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가 쏟아진 춘천의 일요일 밤 고무열이 터뜨린 슈퍼 골 여운이 오랫동안 남을 수밖에 없었다. 축구공 하나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석으로 빨려들어간 프리킥 골은 모두가 입을 다물 수 없는 슈퍼 골이었다. 홈 팀 강원 FC는 고무열을 비롯한 1990년생 동갑내기들(이범수, 임채민, 신세계, 윤석영)이 자기 자리에서 듬직한 역할을 해낸 덕분에 강팀 수원 블루윙즈를 유효슛 기록 하나 없이 빈 손으로 돌려보냈다. 

김병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강원 FC가 8월 1일 오후 8시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수원 블루윙즈와의 홈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고무열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두고 리그 중위권 순위표를 흔들기 시작했다.

강원 FC 90년생 동갑내기들 똘똘 뭉치다

최고의 살림꾼 미드필더 한국영이 뇌진탕 후유증 치료를 위해 선수 명단에서 빠진 강원 FC는 가운데 미드필더 서민우에게 중책을 맡겼다. 그리고 2부리그 경남 FC에서 뛰던 전 국가대표 골잡이 이정협을 데려오면서 더 공격적인 게임 운영을 펼친 덕분에 오랜만에 홈팬들 앞에서 멋진 승리를 거뒀다.

묘하게도 골키퍼 이범수부터 수비수 임채민-신세계-윤석영, 미드필더 한국영, 공격수 고무열에 이르기까지 강원 FC의 맏형들은 모두가 1990년생 동갑내기들이다. 30대 초반 축구 도사들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이기에 이제는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할 정도다. 그런데 최근 강원 FC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미드필더 한국영의 몸 상태가 나빠지면서 근심이 또 하나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구성원 모두가 절망하고 주저앉을 수 없기에 강원 FC 90년생들이 더 똘똘 뭉쳐야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중심에 선 고무열이 큰 일을 해냈다. 한여름 장대비를 뚫고 찾아온 1086명 강원 FC 홈팬들에게 두 팔 벌려 활짝 웃는 세리머니를 두 번이나 선물한 것이다.

35분에 성공시킨 고무열의 직접 프리킥 골은 이번 시즌 K리그 베스트 골 후보에 당장 올려놓아야 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조재완의 날카로운 역습 드리블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 키커로 나선 고무열은 수원 블루윙즈 필드 플레이어 여럿이 스크럼을 쌓았지만 오른쪽 발등에 묵직하게 맞은 프리킥 골로 홈팬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수원 블루윙즈 수비벽 중에서 가장 오른쪽에 서 있던 장호익의 머리 위를 살짝 넘어서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궤적은 TV 생중계 느린 화면으로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골키퍼 양형모가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골문 구석 하단을 스치며 꽂힌 것이다.

고무열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전 시작하면서 교체 선수로 들어온 빠른 90년생 윤석영이 오른쪽 측면 프리킥(52분)을 왼발로 날카롭게 차 넣어 2-0 승리 기운이 차오른 78분에 또 하나의 멋진 골을 터뜨린 것이다. 황문기가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공을 간수하다가 조재완에게 내줬고, 곧바로 조재완이 골문 앞에 자리 잡은 고무열을 발견하고 패스했는데 이 어시스트를 받은 고무열의 첫 터치가 예술이었다. 

골문 바로 앞 수원 블루윙즈 수비수 박대원이 버티고 있었지만 고무열은 오른발 첫 터치로 그를 보기좋게 따돌린 것이다. 축구 필드 플레이어들이 다음 동작을 위해 이동 트래핑 기술을 왜 익혀야 하는가를 잘 가르쳐준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고무열은 회심의 왼발 슛을 또 하나 시원하게 꽂아넣었다. 이번에도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왼쪽 기둥을 스치며 빨려들어갔기에 수원 블루윙즈 양형모 골키퍼는 도저히 손을 쓸 수조차 없었다.

동갑내기 한국영의 쾌유를 바라는 두 친구들이 3골을 터뜨렸고, 또 다른 동갑내기 수비수 임채민과 신세계 그리고 골키퍼 이범수는 상위권 팀 수원 블루윙즈의 비교적 어린 공격수들을 상대로 유효슛을 하나도 내주지 않는 만점 활약을 펼치며 완승을 이끌어냈으니 강원 FC는 8월을 다른 팀들보다 더 특별하게 시작한 셈이다. 지난 6월 26일(토) 성남 FC와의 어웨이 게임 2-1 승리 이후 실로 오랜만에 승점 3점을 완벽하게 가져온 게임이었다.

이밖에 같은 시각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 FC와 포항 스틸러스 게임은 1-1로 비겼는데, 대구 FC가 2게임을 덜 뛴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승점 1점 차로 밀어내고 2위(20게임 34점 9승 7무 4패 25득점 21실점)에 올라서 리그 상위권 판도를 더욱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어놓았다.

이어지는 다음 라운드 대진표가 이 구도를 더 흥미롭게 이어갈 듯 보인다. 오는 7일(토) 오후 7시 전주성에서 전북 현대(3위)와 대구 FC(2위)가 만나며, 오후 8시부터 울산 문수구장에서는 리그 선두 울산 현대와 강원 FC(8위)가 만난다.

2021 K리그 1 결과(1일 오후 8시, 왼쪽이 홈 팀)

★ 강원 FC 3-0 수원 블루윙즈 [득점 : 고무열(35분), 윤석영(52분), 고무열(78분,도움-조재완)]
- 춘천 송암(관중 : 1086명)

대구 FC 1-1 포항 스틸러스 [득점 : 박병현(47분,도움-세징야) / 고영준(79분)]
- DGB 대구은행파크(관중 : 2680명)

★ 광주 FC 0-0 성남 FC
- 광주 전용(관중 : 740명)

◇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1게임 38점 10승 8무 3패 32득점 22실점 +10
2 대구 FC 20게임 34점 9승 7무 4패 25득점 21실점 +4
3 전북 현대 18게임 33점 9승 6무 3패 34득점 19실점 +15
4 수원 블루윙즈 22게임 33점 9승 6무 7패 31득점 25실점 +6
5 인천 유나이티드 FC 21게임 29점 8승 5무 8패 26득점 31실점 -5
6 포항 스틸러스 20게임 28점 7승 7무 6패 21득점 22실점 -1
7 수원 FC 21게임 27점 7승 6무 8패 31득점 35실점 -4
8 강원 FC 22게임 24점 5승 9무 8패 23득점 27실점 -4
9 제주 유나이티드 21게임 23점 4승 11무 6패 24득점 27실점 -3
10 FC 서울 20게임 21점 5승 6무 9패 18득점 23실점 -5
11 광주 FC 21게임 19점 5승 4무 12패 20득점 26실점 -6
12 성남 FC 19게임 19점 4승 7무 8패 18득점 25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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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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