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클럽 울산 현대가 호랑이굴에서 이렇게 큰 점수 차로 무너질 줄은 몰랐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장기 출장을 다녀온 후유증이 크다고 하지만 6게임 전승(13득점 1실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16강 토너먼트 진출 성과를 거두고 돌아온 그들이기에 거리두기를 지키며 일요일 저녁 찾아온 2373명 홈팬들이 받은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18일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0-3으로 완패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돌풍의 주역은 수원 FC가 자랑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골잡이 라스 벨트비크였다.

김도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FC가 25일 오후 7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1 울산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라스 벨트비크의 놀라운 득점 감각(4골 1도움)을 뽐내며 5-2로 대승을 거두고 5위(27점 7승 6무 8패 31득점 35실점)까지 순위표를 끌어올렸다. 이번 시즌 2부리그에서 올라온 팀이 우승 후보를 잡으며 상위권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라스 벨트비크, 단숨에 득점 선두 질주

지난 시즌 최강 팀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당당히 K리그에 데뷔했지만 10게임 1골 기록만 남기고 떠난 벨트비크가 공식 등록명을 '라스'로 바꾸고 2부리그 수원 FC 유니폼을 입었다. 2020 시즌 여름 이적 시기에 이루어진 일이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 시즌 만에 라스는 놀라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지난 시즌 하반기 17게임 5득점 3도움 기록은 워밍업에 그쳤을 뿐 그의 진가는 이번 시즌 당당히 1부리그에서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 셈이다.

이 게임 홈 팀 울산이 기분 좋게 초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시작 후 21분 만에 기대주 김민준이 살짝 밀어준 공을 받은 바코가 유연한 몸놀림으로 수원 FC 골키퍼 유현까지 따돌리고 오른발 슛을 가볍게 밀어넣은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출장을 잘 끝내고 K리그로 돌아온 울산이 16년 만에 K리그1 우승의 꿈을 펼쳐놓을 기세였다.

하지만 이 기운은 10분 만에 수그러들고 말았다. 31분, 어웨이 팀 수원 FC가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무릴로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가까운 쪽 포스트 방향으로 날카롭게 휘어날아왔고 라스 벨트비크가 약속된 바로 그 자리에서 솟구쳐 올라 머리로 공 방향을 살짝 바꿔 넣었다. 전북 현대 유니폼을 나란히 벗고 수원 F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단짝의 멋진 합작품이 또 한 번 적중한 것이다. 상대 팀 선수들이 '무릴로 도움-라스 골' 공식을 모를 리 없지만 눈 똑바로 뜨고도 좀처럼 감당하기 힘든 콤비 플레이 바로 그것이었다.

라스의 놀라운 득점 감각은 점점 절정으로 차올랐다. 38분에 양동현과 나란히 빠르게 뛰어들어가며 성공시킨 역습 속공의 속도는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 중앙선 아래 쪽에서 울산 현대의 노련한 센터백 김기희를 따돌리는 라스의 트래핑 솜씨부터 울산 수비수 불투이스가 만든 오프 사이드 라인을 깨뜨리는 라스의 패스 타이밍, 양동현의 왼발 얼리 크로스 어시스트, 라스의 오른발 발리슛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골 그 자체였다.

그로부터 3분 뒤에 라스의 해트트릭이 완성됐다. 무릴로만큼이나 라스의 골 감각을 잘 알고 있는 미드필더 이영재가 기습적으로 찔러준 대각선 패스를 받은 라스가 울산이 자랑하는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를 넘기는 오른발 찍어차기 실력을 뽐낸 것이다. 

라스의 해트트릭으로 게임을 뒤집어버린 것도 모자라 전반전 종료 직전 또 하나의 코너킥 세트 피스가 수원 FC의 대승을 예고했다. 짧고 날카로운 코너킥을 받은 라스가 머리로 살짝 방향을 틀어놓은 공을 양동현이 골문 바로 앞에서 가슴으로 받아서 발리슛 밀어넣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해트트릭 활약도 모자라 쐐기골 도움까지 기록한 라스는 이미 호랑이굴을 허물고 있었다.

후반전을 시작한 수원 FC의 라스는 더 놀라운 추가골을 터뜨렸다. 49분에 이영재의 짧은 연결을 받은 라스가 보여준 180도 터닝 순간은 이번 시즌 K리그1 최고의 골 후보에 올려놓아야 할 정도로 아름다운 예술구였다. 라스 바로 앞을 불투이스가 막고 있었지만 오른발 축구화 바닥으로 공을 긁어서 뒤로 빼면서 슛 각도를 열어내는 동작은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각도가 넉넉하지 않았지만 조현우 골키퍼도 감당하기 힘든 타이밍의 오른발 슛을 낮게 깔아 차 넣었다. 라스는 그렇게 50분도 안 되어 '4골+1도움'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1위를 내달리고 있던 울산은 54분에 교체 선수 오세훈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힌터제어가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시켜 2-5 점수판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 더이상 따라붙기에는 뒷심이 모자랐다. 

이제 수원 FC는 다음 달 4일(수) 오후 7시 30분에 전북 현대(2위)를 홈으로 불러들이는데 라스와 무릴로는 자신들에게 등을 돌린 전 소속 팀의 골문을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노려볼 것으로 보인다.

2021 K리그 1 결과(25일 오후 7시, 울산 문수경기장)

울산 현대 2-5 수원 FC [득점 : 바코(20분,도움-김민준), 힌터제어(56분,PK) / 라스(31분,도움-무릴로), 라스(38분,도움-양동현), 라스(41분,도움-이영재), 양동현(45+1분,도움-라스), 라스(49분,도움-이영재)]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0게임 37점 10승 7무 3패 32득점 22실점 +10
2 전북 현대 18게임 33점 9승 6무 3패 34득점 19실점 +15
3 수원 블루윙즈 21게임 33점 9승 6무 6패 31득점 22실점 +9
4 대구 FC 19게임 33점 9승 6무 4패 24득점 20실점 +4
5 수원 FC 21게임 27점 7승 6무 8패 31득점 35실점 -4
6 포항 스틸러스 19게임 27점 7승 6무 6패 20득점 21실점 -1
7 인천 유나이티드 FC 20게임 26점 7승 5무 8패 22득점 30실점 -8
8 제주 유나이티드 20게임 23점 4승 11무 5패 23득점 23실점 0
9 강원 FC 21게임 21점 4승 9무 8패 20득점 27실점 -7
10 FC 서울 19게임 20점 5승 5무 9패 18득점 23실점 -5
11 광주 FC 20게임 18점 5승 3무 12패 20득점 26실점 -6
12 성남 FC 18게임 18점 4승 6무 8패 18득점 25실점 -7

2021 K리그 1 득점 랭킹
1 라스 벨트비크(수원 FC) 13골(20게임 / 게임 당 0.65)
2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11골(17게임 / 게임 당 0.65)
3 일류첸코(전북 현대) 9골(18게임 / 게임 당 0.5)
4 뮬리치(성남 FC) 8골(16게임 / 게임 당 0.5)
5 송민규(포항 스틸러스→전북 현대) 7골(16게임 / 게임 당 0.44)
6 한교원(전북 현대) 6골(11게임 / 게임 당 0.55)
7 김건희(수원 블루윙즈) 6골(16게임 / 게임 당 0.38)
8 이동준(울산 현대) 6골(17게임 / 게임 당 0.35)
9 임상협(포항 스틸러스) 6골(18게임 / 게임 당 0.33)
10 스테판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 5골(9게임 / 게임 당 0.56)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