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학범 감독과 이강인 도쿄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온두라스전을 하루 앞둔 27일 요코하마 호도가야파크 연습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은 이강인.

▲ [올림픽] 김학범 감독과 이강인 도쿄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온두라스전을 하루 앞둔 27일 요코하마 호도가야파크 연습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은 이강인. ⓒ 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8강 진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김학범호는 8일 오후 5시 30분 일본 요코하마 국립 경기장에서 온두라스와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최종전을 치른다.

당초 무난한 조로 예상되었던 B조이지만 현재 4팀 모두가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하는 대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제는 어느 팀이든 8강 진출 가능성이 열려있는 죽음의 조가 되어버렸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뉴질랜드에게 0-1로 패했으나 루마니아전에서 4-0으로 대승하며 골득실에서 +3을 기록해 조 선두에 올라있다. 한국은 온두라스전에서 패하지만 않으면 최소한 조 2위를 확보해 8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반면 온두라스는 무조건 한국을 이겨야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상당히 치열한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겨도 된다는 것은 분명히 유리한 조건이지만 축구에서는 가장 '위험한 유혹'으로도 꼽힌다. 오히려 경우의 수가 늘어날수록 선수들의 집중력과 동기부여가 흐트러지고 자칫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다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별리그를 통과하더라도 8강 이후의 대진표까지 걸려있는 만큼 생각이 더욱 많아질 수 있다.

B조의 한국은 최종순위에 따라 8강에서 A조 1위 혹은 2위팀과 만나게 된다. 현재 A조 1위는 2연승을 거두고 있는 개최국 일본인데 한국이 만일 B조 2위를 차지한다면 8강에서 한일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양국 올림픽대표팀은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나 한국이 2-0으로 승리하며 역사상 첫 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8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프랑스와의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A조 1위를 차지할수 있다. 한국과는 역사적 라이벌 구도가 있는 데다 이번 대회는 개최국으로서 홈 어드밴티지까지 있는 일본을 일찍 만나는건 다소 부담스럽다.

또한 일본을 피한다고 해도 또다른 상대인 프랑스는 올림픽을 앞둔 평가전에서 한국에 2-1로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멕시코는 한국이 역대 올림픽 상대전적에서 3승 4무 1패로 앞서고 있지만, 2012 런던대회에서 금메달까지 차지한 경력이 있는 데다 최근 한국을 이긴 프랑스를 조별리그에서 4-1로 대파했을 만큼 만만치 않은 강팀이다. 굳이 꼽자면 한국에 그나마 유리한 대진운은 프랑스>멕시코>일본 순이 되겠지만 어느 팀을 만나도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한국으로서는 일단 눈앞의 온두라스전에서 무조건 필승을 거두는 게 최선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게 가장 우선이지만 어떤 모양새로 통과하느냐도 중요하다. 냉정히 말해 김학범호는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까지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 경기력이 정상궤도에 오르지는 못했다. 뉴질랜드전에서는 단조로운 공격루트의 한계를 드러냈고, 루마니아전에서는 상대 자책골과 퇴장이 겹치는 행운이 따랐다. 온두라스전에서도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8강에 오르더라도 토너먼트에서 만나게 될 우승후보들을 넘기 어렵다.

한국은 온두라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5년 전인 2016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한국은 경기내용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공세를 퍼부었으나 온두라스의 역습 한 방과 침대축구에 무너지며 뼈아픈 0-1 패배를 당한 바 있다. 그때와 비교하여 양팀의 선수구성은 크게 달라졌지만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한 온두라스의 영악한 축구스타일은 변함이 없다.

한국과 온두라스는 지난 2경기에서 만난 뉴질랜드와 루마니아를 상대로 모두 볼 점유율에서 앞서며 공격을 주도하는 경기를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온두라스는 한국이 득점에 실패했던 뉴질랜드를 상대로 3골을 몰아넣는 공격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리우 대회에서는 온두라스가 토너먼트 단판 승부의 특성상, 한국의 전력 우위를 인정하고 내려서서 수비에 치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온두라스 쪽이 무조건 이겨야 하는 다급한 상황인 만큼 좀더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앞선 2경기와 달리 양팀이 치고받는 난타전이 될 수도 있다.

4-4-2 전형을 구사하는 온두라스는 볼점유율과 슈팅 시도에 비하여 공격진의 마무리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반면 2선 자원들의 개인기와 스피드가 더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루이스 팔마-호세 레예스가 책임지는 좌우 측면의 파괴력을 앞세워 경기를 풀어나가고,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경기 후반에는 리고베르토 리바스와 후안 오브레곤 등을 '조커'로 투입하여 마무리를 짓는 방식이 온두라스의 필승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학범 감독은 루마니아전처럼 강력한 전방 압박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지만, 온두라스같은 팀을 상대로는 오히려 공간을 내주고 역습을 당할 가능성도 있어서 조금 더 신중한 경기운영을 필요로 한다.

한국과 온두라스 양팀 모두 변수이자 고민거리는 와일드카드에 있다.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와 온두라스의 호르헤 벤구체는 둘다 공격력 강화를 위하여 보강한 와일드카드이다. 두 선수 모두 지난 2경기 연속 선발로 기용되었으나 득점포를 가동하는 데 실패했다. 온두라스는 또다른 와일드카드 공격 자원 브라얀 모야가 컨디션 난조로 아직 이번 대회에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김학범호는 토너먼트를 앞두고 황의조의 득점력을 살리는 것은 물론, 플랜B를 마련하는 게 또다른 숙제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황의조를 제외하고는 정통 스트라이커 자원을 한 명도 추가하지 않았다. 주포지션이 2선 자원에 가까운 이동준-송민규-이강인 등을 활용한 제로톱 혹은 투톱 전술은 실전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충분히 검증이 되지 않았다.

피지컬이 좋은 뉴질랜드와 루마니아의 수비에 고전했던 황의조에게 공격적인 경기운영이 예상되는 온두라스전은 오히려 해볼 만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황의조가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거나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김학범호의 올림픽 행보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축구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구기종목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상 최초로 9회 연속 본선에 오른 데다 최근 4번의 대회에서 3번이나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만큼 올림픽의 강호로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다. 2승을 거두고도 골득실로 탈락했던 2000년 시드니 대회, 내내 경기를 지배하고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진 2016 리우 대회 등, 역대 올림픽에서 남긴 아픈 교훈들을 김학범호가 결코 잊지 말고 최종전에 임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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