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에 쓰이는 경기장은 약 40여 개. '코로나 19' 이전에는 한국과 일본의 인적 교류가 많았기에 경기장과 한국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다. 우리와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광경이다.

축구 팬들에게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명언이 탄생한 곳에서 23일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다. NPB에서 활약했던 이대호가, 이승엽이 방문할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었던 경기장에서는 야구 대표팀이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영광을 이어가려 한다.

이대호도, 이승엽도 홈런 때려낸 이 곳, '팀 코리아'도 가능할까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경기가 펼쳐질 요코하마 스타디움.(CC-BY-SA 4.0)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경기가 펼쳐질 요코하마 스타디움.(CC-BY-SA 4.0) ⓒ Wikimedia Commons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13년 만에 부활한 종목인 야구.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에서 진행되는 일본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개막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가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김경문 감독을 필두로 한 24명의 대한민국 선수단 역시 29일 이스라엘과의 경기로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NPB를 거쳤던 한국 선수들에게 꽤나 익숙한 경기장이다. 경기장의 구조나 펜스까지의 거리 등 많은 부분이 부산 사직야구장과 비슷하기 때문. 실제로 1978년 지어진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본따 1985년 사직야구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두 야구장은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NPB에서 활약을 펼쳤던 두 명의 '코리안리거', 이승엽과 이대호가 모두 이곳에서 기록할만한 '홈런 공장'을 가동하곤 했다. 이승엽은 NPB 시절 '요코하마 킬러'로 이름을 날렸다. 요코하마 구장에서의 타율이 유독 높아 주목을 받는가 하면, 2008년에는 일본프로야구 진출 첫 3연타석 홈런을 요코하마에서 쳐내기도 했다. 

이대호도 마찬가지다. 이대호 역시 '고향' 사직야구장과 요코하마가 비슷해 NPB 시절 타석에 편하게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해왔다. 그래서인지 NPB 진출 초기였던 2012년과 2013년에는 요코하마에 방문할 때마다 홈런을 쳐냈다. 이대호의 요코하마에서의 통산 성적 역시 통산 9경기에서 7개의 홈런일 정도로 좋다.

요코하마의 '팁'을 전해줄 선수도 대표팀에 있다. 바로 한신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돌부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같은 리그에 속한 요코하마를 자주 만났기에 경기장에 대한 경험도 많다. 실제로 후배 선수들에게 요코하마 스타디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선배 '코리안리거'의 활약이 이번 대표팀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할 만 하다.

두 비인지 종목의 꿈이 영근다, 도쿄 스타디움
 
 2020 도쿄 올림픽 럭비와 근대 5종 경기가 펼쳐질 도쿄 스타디움의 모습.(CC-BY-SA 2.0)

2020 도쿄 올림픽 럭비와 근대 5종 경기가 펼쳐질 도쿄 스타디움의 모습.(CC-BY-SA 2.0) ⓒ yoppy, Wikimedia Commons.

 
도쿄 서쪽에 위치한 도쿄 스타디움(통칭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은 한국 축구에 껄끄러운 장소로 기억된다. 2010년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중국에 3-0으로 패배를 당하며 32년동안 이어진 한중전 무패신화가 깨졌던 것. 다행히도 2017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는 우승을 거두며 충격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축구에 '천국과 지옥'을 함께 맛보게 했던 도쿄 스타디움에서는 두 개의 종목이 나선다. 올림픽의 마지막을 장식하곤 했던 근대 5종, 그리고 럭비가 그렇다. 두 종목의 공통점은 국내에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비인지 종목'이라는 점. 그렇기에 도쿄 스타디움이 선수들에게는 종목을 알릴 꿈의 장소가 되는 셈이다.

럭비의 경우 2019년 11월 한국 땅에서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남자 럭비 대표팀이 나선다. 박완용 주장을 필두로 13명의 선수가 나서는 럭비 대표팀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럭비의 재미'를 국민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스크럼을 짜고 나선다.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팀들이 강팀이지만, 해 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뭉친 선수들이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근대 5종 경기의 경우 달리며 총을 쏘고, 펜싱을 하고, 말을 타며, 수영까지 해야 하는 '복합 종목'이다. 경기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탓에 인기가 많지 않지만, 그런 비인기의 설움을 뒤로 하고 올림픽 무대에 선다. 한국에서는 메달권에 가깝다고 평가되는 전웅태를 비롯해 정진화, 김세희, 김선우까지 네 명의 선수가 나선다.

럭비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태극전사들의 한판 싸움이 펼쳐지고, 근대5종은 8월 5일부터 7일까지 경기가 펼쳐진다. 종목을 알리기 위해 나선 선수들의 꿈이 이번 올림픽에서 영글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1964년 농구의 아쉬움, 2021년 핸드볼이 일 낼까
 
 1964 도쿄 올림픽에서 농구,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핸드볼 경기가 열리는 국립 요요기 경기장의 모습.(CC-BY-SA 4.0)

1964 도쿄 올림픽에서 농구,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핸드볼 경기가 열리는 국립 요요기 경기장의 모습.(CC-BY-SA 4.0) ⓒ Kakidai, wikimedia common

 
1964년 도쿄 올림픽 농구 경기가 펼쳐졌던 도쿄 요요기 실내 종합경기장. 김영기, 김인건, 신동파 등 당대 대표 선수들이 출전했던 남자 농구에서 선수들은 조별리그는 물론 순위결정전에서도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하며, 대회에 출전한 16개 국가 중 16등을 기록하는 아쉬운 성적을 냈다. 

