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할리 퀸 캐릭터다.

임소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할리 퀸 캐릭터다. ⓒ 임소희 제공

 
한때 국내 격투계에 여성 파이터 바람이 분 적이 있었다. 로드 FC에서 송가연을 간판으로 내세우면서 발발된 트렌드는 타 단체에서도 앞다투어 기량과 상품성을 갖춘 여성부 선수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며 한동안 대세가 되기도 했다.

'꽃사슴' 박지혜, '돌싱 파이터' 송효경, '꼬마 늑대' 박정은, '미녀 파이터' 천선유, '격투 여동생' 전슬기, '불도저' 김소율, '라이언 퀸' 정시온, '슈슈' 문수빈, '신블리' 신미정,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 등 각 단체 별로 해당 선수 스타 만들기 경쟁이 불붙었다. 그중에는 단체의 기대대로 잘 성장한 파이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흐지부지되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중간에 사라진 케이스도 상당수였다.

'우슈 공주' 임소희(24‧남원 정무문) 역시 한창 그런 분위기가 들끓었을 때 파이터로 데뷔를 했다. 아이돌 못지않은 빼어난 외모와 달리 수줍은 성격 등으로 인해 적응문제도 우려되었으나 이후 경기를 치를수록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며 빠르게 팬층을 늘려나갔다. 할리 퀸 복장으로 계체량 현장에 나서는 등 특유의 상품성을 과시하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여성 파이터 홍수 속에서도 주목받는 차세대 스타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임소희는 보이지 않았다. 작은 국내 격투 시장에서 경력이 길지 않은 선수가 활동을 멈추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워낙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선수인지라 궁금해하던 팬들도 많았다. 이에 파워 인터뷰에서 임소희 선수를 만나 최근 근황과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임 선수와의 인터뷰는 18일, 전화 통화로 진행되었다.
 
로드 FC '할리 퀸' 임소희
 
 임소희 선수는 현재 고향 남원에 내려와서, 아버지를 도와 체육관 사범으로 일하고 있으며, 다른쪽 분야에 대한 공부도 병행중이다.

임소희 선수는 현재 고향 남원에 내려와서, 아버지를 도와 체육관 사범으로 일하고 있으며, 다른쪽 분야에 대한 공부도 병행중이다. ⓒ 임소희 제공

 
- 안녕하세요. 2018년에 있었던 로드 FC 050 대회서 '무에타이 국대 출신' 심유리 선수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근황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을까요?
"한창 운동할 때는 강원도에 있었으나 현재는 고향인 남원에서 지내고 있어요. 사범으로서 아버님 체육관 일도 돕고 강아지도 키우면서 여러 가지 공부도 하고 있어요. 아, 심유리 선수와의 경기 이후에 중국에서도 1차례 시합을 뛰었어요. 그 경기는 이겼고 이후 쉬고 있는 상황이에요."
 
- 전적을 찾아보니 입식 단체 맥스 FC에서 1경기, 종합 단체 로드 FC에서 4경기, 중국 무대에서 1경기 밖에 뛰지 않으셨습니다. 경기 내용이 재미있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6경기 통틀어 3승 3패를 기록하셨구요. 단기간에 빼어난 성적을 남긴 것도, 활동을 오래한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도 기억하시는 팬들이 많은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도 신기해요. 제 생각에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특별할 게 없었는데 아직까지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는 게 감사할 뿐이에요."
 
 임소희와 그의 부친 남원 정무문 임한섭 관장(사진 왼쪽)

임소희와 그의 부친 남원 정무문 임한섭 관장(사진 왼쪽) ⓒ 임소희 제공

  
- 제 생각으로는 임소희 선수 본인의 매력과 더불어 '할리 퀸'의 영향도 컸던 것 같아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해 유명해진 할리 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셨어요. 처음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여성 파이터들에게 이런저런 개성적인 콘셉트가 만들어질 무렵 당시 로드 FC 정문홍 대표님께서 무엇인가 캐릭터를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를 하셨어요.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할리 퀸이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솔직히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영화 주인공과 비교되어 욕먹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고 그랬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그저 감사하죠."
 
- 화보처럼 잘 나온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이것 저 아니에요. 사진빨이에요" 하면서 민망해하기도 했어요.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신가요? 아님 겸손함?
"하핫(웃음) 진짜 부끄러웠어요. 사진이 너무 잘 나왔거든요. 스스로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싶더라구요. 예쁘게 찍힌 것은 좋지만, 제가 봤을 때 실물하고 차이가 심하다고 느꼈거든요."
 
- 어린 나이에 데뷔했고 특유의 캐릭터로 인해 빨리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어요. 그로인해 관심도 많았지만 악플도 따라다녀서 적지 않게 상처도 받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신경도 많이 쓰고 그랬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무디어지더라구요.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악플도 관심이다는 멘탈을 가져보려 노력했어요. 부모님께서도 토닥거려주시면서 많은 힘을 주셨고요."
 
