>(2013)를 떠올리게 하는 불안의 화법이다. 그리고 정치적 목소리로 가득한 작품이다. 영화는 묻는다. 진짜 위협적 존재는 누구냐고. 제51회 시체스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 특별 언급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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