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급 전 챔피언 하빕이 인정한 직계 후계자는 역시 강했다.

UFC 라이트급 9위 이슬람 마카체프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엔터프라이즈의 UFC APEX에서 열린 UFC on ESPN 26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14위 티아고 모이세스에게 4라운드 2분 38초 만에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차세대 거물'로 불리는 마카체프를 꺾고 단숨에 10위권 진입을 노렸던 1995년생의 신예 파이터 모이세스는 7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마카체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편 메인카드 3번째 경기로 열렸던 또 하나의 라이트급 경기에서는 폴란드 파이터 마테우스 감로트가 경기 시작 1분 5초 만에 기무라 록을 통해 베테랑 제레미 스티븐스에게 항복을 받아냈다. 감로트가 연승을 달린 반면에 스티븐스는 최근 6경기에서 5패 1무효경기라는 끔찍한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스티븐스의 부진은 지난 2018년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를 꺾은 후부터 시작되고 있다.
 
 제레미 스티븐스(왼쪽)는 라이트급 복귀전에서 UFC 3번째 경기를 치르는 감로트에게 65초 만에 무너졌다.

제레미 스티븐스(왼쪽)는 라이트급 복귀전에서 UFC 3번째 경기를 치르는 감로트에게 65초 만에 무너졌다. ⓒ UFC

 
최두호 이기고 얻은 기회 살리지 못한 스티븐스

UFC 진출 후 3연속 1라운드 KO승을 거둔 최두호는 단숨에 페더급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중대기로였던 2016년 12월 컵 스완슨과의 경기에서 판정으로 패했다. 2010년 일본단체에서 첫 패를 당한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패배를 경험한 최두호는 "지는 게 이런 기분이었군요. 앞으론 두 번 다시 지지 않겠습니다"는 말로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거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최두호의 다짐은 아쉽게도 현실이 되지 못했다.

최두호는 지난 2018년 1월 스티븐스를 상대로 생애 첫 메인이벤트 경기에 나섰다. 당시 스티븐스는 페더급 내에서 높은 결정력을 가진 강자로 꾸준히 중·상위권(5~8위)의 순위를 유지하던 선수였다. 펀치 일변도의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최두호는 스티븐스를 상대로 1라운드에서 레그킥을 무기로 들고 나와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약한 가드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티븐스에게 KO로 패하고 말았다.

최두호가 스티븐스전 패배 이후 챨스 쥬르댕과의 경기에서도 2라운드 KO패를 당하며 3연패에 빠진 사이 스티븐스는 승승장구했다. 스티븐스는 한 달 만에 나선 경기에서 조쉬 에밋을 2라운드 KO로 꺾으며 페더급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고 한때 페더급의 폭군으로 군림하던 조제 알도를 만났다. 알도를 꺾는다면 스티븐스는 단숨에 챔피언이었던 맥스 할러웨이에게 도전할 수 있는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스티븐스는 경기 초반 특유의 묵직한 타격을 앞세워 알도를 당황시켰지만 노련한 알도는 금방 스티븐스의 전략을 파악했고 강력한 바디 블로우와 파운딩을 통해 1라운드 KO로 스티븐스를 제압했다. 스티븐스로서는 최두호와 에밋을 연속 KO로 꺾으며 타이틀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알도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놓친 셈이다. 결국 스티븐스는 힘들게 올라간 타이틀 전선에서 다시 한 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스티븐스는 2019년 3월 '페더급의 하빕'으로 불리던 떠오르는 신성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를 상대했다. 자빗은 UFC 진출 후 4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결정력에 의문이 드는 파이터였고 스티븐스는 그런 자빗에게 더없이 좋은 상대였다. 스티븐스는 자빗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10cm의 신장차이에서 오는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하며 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라이트급 변신 후 첫 경기에서 65초 패배

연패에 빠진 스티븐스는 2019년 9월 멕시코에서 정찬성에게 버저비터 KO승리를 거두고 주가를 높이던 야이르 로드리게스를 상대했다. 하지만 스티븐스는 경기 시작 15초 만에 야이르에게 눈을 찔려 부상을 당했고 무효경기가 선언됐다. 스티븐스와 야이르는 한 달 후 미국으로 장소를 옮겨 곧바로 재대결을 펼쳤지만 스티븐스는 야이르의 변칙적인 킥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또 다시 판정으로 패했다.

작년 5월 UFC 249 대회에서 켈빈 게이터전을 앞둔 스티븐스는 UFC에서만 무려 31경기를 치른 베테랑 답지 않게 감량에 실패하며 계약체중경기로 게이터와 맞붙었다. 하지만 프로파이터에게 감량실패는 곧 컨디션 조절 실패를 의미했고 스티븐스는 시종일관 불리한 경기를 하다가 2라운드 게이터의 강력한 팔꿈치 공격을 맞고 KO로 무너졌다. 한 번의 무효경기가 포함됐지만 격투기 데뷔 후 첫 4연패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게이터와의 경기에서 4년 10개월 만에 체중감량에 실패한 스티븐스는 페더급에서 한계를 느끼고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스티븐스는 페더급에서 7년 동안 활약하면서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했지만 강자들이 난립하며 현재 UFC에서 가장 뜨거운 체급이 된 라이트급에서는 크게 돋보이는 파이터가 아니었다. 스티븐스의 라이트급 복귀전 상대로 옥타곤 전적 1승 1패의 감로트가 낙점된 이유다.

하지만 오랜 기간 페더급에서 활약했던 스티븐스에게 라이트급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감로트의 발목 태클에 당해 하위 포지션에 깔린 스티븐스는 감로트의 팔을 잡고 기무라 록(손목을 잡아 어깨를 뒤로 꺾는 서브미션 기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스티븐스의 작전을 파악한 감로트는 역으로 스티븐스의 팔을 잡아 강하게 꺾으면서 기무라 록을 통해 스티븐스의 항복을 받아냈다. 경기 시작 단 65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스티븐스는 지난 2016년9월 "맥그리거는 상대를 KO시키지만 나는 상대를 실신시킨다"며 코너 맥그리거를 도발했다가 맥그리거로부터 "저 친구는 도대체 누구야?(Who The Fook is That Guy?)"라는 말을 들은 바 있다. 그 이후 스티븐스의 별명은 존재감이 약하다는 의미의 '후다훅'이 됐다. 스티븐스는 맥그리거가 활동하는 라이트급으로 올라왔지만 어느덧 5연패의 늪에 빠지며 맥그리거와의 경기는커녕 옥타곤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