- 언젠가 로드 FC 기자회견장에서 최홍만 선수와 권아솔 선수가 신경전을 벌일 때 옆에 앉아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도 봤어요. 어찌보면 선수들간 퍼포먼스일 수도 있었겠지만 신인 때고 해서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어색하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기억나요. 퍼포먼스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그냥 평범한 기자회견장이었어도 긴장했을 텐데 그런 일까지 터지니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타격에 익숙한 임소희(사진 아랫쪽)에게 그래플링 공방전은 또다른 과제였다.

타격에 익숙한 임소희(사진 아랫쪽)에게 그래플링 공방전은 또다른 과제였다. ⓒ 임소희 제공

 
- 링 위에서 입식 격투도 해보고, 케이지에서 종합 경기도 치러봤잖아요. 본인이 느끼기에 양 종목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본인에게는 어떤 것이 더 잘 맞다고 생각하나요?
"확실히 룰 자체가 다르다 보니 여러 가지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타격 위주로 운동을 하다보니 그래플링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어요. 주짓수, 레슬링 등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그라운드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쉽지는 않더라구요. 안 쓰던 힘까지 써야 되니까 더 빨리 지치기도 하고요. 저는 타격으로 싸우고 싶지만 상대가 그래플링 공방전을 벌이면 좀 답답하고 그랬어요. 제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었어요. 구태여 선택하라면 몸에 익숙해서인지 스탠딩 싸움이 저는 편해요."
 
남원의 '우슈 공주' 임소희
 
- 경력을 보니 2013년, 2015년 아시아청소년 우슈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우슈 선수 생활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해당 대회는 어떤 식으로 승패를 가르나요? 대련 혹은 품새?
"일반 격투기 대회처럼 대련으로 진행되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우슈시합이랑 킥복싱 경기를 함께 나갔어요. 룰에서는 살짝 차이가 있어도 어차피 타격전이라는 기본 틀은 비슷하니까요."
 
 임소희는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우슈를 접하게되었고, 이를 계기로 크고 작은 격투 대회에 많이 나갔다.

임소희는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우슈를 접하게되었고, 이를 계기로 크고 작은 격투 대회에 많이 나갔다. ⓒ 임소희 제공

 
- 우슈의 세계는 언제 입문하게 된 것인가요?
"
아빠가 우슈와 킥복싱 선수 생활을 하셨고 이후 도장을 운영했던 터라 저도 자연스럽게 두 종목을 접하게 되었어요. 체육관에서 아장아장 뛰어놀다가 수업도 같이 듣는 등 처음에는 우슈 품새 위주로 배우다가 시합을 나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빠한테 말씀 드렸는데 처음에는 반대하셨어요. 아무래도 딸이니까 걱정이 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계속 조르니까 결국 허락해주셨는데,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우슈, 산타 종목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어서 킥복싱까지 영역을 넓히고 중학교부터는 본격적으로 산타랑 킥복싱 대회에 출전했어요. 꾸준히 하다보니까 동기부여도 생기고 선수 생활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한 여성들 중에서는 터프한 분도 많더라고요. 본인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가요?
"친한 사람들에게는 장난도 잘 치고 편하게 대하는데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거나 그럴 때는 조용해지는 것 같아요. 낯을 가린다고 할까요. 어떤 환경에 적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려요. 터프한 것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임소희 선수는 3년째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데 이름은 '메리'와 '시리'다.

임소희 선수는 3년째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데 이름은 '메리'와 '시리'다. ⓒ 임소희 제공

  
- 동물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강아지.
"네 맞아요. 강아지 엄청 좋아해요. 지금도 키우고 있거든요. 유기견 센터에서 데려온 아이인데 제가 집에 들어가면 엄청 반겨주고 그래서 마음의 위로도 많이 되고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냥 예뻐서 데려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정이 많이 드니까, 엄마가 자식을 돌보는 마음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너무 사랑스러워요. 근데 제가 없을 때는 아무래도 외로울 것 같아서 한 마리를 더 입양했어요. 둘다 암컷이구요. 이름은 메리와 시리예요.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 남원이 고향이시죠? 남원 자랑 한번 해주세요.
"다들 알다시피 남원하면 추어탕도 유명하고, 성춘향, 흥부전 등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꽤 많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것보다는 어릴 때부터 뛰어놀며 자라서 그런지 안식처같은 느낌이에요. 도시로 가면 너무 복잡하고 그래서 조용한 이곳이 저는 편해요."
 
- 임소희 선수의 재능과 스타성을 여전히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아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경기장에서 뵐 수도 있겠죠?
"
현재는 쉬고 있는 상태고 운동량도 부족해요. 운동 자체도 예전처럼 꾸준히 하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저희 체육관에서는 시합 준비가 어려워서 이래저래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빠 역시 도장을 운영해야 돼서 저한테만 붙어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생각해요. 또 좋은 기회가 오고 동기부여가 되면 돌아갈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죠(웃음). 이래저래 근황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기쁘구요.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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