세월이 57년이 흐른 2021년에는 같은 경기장에서 핸드볼 경기가 펼쳐진다. 대한민국에서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출전권을 따냈다. 25일 노르웨이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도쿄 올림픽 본선에 나서는 여자 대표팀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핸드볼이 채택된 이후 현재까지 아홉 번의 올림픽에 출전해 일곱 개의 메달을 따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앞선 런던 올림픽과 리우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내지 못한 아쉬움을 겪었던 여자 핸드볼 대표팀. 이번 올림픽에서만큼은 꼭 지난 올림픽에서 써나갔던 메달 기록을 이어간다는 각오이다.

이미 스페인과의 연습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 첫 경기를 준비하는 핸드볼 대표팀. 주목할 만한 점은 여자 핸드볼에서 이번 올림픽 구기 종목 중 처음으로 한일전이 열린다는 것이다. 선수단은 29일 같은 조에 속한 일본 대표팀을 만나 경기를 펼친다. 선수들이 어떤 선전을 펼칠 지 기대된다.

눈이 빛나던 삿포로, 마라톤 선수들 땀방울 빛난다
 
 2020 도쿄 올림픽 경보와 마라톤 경기가 펼쳐지는 삿포로 오도리 공원 일대의 모습.

2020 도쿄 올림픽 경보와 마라톤 경기가 펼쳐지는 삿포로 오도리 공원 일대의 모습. ⓒ 박장식

 
겨울이면 눈으로 가득한 삿포로가 이번 올림픽에는 '마라토너'들의 땀방울로 가득 찬다. 도쿄 올림픽의 마지막을 장식할 두 종목, 경보와 마라톤 종목이 오도리 공원 등 삿포로 시내 일대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당초 도쿄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두 종목은 도쿄의 더운 날씨 탓에 삿포로로 개최장소가 바뀌었다.

개최 장소는 바뀌었지만 한국에서 삿포로로 향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그대로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마라톤 스타 오주한의 활약이 기대된다. 케냐에서 귀화한 뒤 현재까지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오주한 선수는 자신의 이름 오주한에도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을 담았다고.

다른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오주한과 함께 남자 마라톤에 출전하는 심종섭은 인천 아시안게임과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했던 한국 마라톤 간판 선수이다. 여자부에서도 한국 장거리 육상계를 대표하는 두 명의 선수인 안슬기, 최경선이 함께 출전해 한국 육상의 명맥을 잇는다.

경보에서도 1만m에서 39분 11초 65의 성적으로 비공인 한국 신기록을 작성한 최병광 선수가 도쿄 올림픽까지 출전한다. 여름 삿포로에서 눈 못지 않은 땀방울을 빛낼 다섯 명의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관심이 모인다. 한국 선수단이 출전하는 남자 경보 경기는 5일, 여자 마라톤과 남자 마라톤 경기는 7일과 8일 오전 열린다.

후지산 무너뜨렸던 이 곳에서, '후지산'을 뛰어넘는다
 
 2020 도쿄 올림픽 개폐회식, 육상 경기가 펼쳐지는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국립경기장)의 모습.

2020 도쿄 올림픽 개폐회식, 육상 경기가 펼쳐지는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국립경기장)의 모습. ⓒ 박장식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카스미가오카 육상 경기장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렸던 장소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현재에는 해당 건물을 재건축한 도쿄 국립 경기장이 그대로 세워졌다. 카스미가오카는 한국 선수들이 두 번의 기쁨을 나눴던 장소라는 데에서 의미가 깊다.

1954년 한국 전쟁 직후 이곳에서 열렸던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패한다면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라는 각오로 일본을 꺾고 월드컵까지 나서는 데 성공했다. 1997년 열린 프랑스 월드컵 예선에서는 그 유명한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송재익 캐스터의 명언이 터졌던 '도쿄 대첩'이 이 곳에서 벌어졌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립경기장은 개회식과 폐회식을 비롯해, 여자 축구 결승전, 그리고 마라톤과 경보를 제외한 육상 경기가 펼쳐진다. 국립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종목 중 대한민국에서 출전권을 따낸 선수는 두 명. 높이뛰기에 우상혁 선수가, 장대높이뛰기에 진민섭 선수가 출전해 카스미가오카에서의 호성적에 도전한다.

우상혁 선수도, 진민섭 선수도 도쿄로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우상혁 선수는 지난달 말 열린 우수선수 초청 대회에사 2m 31cm의 개인 최고기록 달성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랭킹 포인트를 쌓아 도쿄 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진민섭 선수는 지난해 호주 오픈에서 한국 신기록인 5m 80cm를 달성하며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우상혁 선수는 리우 올림픽 이후 두 번째 올림픽에 도전하고, 진민섭 선수는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카스미가오카 땅 위에 선다. 앞선 세대의 축구 선수들이 이곳에서 후지산을 무너뜨렸듯, 우상혁과 진민섭 선수가 카스미가오카에서 후지산을 뛰어넘어 태극기를 도쿄 상공에 휘날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K-POP 스타들 섰던 무대, '태극전사' 금빛 성지 될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