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갈매기> 관련 이미지.

영화 <갈매기>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여성이 주체가 된 영화들 중 상당수는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 등에 맞서기 위한 극적인 사건과 관계있는 경우가 많았다. 19일 언론에 공개된 영화 <갈매기>는 조금 방향이 달라 보인다. 성폭행이라는 사건 자체는 극적이지만 그 중심인물은 철저히 가부장적 가치관 아래 살아왔던 기성 세대이자, 누군가의 엄마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복을 뜻하는 오복이란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은 수십 년간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두 딸을 키워냈다. 말단 공무원과 결혼을 앞둔 큰딸(고서희), 그리고 삶의 터전이던 시장의 재개발 이슈 등으로 그의 삶은 꽤 복잡다단하다. 구청과의 투쟁, 동시에 사돈이 될 집에겐 눈치를 봐야 하는 오복은 어느 날 동료 상인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여성이 아닌, 기성 세대에 편입된 오복에겐 선택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시장 상인 친구들 역시 힘들겠지만 조금만 눈 감으면 보상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 돌려 압박한다. 딸은 오복에게 대체 왜 술을 그렇게 늦게까지 마셨냐며 타박하고, 남편은 강하게 거부하지 않은 거면 성폭행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오복을 질책한다.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환갑을 넘긴 인물이라는 점을 빼고 오복에게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가 강요해 온 침묵과 결을 같이 한다. 자식만 바라보며 살아온 기성 세대 입장에선 이런 강요에 수긍하는 편이 더 쉬울 지도 모른다.
 
 영화 <갈매기> 관련 이미지.

영화 <갈매기>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영화 <갈매기>의 한 장면.

영화 <갈매기>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영화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오복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가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다 묵살 당하자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택하고, 지지부진 하자 자신을 손가락질한 동료 상인들을 설득하러 다니며 종국엔 최후의 방법을 꺼내든다.
 
오복이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방식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범주 안에 있다. 극적인 투쟁이나 감동적인 승리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갈매기>는 공공연하게 감춰진 우리 안의 편견을 중년 여성의 눈을 통해 뼈아프게 드러낸다. 이제 막 첫 장편을 내놓은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차분함이 특징이다.
 
김미조 감독은 그간 <혀> <혐오가족> 등의 단편으로 국내영화제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영화 제목은 본인이 평소 좋아하던 안톤 체호프의 희곡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동시에 날 수 있지만 육지에 발붙이며 살아야 하는 갈매기의 운명을 오복이라는 인물에 빗대고 싶었다고 한다.
 
수려하고 세련되진 않았지만 한 인물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눈이 깊다. <갈매기>에서 오복 역을 맡은 배우 정애화, 두 딸을 맡은 고서희, 김가빈의 존재감도 강렬한 편이다. 한국영화 안에서 이들의 성장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갈매기>는 지난해 열린 제 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한줄평: 쉽게 외면할 수 있던 기성세대의 각성을 진실하게 잡아내다
평점: ★★★☆(3.5/5)

 
영화 <갈매기> 관련 정보

감독: 김미조
출연: 정애화, 이상희, 고서희, 김가빈 등
제작: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배급 및 투자: 영화사 진진
제작지원: 롯데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74분
관람등급: 15세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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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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