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 이라크 지휘봉... 벤투호와 월드컵 최종예선 대결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를 지휘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라크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벤투호와 맞대결에 나선다. 이탈리아의 축구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드보카트 감독(오른쪽)의 계약식 사진을 공개했다.  [파브리치오 로마노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아드보카트, 이라크 지휘봉... 벤투호와 월드컵 최종예선 대결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를 지휘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라크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벤투호와 맞대결에 나선다. 이탈리아의 축구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드보카트 감독(오른쪽)의 계약식 사진을 공개했다. [파브리치오 로마노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네덜란드 출신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축구팬들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15년 만에 이제는 적장이 되어 한국축구과 다시 재회하게 됐다.

이라크 국영 통신사 INA 등 외신들은 지난 1일(한국시간)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라크 대표팀의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하여 한국과 같은 A조에 속해있어 최종예선 맞대결이 성사됐다.

한국과 이라크의 경기는 9월 2일 서울 상암 월드컵 스타디움에서 최종예선 첫 경기로 열릴 예정이어서, 한국전이 이라크 지휘봉을 잡은 아드보카트의 아시아 월드컵 예선 데뷔전이자 15년 만의 한국 복귀전이 될 전망이다. 톱시드인 이란을 비롯하여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시리아, 레바논 등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중동세에 둘러싸인 한국은, 아드보카트가 이끄는 이라크라는 또다른 변수를 만나게 됐다.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던 외국인 감독을 세월이 흘러 적장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경우는 아드보카트가 역대 3번째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을 처음 만나 5-0으로 대승을 거둔 뒤 2년 후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고, 이후로는 2011년 터키 대표팀을 이끌고 상대팀이 되어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한국축구와 딱 한 번 재회한 바 있다. 작고한 핌 베어벡 감독도 2009년 호주대표팀 사령탑 시절 한국을 상대한 바 있다. 다만 히딩크와 베어벡은 모두 친선전이었고, 타이틀이 걸린 메이저대회에서 한국을 상대로 경쟁하게 된 것은 아드보카트가 최초다.

아드보카트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저니맨'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현역시절 미드필더로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1984년 은퇴한 이후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37년 동안 전세계 각국을 넘나들며 무려 20여 팀이 넘는 클럽과 대표팀의 감독직을 역임했다. 모국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직은 무려 3번이나 맡았다. PSV 아인트호벤의 네덜란드리그 우승과 미니 트레블, 러시아 제니트의 2008 UEFA컵 우승, 네덜란드 대표팀의 유로 2004 4강 진출 등이 아드보카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른바 '히딩크의 분신' 혹은 '보급형 히딩크'라는 수식어로도 유명하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는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고 PSV 아인트호벤, 한국, 러시아 대표팀 감독직 등을 거쳤다는 점에서 커리어가 겹치는 부분이 유독 많았다. 지도자로서의 능력이나 업적도 대체로 히딩크에 약간 못미치는 '하위호환'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하여 한국축구의 국민영웅으로 자리잡은 이후 4년 뒤 독일월드컵에서 태극호의 지휘봉을 잡게된 인물도 바로 아드보카트였다. 저니맨 감독이지만 지도자 커리어의 대부분을 유럽에서만 보낸 아드보카트 감독이 타대륙에서 메이저대회에 나선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에서는 '아동복'이라는 한국화된 친근한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만 지휘봉을 잡았고 본선에서는 프랑스-토고-스위스와 한조에 편성되어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16강 진출에는 실패하며 히딩크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축구 사상 월드컵 원정 첫승, 그해 월드컵 준우승까지 차지한 프랑스를 상대로 무승부를 따내는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이후 수석코치였던 핌 베어벡에게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넘기고 러시아 제니트로 자리를 옮기며 한국 선수인 이호와 김동진을 함께 유럽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후로도 유럽에서 꾸준히 지도자 경력을 이어왔지만, 2008년 UEFA컵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1류급 감독으로서의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벨기에-러시아-세르비아-네덜란드 국가대표팀, 터키 페네르바체, 네덜란드 알크마르 감독 등을 역임했으나 잇달아 성적부진으로 단명했다. 2015년 잉글랜드 선덜랜드 AFC의 감독을 맡아 팀을 강등위기에서 구해낸 것과, 2019년에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의 소방수로 투입되어 일시적인 반등을 이끌었던 것이 커리어 후반기에 그나마 이룬 성과들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한 축구계의 전반적인 평가는, 지도자로서의 역량은 나쁘지 않지만 소속팀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지나치게 계산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단점도 뚜렷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과정도 UAE와의 계약을 중도 파기하면서 이루어졌다. 짧았던 한국대표팀 감독시절에는 광고촬영으로 인한 수익과 언론을 통한 이미지 메이킹에 더 집중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실 이 점은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히딩크 감독도 어느 정도 비슷했지만, 본업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남기며 한국축구가 나아가야 할 확고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했던 히딩크에 비하여,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단지 유럽 복귀를 위한 개인적 발판으로만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게 차이점이다. 실제로 아드보카트는 이미 독일월드컵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일찌감치 러시아 제니트와 계약을 맺으며 한국을 떠나려고 했던 상태였다.

한국축구로서는 성과도 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긴 애증의 감독인 셈이다. 아드보카트는 이후로도 자신이 맡은 팀이 상황이 좋지 않거나 본인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면 쉽게 계약해지를 하고 바로 다른 팀과 계약하는 행보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

잦은 은퇴 선언과 번복도 아드보카트식 처세술의 연장선에 있다. 2015년 선덜랜드 시절 때 은퇴를 선언했다 1주일 만에 번복한 일이 있고, 2017년엔 터키 페네르바체 감독직에서 사임하며 은퇴를 이야기했지만 5개월 뒤에 네덜란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 페예노르트에서 네덜란드리그 최고령 감독(73세)으로 활약하다가 최종전을 마치고 눈물까지 보이며 세 번째 지도자 은퇴를 선언했으나 불과 2개월 만에 이라크와 계약을 맺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이라크가 강적인 한국-이란을 넘기 위해서 정부까지 나서서 경험이 풍부한 아드보카트 감독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축구와 인연을 맺었던 것은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당시 아드보카트와 함께 활동했던 시기의 선수들은 막내였던 박주영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유니폼을 벗었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유럽에서만 활동하며 히딩크와는 달리 한국축구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국축구의 선수구성과 전술적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기에 이미 오래전에 한국을 떠난 아드보카트 감독이 다시 등장했다고 해서 크게 의식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라크 축구 고유의 저력과 백전노장 아드보카트의 경험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한국축구는 이라크와는 역대 상대전적에서 7승 11무 2패를 기록중이다. 전적과 전력상으로 모두 한국의 우위지만 무승부가 가장 많을 만큼 내용상으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경기가 많았다. 어느덧 70대의 고령이 되어 돌아온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한국축구가 15년 전보다 훨씬 발전하고 강해졌다는 것을 증명시켜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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